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905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원문자_이신호_김귀주_김보희_정선진_오숙환_이미연 이은영_김명희_권은희_이남희_최윤숙_박상남_박은라 이숙진_임서령_장현재_김복만_김현주_박정란_서은미 신숙희_이난희_임미혁_이경희_이은경_장수영_기유경 소신정_오희숙_윤선홍_권희정_김문주_김수지_이보경 이승은_이인경_최경아_송희정_이연숙_김경희_이혜정 박미영_박하경_손영_이보름_이상형_최성희_김지연 서은애_구미경_김건희_안국주_김민정_정현진_정효진 홍정희_김현경_정혜윤_김인수_백지혜_이경희 이예승_정혜정_박상미_윤영경_황현숙_윤정원 이오성_조희정_진민욱_김정향_박지민_길재영 이아영_김지희_민지원_계수진_진희란_박다솜
기획 / 이문정(미술평론가, 이화여대 겸임교수)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이화아트센터_이화아트갤러리 Ewha Art Center_Ewha Art Gallery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대현동 11-1번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A동 Tel. +82.(0)2.3277.2486
유현(幽玄)의 공간 ● 미술-예술-을 온전히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미술은 일반적인 의사소통의 구조를 넘어서는, 언어로는 규정될 수 없는 무언가를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미술은 분명 작가의 내면과 생각을 전달한다. 모든 작품에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적, 미학적 메시지가 담긴다. 그러나 미술은 내면과 생각을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라 생각되는 언어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물질로 이루어졌음에도 물질의 영역을 초월하여 형이상학적인 단계로 확장되는 것 역시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작용이다. 궁극적으로 미술은 언어로 이루어진 규범의 세계에 '언어-외적(extra-verbal)'인 방식을 분출시켜 모든 현실적 한계를 가로지르고, 새로운 의미 작용을 만들어낸다.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추구하는 미술의 특성은 예로부터 세속과 물질적 유한함의 속박을 초월하는 정신성의 세계를 지향했던 동양화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깊고 그윽한 정신적 영역을 추구해온 동양화의 미감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유현미(幽玄美)이다. 세상을 바라보고 숙고하는 사유의 방식이기도 한 유현은 이치(理致)가 깊고 아취(雅趣)가 높아 분별하고 헤아리는 것도, 온전히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때로는 동양화가 어렵게,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동양화가들은 존재의 이치와 아취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주제와 소재들을 선택해왔다. 이는 다양한 매체와 표현 방식으로 동시대와 호흡하고 있는 현재의 동양화가들에게도 유효하다.
올해 채연전에 출품된 작품들 역시 그러하다. 작가들이 관망(觀望)하는 광대한 세상과 그 속에 머무르는 무수한 존재들, 산과 들과 하늘에서부터 나무와 꽃과 풀잎, 인간이 만들어놓은 문명, 그리고 인간에 이르는 존재들은 모두 유현하고 고아(高雅)한 정신의 미학을 지향한다. 따라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물상(物象)들은 구체적인 하나의 이미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가시적이고 심원한 세계를 함축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들의 작업이 현실을 회피하거나 지나치게 고고함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근원적 정신성의 세계를 숙고하여 그것을 변화와 부침(浮沈)이 심한 세속적 현실에 틈입(闖入)시킴으로써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들 역시 다층적인 유현의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작가들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존, 세속의 물질적인 욕구만 가진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지적이고 심미적인 것을 향한 탐구를 가능케 하는 내적 욕구를 갖는다. 우리는 인간 존재를 비롯한 세계 속 존재,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이치를 깨닫길 원한다. 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될 때 비로소 현실의 갈등과 상처, 욕망들이 해소되고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미술-예술-도 세상을 탐구하고 그 이치를 체현(體現)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될수록 삶의 의미도 깊어질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세상의 이치를 탐구하는 자신만의 다양한 창(窓)을 제공한다. 똑같은 장소에서도 누창(漏窓, leaking window)의 형태에 따라 조금씩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듯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프레임을 통해 끝없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함으로써 자신만의 미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경험하는 관객들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내적 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제 36회 채연전을 통해 동양화의 정신이 가진 깊고 고아한 정취를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란다. ■ 이문정
Vol.20170911e | 유현의 공간-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동문전 채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