초대일시 / 2017_1021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11:00pm
공간 이다 alternative culture space IDA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로 271(창우동 249-7번지) Tel. +82.(0)31.796.0877 blog.naver.com/space-ida
전영석의 「원더랜드」 ● 인류는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불과 1세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지구의 자연을 통제하고 있다. 끊임없이 확장되고 증가하는 문명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우리는 지구를 거대하게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지는 인간의 선택지 안에 들어가 있는 항목이 아닐 것이다. 자연과 그 안의 대지, 그리고 물 등은 인간의 생명을 제공하는 궁극적인 것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것들을 간과하고 있다. ● 전영석의 「원더랜드」는 골재를 채취하는 채석장과 대리석, 시멘트 등의 원료를 채취하는 석회함 지대에서 온전한 자연이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을 촬영한 작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사진에서 깎이고 드러난 대지의 모습은 낭만적이거나, 드라마틱하게 읽혀진다. 유기적인 대지는 파괴되어진 상황 속에서 또 다른 이면, 즉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지층의 형태를 보여준다.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 지형의 아름다움, 대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을 표상화하려고 한 풍경 사진 (...)'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수학자 브누아 만델브로 Benoit Mandelbrot 는 그의 1983년 저서 '자연의 프랙탈 기하학'에서 프렉탈리즘fractalisme의 원리를 설파한 바 있다. 프랙탈fractal이란 단어는 그가 모든 척도에서 나타나는 세부적인 모양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 냈다. '조각난', '부서진', '불연속적인'이란 뜻을 지닌 프락투스(fractus)라는 라틴어에서 온 이 단어는 이후 자연을 나타내는 기하학으로 사용되었다. 대지의 구성요소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전영석의 작품은 이런 의미에서 사진과 지질학의 크로스오버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마치 파괴의 과정을 아트 워크로 멈춘 것과 같다. 지질의 형태는 각각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패턴화되어 나타나고 그것들은 다시 놀라울 정도로 스펙타클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마치 추상화에서 혹은 단색화에서 표현되는 모노그램처럼 암석과 광물, 지질들이 추상적인 형태로 펼쳐진다. 그의 촬영에서 공사현장은 사방이 좋은 소재이고 아름다운 장면일 것이다.
또 다른 면으로, 전영석의 작업에서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요인은 아마도 아슬아슬한 폭파와 무너짐의 과정에서 형성되는 아름다움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사진매체로 전달하는 이 시리즈의 현장성은 전영석이 배제하고자 노력했음에 틀림없지만, 연기와 포크레인 바퀴의 흔적으로 우리의 지각을 구성한다. 관람자는 오래지 않아 이곳이 지금 현재 개발과 채굴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린다. 우리는 그 과정의 한 찰나를 경험하면서 위협과 웅장함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
개발과 발전의 미명아래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이기는 비판의 대상임이 확실하다. 다만, 전영석의 작업은 그가 예술가로서 마주한 대상의 미적 가치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폭발에 의해 깎이고 드러난 지층의 단면은 우리가 미쳐 바라보지 못한 대지의 속살을 드러내주고 있다. 그것이 바로 전영석이 잡아내고자 했던 자연의 이면일지도 모른다. 그의 작업은 자연적인 풍경에서 인간의 손에 의해 변화되는 과정을 기록한 작업이다. 하지만 파괴의 과정, 변화의 과정에 집중하기보다, 변화하며 보여지는 웅장한 스케일로 만들어지는 대지의 미적 가치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의 작업으로 인해 우리는 포크레인과 다이너마이트에 의해 그려진 스펙타클한 스케일의 풍경화를 체험한다.
쉴러Friedrich von Schiller는 말했다. "당신이 뭔가의 아름다움을 볼 경우에만, 당신은 그것의 진정한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자극되는 경우에만, 당신이 그것의 높은 화려함을 볼 수 있습니다." (Nur durch das Morgentor des Schönen Drängst du in der Erkenntnis Land Am höhern Glanz sich zu gewöhnen Übt sich am Reize der Verstand.) 인간의 이기와 파괴되고 있는 환경에 관한 고민을 조금 미뤄두고, 대지의 속살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좀 더 주목한다면 우리는 거대한 자연으로 그려진 풍경화의 화려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김선정
Vol.20171011j | 전영석展 / JEONYOUNGSEOK / 田英錫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