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 또는 망상 「탐구생활」

김태형展 / KIMTAEHYUNG / 金泰亨 / painting   2017_0918 ▶ 2017_0929 / 주말 휴관

김태형_게으른 정리_장지에 채색_117×91cm_2017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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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홈페이지_th0313.wixsite.com/kimteahyung 블로그_blog.naver.com/th03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 휴관

AYA아트코어브라운 갤러리 AYA ART CORE BROWN GALLERY 서울 강남구 논현로168길 39 1층 Tel. +82.(0)2.3443.6464 www.artcorebrown.com

나의 작업은 지극히 일반적인 개인적 체험에 바탕을 둔다. 밥 먹고 청소하고 우는 아이 달래는 현재 내가 몸으로 부대끼고 마주하는 일상의 현상 또는 이미지에서 약간의 상상을 통해 의미를 부여한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기억을 활용한 작업 방식의 대부분이 진정성에 기반을 두던 그렇지 않던 기억의 심층에 있는 불편하거나 공포스러운 것, 멜랑꼴리한 것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어 관객들로 하여금 '인식'의 환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한 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찌 보면 작품 활동을 통해서 가장 '위안' 받고 '치유'받는 것은 작가 본인이며 지금의 나에겐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김태형_숲속으로_장지에 채색_117×546cm_2016_부분

혹여 이러한 나의 생각을 '일기는 일기장에..' 라는 말 한마디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잘 쓰여진 일기는 좋은 에세이로 소설로 또는 인문철학서로도 기능을 하며 타인에게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다. 다만 나의 일기가 그 정도 수준이 안되서 드러낼 때마다 부끄럽고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지. ● 개인전을 준비하며 작업 서문을 쓰기 시작하면 항상 생각의 정리로 시작했다가 두서없는 작업노트의 에세이로 진행되고 초등학교 때 쓰던 방학과제인 일기처럼 변하다 마지막은 반성문이나 푸념으로 끝나고 만다. 작업 역시 그러하다. 처음에 주관적이며 보편적인 시대를 반영하는 거대담론 같은 얘기 또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인습 같은 문제들을 이미지로 풀어볼 목적으로 시작했다가 결국엔 지극히 개인적인 고백으로 얽혀져 마무리되곤 한다. 글로 정리하다 보니 그럴싸해 보여서 그렇지 결국 작업방식이 치밀하지 못하고 감정 가는대로 시간흐름 대로 진행된다는 말이다. ● 결국 이것이 나의 민낯이고 지금의 현재의 내 수준이자 위치인 것이다. 유년 시절 신기하고도 재미있지만 밀리기 시작하면 의무감과 부담으로 좋음과 미움이 공존한 방학 과제처럼 나에게 작업과 작품 활동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탐구생활」 같다.

김태형_38살에 탐구생활-51구역_장지에 먹_90×65cm_2014
김태형_망상과 실제01_장지에 먹_90×65cm_2014

불편한 성장과 게으른 정리에 대한 고찰 - 불편한 성장 ● 아침에 어린이집에 등원 할 때 마다 30-40분씩 울고 불며 엄마 찾던 녀석이 어느덧 40개월이 지나 미운4살이 되어간다.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월요일 아침이면 '오늘 어린이집 안가고 집에 있을끄~~야~~'하고 반 진심 반 협박으로 아빠 마음을 '철렁'거리게 들었다 놨다 한다. 좀 어지르고 투정 부리면 어떠랴 싶다가도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면 되지"라는 마음과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던데 생활습관 만들어주려면 조금 엄해야하나?"라는 마음사이에서 초보 아빠는 항상 갈등한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야. 그래서 서툴러서 미안~ 이라도 얘기하면 아이가 사랑스럽게 아빠를 안아주는 CF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광경은...그냥 기대도 말고 CF속 장면으로 놔두자. 현실은 현실이지.

김태형_불편한 성장_장지에 채색_91×117cm_2017_부분

마치 고구마 줄기가 자라듯 쑥쑥 커 그래도 예전에 비해 몸 쓰는 것이 제법 늘어서인지 아빠 등에 발을 걸치고 암벽 등반하듯 머리로 올라오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는데 그 모양새가 기특하면서도 위태위태하다. 그리고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라는 노래 가사처럼 지나친 장난의 거의 대부분의 끝은 약간의 고통과 울음으로 끝을 맺는다. 뭐~아픈 만큼 성숙 하는 거지.

김태형_아름다운것들_장지에 채색_60×90cm_2016

게으른 정리 ● 아침마다 아내와 아들의 잔소리에 겨우겨우 몸을 일으키면 어기적 어기적 반 기어가듯이 거실로 나와 어제 저녁 잠자기 전 아들 녀석이 어질러 놓은 책이며 장난감을 정리한다. 한번쯤은 빼먹을 법도 한데 어찌나~ 근면하고 성실한 성품인지 어린이집 가기 전, 갔다 오고 나서, 밤에 잠자기 전까지 참으로 근면성실? 하게 아빠가 정리해 놓은 장난감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지르고 논다. 무한루프 같은 똑같은 상황이 매일아침, 저녁으로 반복되는 생활...장남감 상자속에서 작업소재를 찾는다. 어찌 보면 나에게 있어서 작업이란 반복되는 일상 속에 현실도피처 인지도 모르겠다. ● 그렇다 한들 뭐 어떠한가? 체질이 안 받아서 술도 안 먹고 건강문제 때문에 담배도 끊고 육아하며 일하느라 친구들도 거의 못 만나는데 작업하며 스트레스 푸는게 뭐 그리 큰 사치나 호사는 아니지 않는가?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나는 오늘도 공상과 망상에 시간을 보낸다. (2017년 9월 13일 늦은 밤 아들 재우고 작업노트를 정리하며) ■ 김태형

Vol.20170922g | 김태형展 / KIMTAEHYUNG / 金泰亨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