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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 갤러리 WOLJEON MUSEUM OF ART HANBYE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83(팔판동 35-1번지) Tel. +82.(0)2.732.3777 www.iwoljeon.org
'고요한 숨'을 통한 '자신'에게로의 집중 ● 여기 명상하는 자아의 고요한 숨이 있다. 이 숨은 호흡을 깊게 내뱉고 마시며 일정한 마음의 힘을 유지하는 의식의 진행 과정이다. 자신을 둘러싼 바깥의 모든 감각을 받아들여 그것의 힘과 느낌, 마음에 일렁이는 의식의 수 많은 갈래를 하나씩 되짚어 그것에 집중하고 고요히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것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감관(感官)의 허상임을 하나씩 되짚어 상처와 무가치함, 고통과 쓸모없음의 무수한 자아의 번민을 고요히 치유해 나간다. ● '고요한 숨' 시리즈는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로 집중하기 위한 하나의 의식, 자아와 의식의 성숙을 위한 진행 과정을 꿈과 환상이 가득한 회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김지수는 현실과 상상을 뒤섞어 하나의 꿈의 정원을 만들고 다양한 의식의 장치가 되는 사물들을 동원하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선 풍경을 만들어 낸다. ● 새와 연꽃, 부처와 배, 물결과 신기루, 부엉이와 불꽃 등이 무대처럼 꾸며진다. 그리하여 이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공간, 곧 '꿈의 정원'은 바깥의 것을 차단한 온전한 자기의식으로 집중된 명상의 공간이 된다. 부처와 반가사유상의 고요한 사색이 겹친 이미지는 작가 자신이 되어 이러한 풍경 속에서 자신과 공간에 대한 사색을 풍경처럼 보여준다.
「고요한 숨」은 만개한 꽃의 배경 위로 새와 부엉이, 그리고 사각의 바다 위에 핀 연꽃을 바라보는 작가 자신이 있는 그림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하는 자아는 반가사유상의 반개(半開)한 눈의 형상을 닮고 있다. 현실과 꿈, 기억과 환상을 오가며 이러한 의식 속에 온전히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하나의 상징적 도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 번뇌의 바다를 감싸 안은 '사각의 틀'은 티베트 승려의 불교수행인 만다라 의식을 상기하게 한다. 티베트 승려들은 수행의 방편으로 갖가지 색의 고운 돌가루를 만다라 도상의 밑그림을 통해 몇 주일에 걸쳐 조금씩 완성한 다음 축제의 종료와 더불어 한 줌의 돌가루로 흩뿌린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물질과 의식의 허망함을 반복적으로 깨우치게 함으로써 욕망의 번잡에서 벗어난다. 사각의 틀은 작가가 그려낸 마음의 밭, 의식이 집약된 하나의 사고를 집약한 상징적 도상인 셈이다. ● 사각의 틀 주변에 점점이 박힌 색색의 점들은 작가가 유학 생활을 통해 경험했다는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본 지상의 금빛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사각의 틀은 숭고한 빛으로 감싼 지상의 영혼이 온전히 피워 낸 하나의 연꽃, 곧 의식의 온전한 완성을 위한 지반이 된다. 사각의 틀은 작가가 딛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것의 이상으로 세계상을 나타낸 지반인 것이다. 이 지반 위로 연꽃이 피고, 화염이 일고, 금색 실로 된 배가 다닌다. 고요한 마음의 화엄 바다인 셈이다. ● 마음의 화엄 바다에는 푸른 원광을 달고 있는 부처가 있고「꿈」, 조명을 받은 만개한 모란꽃을 지켜보는 한 쌍의 부엉이「꽃이 필 시간」, 그리고 꽃의 바다를 항해하는 금색 배를 부리부리한 눈으로 살펴보는 부엉이 도상이 있다. 꽃과 새, 부엉이의 형상들은 그것이 마치 실제가 아닌 듯, 그러나 다소 거침없이 그려져 있다. 그것이 실제이건 아니건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탄생의 순간을 지켜보는 도상으로서의 새와 부엉이, 즉 고요한 지혜와 바라봄의 상징으로의 새가 중요한 것이 된다. 마치 울지 않을 것 같은 이러한 새의 도상은 김지수의 작업실에 있는 사물의 어떤 이미지이기도 하고 김지수가 그린 이상향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김지수는 이러한 꿈의 정원 위에 허구와 현실이 중첩된 하나의 연극무대를 만들어 낸다. 낭만적 꿈과 환상, 기억과 사랑이라는 이상향을 구현할 완벽한 세계를 김지수는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형식을 통해 구현한다. 뮤지컬의 스토리를 차용해 실제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조명으로 연출된 낭만적 사랑의 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역동적인 삶의 장면은 김지수가 꿈꾸는 삶의 이상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하나의 풍경이 된다. 고요하게 삶을 조망하던 명상의 힘은 삶의 긍정적 감정이 불러온 의식의 행복한 순간이 되어 하나의 완벽한 세계로 빛난다. 명상과 뮤지컬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김지수의 꿈의 정원에 섞여 있다. ● 「LOVE」는 꽃이 진 자리에 걸려 있는 별과 파랑새, 그리고 익히 알고 있는 대중스타의 모습을 통해 현실 속에서의 실제의 환영을 제공한다. 대중스타와의 일체화된 감정과 도상은 사각의 틀 속에 빛나는 작은 불꽃을 통해 이것이 번뇌를 수반한 현실의 풍경임을 말하고 있다. ● 둥근 달을 배경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남녀의 모습이 있는 「달빛」은 낭만적 정경이 비현실적으로 확대되었고, 오색 바다 위에 뜬 둥근 달은 이러한 정경을 압도적으로 과장한다. 김지수는 감정의 극대화된 풍경을 극화된 화면으로 연출한다. 「꿈」 시리즈는 꽃이 핀 바다 위의 조명을 받은 무대 위의 남녀가 사랑을 완성해 가는 장면을 연출한다. 결혼식의 행복한 장면이 연속된 풍경 속에는 부케를 들고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풍경처럼 박혀있다. 다소 작위와 과장을 동반한 비현실처럼 느껴지는 장면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삶을 기꺼이 있는 그대로 경험하려는 마음, 자유로운 순간에 대한 근본적 수용의 태도이다. ● 작가가 보여준 화면에 대한 다양한 연출은 삶의 궁극적인 이야기가 사랑의 완성임을 말해준다. 「꽃이 필 시간」은 조명을 받고 있는 꽃과 새가 녹색으로 퍼지는 조명 아래에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정경으로 묘사된 작품이다. 별이 흩어진 청색 하늘을 배경으로 이러한 정경이 김지수가 꿈꾸던 '탄생의 순간'임을 말해준다. 아름다운 꿈과 신비, 그리고 삶의 소소한 평화가 김지수가 꿈꾸는 고요한 이상임을 알게 한다. ● 김지수는 작은 소품들로 꾸며진 「꿈」 시리즈를 통해 '자기 자신'의 불꽃을 들고 있는 소품들, 가령 촛불을 머리에 켠 부처 두상(頭像)이라든가 탑 위의 불꽃, 등 위에 불꽃을 단 새, 꽃을 단 새 등등 결국 진리의 빛을 향해 가는 하나의 도정에 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 바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알기 위한 하나의 발걸음이고 새와 꽃, 불꽃 등은 스스로 밝히고 가야 하는 자아의 영혼, 곧 자기 자신의 길임을 알게 한다.
누구나 자신과 삶에 관해 내면에서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혼란을 겪는다. 또한, 괴로움과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우리는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또한 타인이라는 강렬한 경험과 싸우며 자신을 반추한다. ● 김지수는 관계라는 인간 삶의 축도에서 잠시 비켜나 자신에게 집중된 하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관찰한다. 삶은 하나의 은유이고 연극의 무대이다. 이 무대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이 바라본 마법은 삶을 사랑하는 방법으로써 길이고 김지수는 이것을 화면을 통해 구현하고자 한다. 비록 비현실의 어떤 것처럼 보일지라도 기억과 꿈,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공간 속에서 우리 자신이 원래 평화의 근원이었고 조화와 사랑이었음을 그의 꿈의 정원에서 나타내 보인다. ● '고요한 숨'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마음의 힘과 평정, 타인의 삶과 연결된 전체상을 이해하고 온전한 '자신'으로 서는 의식을 작품을 통해 반복적으로 지속하고 있다. 김지수에게 있어 작품은 그러한 의식의 수행이 진행되는 장소이다. ■ 류철하
Vol.20171002a | 김지수展 / KIMJISU / 金芝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