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삶의 기록, 기억의 환기 Diary-Recording of life, reminding of memory

조원희展 / CHOWONHEE / 趙源喜 / painting   2017_0906 ▶ 2017_0912

조원희_00:27_천에 바느질_145.5×112cm_ 2017

초대일시 / 2017_090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동덕아트갤러리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68 B1 Tel. +82.(0)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일기–삶의 기록, 기억의 환기 ● 시장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자리한 에너지 공장이다. 비록 특별히 살 것이 있지는 않지만 사 람 구경, 물건 구경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또 펄떡이며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다양한 삶 의 현장을 채집하는 것 역시 느슨해진 내 일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판매대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속옷들 중 하나를 걸치고 한쪽 팔을 들어 올려 겨드랑이를 드 러낸 마네킹의 자신감이 문득 부럽다. 나란히 줄 지어 진열되어 있는 게는 명절 때 마다 게장 을 만들어 주시던 할머니를 그립게 한다. 유람하듯 배회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정거장의 풍경은 마치 이스터 섬의 석상들처럼 버스가 오는 곳을 바라보며 고정되어 있다. 나도 자연스 럽게 그 대열에 합류한다. 버스에 앉아 잠시 머릿속을 비운다. 집에 오니 종이 긁는 소리가 난다. 한 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씻으시는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통째 들고 드신다. 갱년기! 곱 기만 했던 여성의 몸이, 언제나 젊을 줄 알았던 신체의 변화가 엄마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 다.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조원희_23:50_천에 바느질_240×150cm_2017
조원희_18:23_천에 바느질_240×460cm_2017
조원희_14:13_천에 바느질_240×150cm_2017
조원희_10:17_천에 바느질_180×310cm_2017
조원희_11:30_천에 바느질_98×152cm_2017
조원희_13:33_천에 바느질, 콜라주_44×35cm_2017
조원희_19:32_바느질_가변설치_2017

나의 작업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 일상의 기록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변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 모든 것이 너무 쉽고 빨리 변하기에 그 내용을 일일이 기억하기도 어렵다. 나는 주변에 변화하는 일상 중에서 내가 기억하는 것들만을 기록한다. 구 체적인 수식이나 설명이 배제된 화면은 보는 이의 상상으로 보충될 것이다. 과거에 실용의 수단으로 사용되던 바느질은 현대 예술에 있어서 독자적인, 예술의 표현수단 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나는 바느질드로잉을 한국화의 고유한 조형체계에 접목함으로써 새로 운 해석을 가하고자 하였다. 수묵의 농담은 바느질 선의 중첩으로 표현하였고, 번져 흘러내리 는 느낌은 길게 늘어뜨린 실로 표현하였다. 일체의 배경이나 설명을 배제하고 오로지 주제에 집중하여 불필요한 부분을 생략하고 비워진 부분에서 보는 이에게 상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한국화에서 중시하는 여백의 미를 강조한 것이다. 그것은 극히 기계적인 재봉틀에서 비 롯된 것이지만 대단히 자유롭고 우연적인 성격의 아날로그적 가치를 드러낸다. 무분별한 도시개발에 싫증이 나 변화되어 없어져 가는 것들에 집중했던 때가 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냈다. 그러나 고작 90년도에 태어나 이미 변화되어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던 나에게 싫증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겨우 뒤가 아닌 앞을 보게 되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림이 있었는데 너무 멀리서 찾았다. 내가 지난 모든 곳이 그림이었다. 이처럼 나의 일상이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오늘도 스쳐 지나갔을 그런 흔한 풍경들을 기록하여 보는 이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 조원희

Vol.20170912h | 조원희展 / CHOWONHEE / 趙源喜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