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101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10:00pm
엘리펀트아트 Elephant Art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38(상수동 336-18번지) 슬런치 1,2층 Tel. +82.(0)2.6324.9870 www.elephantart.kr
김영재 작가는 아프리카 초원 위의 야생 동물을 만든다. 손쉽게 잘리고 눌리고, 언제든 쉽게 버려지는 스펀지로 야생 동물을 만든다. 김영재 작가가 포착한 야생 동물들의 면면은 인간사회의 경쟁과 긴장, 실패와 불안을 닮았다. 패배할 것을 알지만 자신의 생존을 위해 거대한 상대를 공격해야만 하는 모습이나, 일상에서는 불편하기만 한 커다란 뿔을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단 한 번의 싸움을 위해 달고 있는 불합리한 모습은 모두 주변인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다. 이처럼 그의 모든 작품은 특유한 비유 세계를 가진다. 야생동물-초원은 작가-현실로 대치 가능한 비유 구조를 갖는데, 동물의 형상들은 대부분 '살아남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순간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동물들이 위기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취하는 자세와 몸짓이 현재를 살고 있는 작가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격 직전의 도약을 위해 잔뜩 몸을 움츠리는 늑대의 모습을 작은 스펀지 조각으로 다소 가볍게 담아냄으로써 유효한 공격조차 해보지 못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릴 것을 예상하게 된다.
이처럼 그가 포착한 야생의 장면들은 일련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기근과 그것으로부터 기인한 공격성이 그것이다. 늘 긴장하고 주위에 반응하며, 동물로서의 습성을 익히고 살아갈 것만 같은 작가들이지만, 결국 우리의 주변인처럼 종래의 생활,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대로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괴로움을 겪고 있다. 비단 작가의 삶뿐 아니다. 하지만 다음을 기다리고 다시 한 번의 겨울을 참아보는 것도, 불필요한 뿔을 가다듬는 시간도 모두 유효한 공격을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 된다. 그 때문에,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그려내는 다른 작품들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김영재의 작품에서도 동물적인 존재 형식은 긍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감추고 싶은 자신의 모습일 수 있지만, 그가 보여주는 가벼운 비유를 통해, '이곳에서 살아남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무효했던 공격'도 부디 못 본 척 넘어가 주기를 기대해 본다. ■ 이현아
Vol.20171004a | 김영재展 / KIMUOUNGJAE / 金映材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