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이름 The name of the day

김민수展 / KIMMINSU / 金旼秀 / painting   2017_0923 ▶ 2017_1005 / 월요일 휴관

김민수_장미_종이에 수채_112×112cm_2017

초대일시 / 2017_0923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175 Gallery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0)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강요되지 않은 일상-하나, 에필로그 ● 나는 김민수를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이제는 잘 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김민수를 알고 싶은 건지 그의 행위를 알고 싶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내가 느끼는 김민수를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잘 전달할지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실재를 알 수 없는 김민수가 내 곁에 몇 주간 머물렀고 이제 그의 그림을 마주하게 되는 당신이 그 머무름을 느낄 차례다. 김민수의 그림에서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민수_그날의 이름 시리즈_종이에 프린트, 수채_29.7×21cm×25_2017

둘, 본론_(김경주 적으로,)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김민수는 그림을 그린다. 어디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것 같은 이미지가 담겨있는.

김민수_창문_종이에 볼펜, 수채_131×183.2cm_2017

일상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삶을 위해 반복적으로 가는 어떤 장소에서, 대량생산된 쇼핑몰의 옷을 걸치곤 우리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는 많은 문물들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SNS를 통해 수만 번 찍혔을 그 커피잔이 오늘도 여전히 나에게 특별한 것은 아마도 각자가 가지는 분위기,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이 지닌 큰 역할 때문일 것이다.

김민수_산책_종이에 수채_57×57cm_2017

일상적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인지하기 전까지 우리는 정말 일상적으로 일상을 마주친다. 그 일상을 자신만의 기억으로 돌려내는 어떤 매개를 만나기 전까지 변함없이 저장하는 인생을 산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수의 그림은, 당신이 켜켜이 쌓아만 두었던 시간의 층들에서 기억이라는 틈을 내고, 문을 달아낸다. 김민수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김민수는 우리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느낀 만큼 읽어내길 바라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가 언어적으로 환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읽어내기보다는 보기를 원하고, 보는 것에서 양가성이 드러나길 바란다. 그 양가성이 바로 기억이다. 김민수도, 나도,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 기억을 굳이 밖으로 내보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또 굳이 숨길 것도 없다.

김민수_그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80.3cm_2017

굳이 숨길 것 없이 나의 기억을 파헤쳐보자면, 나는 김민수의 그림에서 (김경주 적으로)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을 느낀다. 김경주의 첫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문구는, 참 김민수와 잘 들어맞는다. 비교적 쉽고 편안한 방법으로 본질을 뚫는 듯한 김민수(그림)와 김경주(언어)의 이미지는 김경주의 시 제목처럼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쉬워 보이나 결코 이 이미지를 내비침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그 계절을 기억이라 부르고 싶다. 김민수가 그를 보여주는 방식이 편안함이라고 보는 나는 최대한 내 글이 어렵게 읽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지가 아닌 언어로 그를 표현해주어야 하는 사람이므로, 김경주식의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라는 표현이 김민수에 대한 가장 큰 (언어적)은유라는 것을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김민수_세 개, 그리고 하나의 풍경_종이에 수채_108×327cm_2017

셋, 프롤로그 ● 그의 전시 작품을 먼저 보고, 소통해 본 김민수의 첫 관객으로서 나는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관객에게 제안을 해 보고자 한다. 1) 김민수가 주는 이미지 그대로 기억을 떠올려 보라. 2) 그리고 기억한 그 시간의 감정을 느껴보라. 3) 마지막으로 흘러간 감정에 편안해져라. ■ 이혜현

Vol.20170923d | 김민수展 / KIMMINSU / 金旼秀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