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

2017_1010 ▶ 2017_1031

포스터 디자인_박연주

초대일시 / 2017_1031_화요일_05:00pm_4LOG

기획 / 백지수

2017_1010 ▶ 2017_1031 참여작가 / 백지수_송수민_이미솔_이유진_전은주_황보현 관람시간 / 11:00am~08:00pm

4LOG Art Space 서울 강동구 강동구 풍성로 161(성내동 516-13번지) B1 Tel. +82.(0)2.470.0107 www.instagram.com/4log_artspace www.instagram.com/4log_archive

2017_1011 ▶ 2017_1027 참여작가 / 송수민_황보현_이유진_전은주_이미솔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15번지 SPACE 15th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세운전자상가 바436 Tel. 070.8830.0616 www.facebook.com/space15th www.instagram.com/space15th

1.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면이 나오는 경우의 수는 2이다. 2.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방법이 전부 n가지일 때, 그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의 수는 n가지라고 한다. 그리고 이 전시는 작품의 의미가 발생하는 경우의 수에 대한 것이다. 이 경우의 수는 쉬이 셈 되지 않는다. 셈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품의 의미는 무한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작가가 자신의 의미망을 단단하게 얽어 두지 못했다면 그 무한함 속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또는 의미를 지나치게 단단하게 묶어 놓아 작품의 밖과 안, 작품과 작품 사이, 작품의 종과 횡을 가로지르며 유연하게 읽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展_4LOG Art Space_2017

작품의 면면을 찔러보며 다층적 읽기를 시도하는 일이 즐거우리라고 믿는 것. 이것이 우리가 6개월 전에 만나 약속한 것이다. 이것을 '약속'이라며 글씨로 써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까닭 없이 저 멀리 떠밀리는 기분을 지우고자 했고, 이 약속을 말뚝 삼아 헐겁게나마 작품을 지지하고자 했다. 그렇게 이번 전시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는 작품에서 파생되는 셈 되지 않는 수를 헤아리고 다시 흩어 놓는, 연속된 과정이 되었다.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展_4LOG Art Space_2017

과정을 탐구한다는 말은 때때로 모호하지만,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에서는 연필을 쥐는 감각이나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감각을 떠올리면 어울릴 것이다. 몇 번이고 스테이트먼트를 고쳐 쓰는 과정을 이 전시에 옮겨오고자 했기 때문이다. 스테이트먼트를 쓰듯 공들이면서 동시에 유연하게 말하기 위해 한 작품의 이전과 이후에 있는 것들을 교차해가며 살폈다. 또한,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구조를 통해 의미들이 얽히고 또 읽히는 과정을 가시화하고자 한다. 규모, 위치, 성격이 다른 두 공간을 동시에 사용하여 전시의 구조를 확장한다.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展_4LOG Art Space_2017

강동구에 위치한 4LOG에서는 다섯 작가가 함께하는 그룹전이 열린다. 작품은 모두와 면밀하게 조율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연관 없던 다른 작가의 작품과 조응하고 부딪히면서 의미와 읽기의 경우를 연다. 반면 을지로 세운상가에 위치한 space 15th는 한 작가마다 3일씩 공간을 사용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곳에서 작가들 각자는 작품요소에서 자신이 중점을 두지 않았던 것을 찾아내 강조하거나, 미뤄두었던 보여주기 방식을 실현하는 것으로 자신의 경우의 수를 증가시킨다.

송수민_膜(막)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60cm×4_2017
송수민_○○운동회_종이에 전사_가변크기_2017

송수민은 보도사진으로부터 얻은 공동체적 사건을 탐구한다. 송수민은 계속해서 다량의 보도사진을 수집하는데, 데이터로 축적된 보도사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맥락과는 분리된다. 최종적으로 작가가 수집한 것은 그 사건의 내용이 아닌 사건의 이미지이다. 송수민은 보도된 사건 이미지에서 추상적인 형태로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설명적인 요소를 도형 모양의 막(幕)으로 가림으로써 적극적으로 사건의 본래 서사를 변질시키고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부추긴다. 4LOG에서는 송수민의 조형언어가 잘 드러난 대형작품을 선보인다. 반면 space 15th에서는 그 보다 (크기 면에서) 소품적이며, (재료 면에서) 가볍고, (기법적으로) 복제성을 갖는 이미지들을 세밀하게 배열한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 원과 세모의 형태와 그것들의 배열은 새로운 내러티브가 만들어지기를 유도한다.

이미솔_두 개의 가짜케익_캔버스에 유채_162.2×260.6cm_2017 이미솔_납작한 물건들-평면을 동경한 입체들 각각의 사물_ 지점토, 아크릴 등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7
이미솔_납작한 물건들-평면을 동경한 입체들 각각의 사물_ 지점토, 아크릴 등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7

이미솔은 사물을 그리고, 다시 그림을 닮은 오브제를 만든다. 회화 작품을 그리기에 앞서 작가는 타인의 작업 공간을 탐색하여 작업 도구와 재료들이 빚어낸 조형성을 포착한다. 도구로서 역할을 다할 뿐이었을 사물들은, 그려짐으로써 작품의 소재라는 새로운 존재 의미를 갖게 된다. 회화작업을 완성한 후 작가는 회화 속에서 납작해진 사물들의 본을 따 다시 입체 오브제를 만든다. 오브제에는 회화의 소재가 되었던 실제 사물이 사용되고, 그 표면 위에 회화로써 표현되었던 것들이 그대로 옮겨진다. 회화에서 표현되지 않은 부분 즉, 뒷면의 표현은 생략된다. 이미솔은 실제 사물에서 회화로, 회화에서 오브제로 진행되는 위의 과정을 통해 사용가치가 있는 실제 사물과 '예술적인 평면' 간의 가치를 따져보게 한다. 4LOG에서 회화와 오브제는 함께 제시되어 관객들이 직접적으로 이것들을 비교하며 연결성을 찾도록 한다. 반면 space15th에서는 오브제가 회화로부터 독립한다. 좌대 위에 올려진 오브제는 좌대가 자동으로 회전함에 따라 물감이 칠해지지 않은 '뒤통수'를 드러내게 된다.

이유진_하고 싶은 말2_혼합재료(쓰인 책: 존 버거, A가 X에게: 편지로 씌어진 소설, 열화당, 2009)_가변크기_2017
이유진_말 삼키기_다 쓴 수정테이프 필름_가변설치_2017

이유진은 말하지 못함에 대한 은유로 수정 테이프로 책의 글자를 지우는 행위를 반복한다. 4LOG에서는 지워진 여러 권의 책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시한다. 책이라는 매체를 낱장으로 분해하여 오브제처럼 보여주기도 하고, 관객이 지워진 책의 앞장과 뒷장을 넘겨보며 오랜 시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두기도 한다. 한편 space 15th에서는 책을 지우는 반복적인 행위 과정이 감각 가능한 장면으로 펼쳐진다. 책을 지우는 데 사용된 수정 테이프의 빈 필름을 천장에서부터 늘어뜨리고, 갤러리의 창문을 열어 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움직이도록 설치했다. 또한, 수정테이프의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사운드를 통해 글자가 지워지고 있는 과정의 생생한 감각을 전달한다. 갤러리 한편에 놓인 그려지고 다시 지워지면서 결국 흔적만 남은 드로잉 몇 점은 계속해서 무화되는 시도에 대한 기록으로써 함께 자리한다.

전은주_예기치 못한 밤_캔버스에 유채_180×260.6cm_2017
전은주_태우고, 만지고, 쓰다듬고_캔버스에 유채_18×25cm×3_2017

전은주는 땅 내부의 잠재적인 힘과 변화가능성에 주목한다. 4LOG의 대형 회화작품에는 땅의 질감과는 극명하게 분리된 불투명한 검은 공간이 있다. 원래 이곳에는 불타는 돌과 흙이 그려져 있었지만 작가는 이 직접적인 장면을 지우기로 혹은 정말 태워버리기로 결심했다. 몇 번이고 검은 물감을 덧칠했고, 보는 이가 내부를 투시할 수 없는 공간을 완성했다. 작가는 '볼 수 있는' 땅의 표면을 태움으로써 '볼 수 없는' 땅의 깊이를 비로소 인식 가능한 것으로 나타낸다. 그리고 이 검은 화면은 '사건'으로서 전시장에 자리한다. 작가는 space 15th에서 땅과 불에 대한 자신의 심상을 연속하여 전개한다. 산불이 난 후, 불과 연기를 머금은 땅의 잔해들에 대한 은유하고 있는 작은 회화작품들이 검은 공간에 전시된다. 땅과 여러 물질이 뒤섞이며 새로운 물질이 탄생하듯이, 여기에서의 불은 땅의 변화를 촉발하는 매개를 의미한다.

황보현_그곳과 저편_캔버스에 유채_145.5×89.4cm×2_2017
황보현_toward_퍼포먼스_2017

황보현은 대립하는 요소들이 공존하는 장소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린다. 그러나 화면은 극적이기보다 일상적으로 보인다. 작가가 주시하는 대립이란 이분화 된 개념들이 강하게 충돌하는 순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 공존하는 이질적 요소들이 조용하고 사소하게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요소들로부터 불안과 소외, 정주의 불완전함과 같은 감정을 포착하며 그것을 삶의 일면으로 여긴다. 황보현의 소재적 관심은 곧 오랜 시간 동안 그림을 고쳐 그리는 그의 수행적인 태도와 연관을 갖는다. 4LOG에서는 같은 장면을 그린 습작과 완성작을 뒷면이 맞닿도록 전시하여 작가의 그리기 행위에 대한 읽기방식을 구조적으로 제안한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무엇이 습작이고 무엇이 완성작인지 판단할 수 없으므로, 두 그림은 불분명하게 관계 맺는다. space 15th에서 작가는 3일간 전시장에 머무르며, 반복적인 짧고 응축된 붓질로 담장의 넝쿨을 채색한다.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展_4LOG Art Space_2017

두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러한 시도는 작품 의미의 새로운 경우의 수를 찾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한 수도 긍정적으로 맞이한다. 무엇보다 경우의 수라는 각각의 점을 유연하게 이어보는 작가들의 시도는 그들에게 단단하고 포용적인 지지면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 면은 작품의 의미가 결정되었다고 느낄 때의 경직 혹은 다음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을 때의 당혹감에서 벗어나려 할 때 필요한 발판이기도 하다. 동전이라는 사물이 함의하듯, 이번 전시가 '무언가 결정해야 할 순간에 쓰기 좋은 어떤 작은 토너먼트'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백지수

Vol.20171010k |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나오는 경우의 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