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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성북문화재단 참여,기획 / 성북아트커먼스(성북문화재단+협동조합 아트플러그) 디렉터 / 김웅기 총괄큐레이터 / 김소원 보조큐레이터 / 방예진 인턴 / 장예령
2017_0902 ▶ 2017_1203 참여작가 / 김하림_박혜민_박호은_정기엽 한승훈_도시건축집단 성북동-제주_스포이드 관람시간 / 09:00am~06:00pm / 7~9월_09: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제주도립미술관 JEJU MUSEUM OF ART 제주도 제주시 1100로 2894-78 (연동 680-7번지) Tel. +82.(0)64.710.4300 jmoa.jeju.go.kr
2017_0902 ▶ 2017_1125 참여작가 / 강현아_김춘재_장영원_정기엽 관람시간 / 10:00am~08:00pm / 10~11월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예술공간 이아 ARTSPACE IAA 제주도 제주시 중앙로14길 21(삼도2동) 전시실 전관 및 4층 작업실 등 Tel. +82.(0)64.800.9331 www.artspaceiaa.kr
지금 논하려는 관광은 개인의 여흥이 아닌 산업으로서의 관광이다. 18-19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으로서의 관광은 산업혁명, 제국주의, 이국취향 등과 맞물려 있다. 관광산업은 경제, 문화, 예술, 사회 전 분야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우리의 일상 영역에 들어와 있다. 복잡다단한 층위의 문제들이 얽힌 관광에는 명과 암이 확연히 존재하며, 이것이 공론화가 가능한 이유이자,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관광은 쇼이자 게임이다. 관광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일상과 다르다. 일상 속에 존재하지만 일상 그 자체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즉, 관광의 광범위한 파급력과 동시성, 그리고 관광의 본질을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관광의 본질은 상품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많은 것들이 동원된다는 점과 닿아있다. 관광은 '차별'과 '차이'를 기술적으로 이용하여 이국적이고 유토피아적인 '환상'을 재생산한다. 관광은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테마파크로, 쉽사리 그 가상성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한다. 게임은 환상을 기조로 하지만, 게임에 빠져들면 환상은 현실이 되는 이치다. 우리는 관광/지라는 게임판 위에서 또 다른 게임을 즐기려고 한다. 예술가들은 작품은 쇼를 통해 세상과 만난다. 세상과의 쇼를 준비하는 예술가들은 일종의 게이머(Gamer)다. 관광섬 제주, 관광예술마을 성북이라는 게임판에서, 일상이 아닌 게임을 만나기 위한 게임, 대안적 일상적 제안할 게임을 준비했다. 관광의 명과 암을 모두 담은 그 게임의 이름은 '럭키새드픽쳐쇼(Lucky / Sad / Picture / Show)'. 제주, 그리고 성북아트커먼스 ● 이 '게임'을 위해 10명의 작가들이 성북아트커먼스(Seongbuk Art Commons) 팀으로 모였다. 이들은 주제적으로 성북 혹은 제주라는 지역을 축으로 삼거나, 혹은 광범위하면서 동시에 본질적인 접근을 통해 투어리즘에 얽힌 여러 이슈들을 밖으로 꺼내 놓았다. 무엇보다 산업으로서의 관광이 가진 명암을 분명히 직시하고 개인의 경험과 감정 등을 충분히 관통시켜 다양한 해석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의 총합은 투어리즘의 실체를 상당히 입체적으로 드러내 준다. 작가들 각자의 해석과 해법들을 자전축으로 본다면, 제주도립미술관과 예술공간 이아라는 두 개의 다른 참여 공간에 각기 다른 컨셉을 제시한 접근은 공전축으로 볼 수 있다. 공전축이 뼈대를 세운 구조 하에 자전축과 공전축의 운동이 동시에 일어나는 셈인데, 이때 기대할 수 있는 활동량과 접촉면 증가는, 결국 주제에 대한 평면적 해석을 줄이고 보다 다양하고 밀도있는 결과물들을 만나도록 돕는다. 제주도립미술관 전시의 경우, 제주와 마찬가지로 관광의 문제를 안고 있는 성북의 지역성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작업들을 파빌리온 구조물에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파빌리온(성북아트커먼스 설치구조물) 초입에 놓인 거꾸로 씌여진 'WELCOME' 간판을 시작으로, 재개발로 어둑해진 성북 곳곳의 폐허와 골목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고운 톤으로 리터치해 원본성을 역으로 뒤집은 사진엽서들, 마치 잃어버린 고향마을을 회상하듯 자신의 마을 성북 풍경을 구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만든 그림엽서와 성냥갑 설치, 최고의 명당을 일컫는 완사명월(浣紗明月)을 성북의 수식으로 붙여 부동산중개업자(로 분한)와 함께 찍은 페이크 다큐, 제주와 성북, 실제와 가상 사이의 이미지들을 오가며 작가들이 만들어 놓파편적인 항로를 따라 산업관광의 실체를 추적하는 영상작업 차경(借景) 등이 하나의 자전축을 형성한다. 예술공간 이아는, 거대담론에 보다 초점을 맞춘 작업들로 구성됐다. 야간조명의 효과로 인해 더 화려하게 빛나지만 한편 섬짓한 테마파크와 동물원의 동물들이 담긴 회화, 유명 관광지로만 익히 알고 방문하는 정방폭포에 감춰진 4.3사건 연루 역사의 폭로를 담은 설치작업, 정작 제주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Jeju 생수와 그 생수로 만든 십자가 설치작업, 신파적 연출 컷들이 담긴 부모님의 제주 신혼여행 기념비디오와 국가주도 관광산업 육성 장면들의 거친 영상 꼴라주들이 또 하나의 자전축을 형성하며 산업관광의 속살을 헤집어 놓는다. 제시된 작업들은, 얼핏 환영의 제스추어나 화려한 볼거리, 낭만적 분위기 등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그 이면에는 허구성과 소통불가능, 정치 경제적 이데올로기 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형식과 구조 자체가 관광의 속성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여행과 관광이 누군가들에게는 여가가 아닌 삶의 목적으로까지 되어 버렸듯 우리의 일상으로 편입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이 아닌 환상을 강화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고맙게도 예술은, 이같이 상업논리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맥락에서 견고하게 작동하는 산업 관광의 실체에 틈을 벌여놓을 수 있다. 우리는 어렵사리 벌어진 틈과 그 사이로 내비쳐지는 속살을 통해 우리 자신이 과연 얼마만큼 주체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단내만을 풍기는 것은 대부분 사냥용 미끼기 때문이다. ■ 김소원
□ #1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의 성북아트커먼스 전시는, 관광 문화예술마을이자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성북'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작품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새로 지어올린 파빌리온과 유기적인 형태로 결합되어 관람객을 맞이했다. 투어리즘의 맥락에서 떠오르는 성북의 명암은 제주가 직면한 상황들과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머무는 동네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탓에 촘촘하고 복잡하게 나누어진 서울의 곳곳은 여전히 나에게 낯선 도시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한 번도 직접 가본 적이 없었던 '성북'은 신분증을 처음 만들면서 알게 된 나의 본적,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의 가족이 살았던, 서울살이의 출발점이 된 삼선동이 속해 있는 곳이다. 그 성북에서 연이 닿아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들이 말해주는 '이 도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총 여섯 명의 참여자를 만나서 그들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여섯 곳의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각의 장소에 대해 참여자가 기억하고 있는 인물과 사건들을 중심으로 대화하며 그 장소에 대한 단서들을 모았다. 사연이 담긴 성북의 곳곳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그들이 들려주는 묘사와 경험담을 통해 실제 장소를 찾아갈 수 있는 노트와 그림, 그리고 장소를 연상할 수 있는 단서가 되는 문장들이 담긴 상자를 만들었다. 오래된 도시들을 여행할 때마다 각지의 상징적인 풍경들을 그림으로 담아낸 성냥상자들을 하나하나 모아두고 때때로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곤 하는데, 성북에서 이야기로 만난 각각의 장소에 대한 단상이 담긴 드로잉을 표지에 넣어 마치 여행지 기념품 성냥상자와 같은 형태로 상자를 만들었다. 상자 안에는 해당 장소를 연상할 수 있는 단서가 되는 문장들이 담겨있다. 이제, 그렇게 만들어진 상자를 가지고 그 안에 담긴 단서들을 따라 낯선 도시 서울의 성북을 여행할 준비를 한다. ■ 김하림
도시를 터전 삼아 살아가면서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도시 이면의 모습에 얽힌 기억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일상의 현상과 존재하는 구조들에 대한 관찰, 그 안에서 발견된 사회적 차이를 시각적 언어로 소통한다. 일상적 공간에 대한 허구적 재현과 허구와 실재를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잇'한 동네 살고 싶은 예술가 P씨가 완사명월(浣紗明月) 성북을 걸으며 동네를 소개하는 기행 다큐멘터리다. 성북동의 공인중개업자들의 글, 인터뷰를 바탕으로 성북동을 이야기한다. ■ 박혜민
이상한 간판이었다. 제주공항을 나가면서 본 그것은 3개의 외국어만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중 영어 문장은 "We love having you here."라고 적혀 있었는데, 생경한 표현에 새삼 환영인사와 그것을 주고받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we"는 어떤 사람들일까? "love"는 불분명한 "we"와 더불어 공허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이슈가 됐던 114의 인사말 "사랑합니다, 고객님"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왜 그 간판이 눈에 밟혔을까? 간판의 형식을 거울삼아 내 작업을 들여다본다. 간판의 이쪽에서 나는 "WELCOME"이라고 힘겹게 글자를 뚫으며 맞은편 사람에게 손짓하지만, 정작 간판의 저쪽으로 보이는 것은 좌우가 뒤집어진 말이다. 별문제 아니다. 간판을 돌리면 된다. 돌려지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내가 매여 있는 오류를 찾아 비어 있는 글자로 채워진 육면체를 더듬는다. ■ 박호은
성북동은 나의 정신적인 고향이다. 이곳에 나이가 들어 다시 정착하고 지금은 이사를 갔지만 여전히 성북동을 수시로 드나든다. 성북천은 이미 복개되었고 오래된 집들은 무너지고 빌라들이 들어섰다. 투기인들이 달동네 북정마을까지 들어왔다. 역사적 인물, 예술가들의 족적이 흩어져 있어 성북동은 자칭 문화예술지역, 박물관이라며 유난을 떠는 동네이기도 하다. 맑은 오후 어느날 나는 법정스님의 길상사에서 한용운의 심우장으로 가는 길을 잘 못 들어섰는데,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폐허를 맞닥뜨려 멍하니 발을 떼지 못한 적이 있다. 유난히 빈부차가 심한 성북동에서 나는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문화니 예술이니 역사를 깡그리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미디어는 온갖 욕망을 자극하여 각종 맛난 음식과 심지어 가난, 전쟁까지 포르노거리가 되었다. 사진이 거짓말에 익숙하듯 폐허가 된 동네의 민낯을 드러내기보다 예쁘게 화장을 시키기로 한다. 사람이 살거나 살지 않는 박제된 동네, 무작정 하늘에 선을 그은 전깃줄부터 나의 개인적 기억의 풍경들을 담아 관광엽서로 만든다. 시대가 변해 아무도 쓰지 않는 아날로그 시대 엽서처럼 아무도 찾지 않는 틈새를 조용히 드러내고자 한다. ■ 정기엽
어떤 장소의 움직임을 찍어내는 행위는 사라지는 기억과 왜곡을 봉합해낸다. 그것은 몸으로 걸어 들어가 새로운 기억의 항로를 그려 넣는 것이다. 관광의 기억을 추억으로 선명하게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록되어진 지표가 필요하다. 사진이나 영상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 기억의 지표는 일종의 성좌(星座)와 같아서 생리적 기억의 왜곡과 변형에서 구원해줄 것이다. 지표가 되는 매체를 통해 기억이 재생될 때, 그 때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기록되어진 다른 면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성북'과 '제주'의 공간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각각의 작가들의 항로의 파편을 따라 횡단하면, 산업관광에 가려져 있던 다른 기류들이 포착된다. 일상의 반복에서 쉽게 지나치는 풍경들을 낮선 시선과 공간으로 끌고 들어와 가상과 실재의 경계에서 다른 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한승훈
지역을 기반으로 건축의 공공성과 건축가의 사회적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실험적인 태도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제시하는 건축가 그룹으로, 급변하는 도시와 지역을 위하여 건축 및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통해 지역의 공공성과 건축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최근 정릉 천변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 지역을 고려한 연남동 상업시설 프로젝트, 함께 모여사는 공동체를 위한 효창동 다세대 주택 프로젝트, 한국마사회 중문 입장권판매소 개수공사, 제주시 자원순환센터 신축공사,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승마힐링센터 증축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 도시건축집단 성북동-제주
2015년 가을, 서울특별시 성북구에서 66종의 동네 패턴을 촬영하고 그 패턴을 수집한 주소지를 함께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성북구에서 촬영된 지역 패턴 중 일부를 적용한 스포이드 굿즈도 만들어졌다. 패턴들은 공간 자체의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인쇄되어, 엽서, 쿠션, 캔버스액자, 시계, 코스터, 파우치 등으로 제작되었다. ■ 스포이드
□ #2 예술공간 이아 예술공간 이아의 성북아트커먼스 전시는, 성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출발점에서 벗어나, 투어리즘 주제 자체의 의미에 보다 초점을 맞춘 작업들로 구성됐다.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화려한 포장 이면에 감춰진 고통스런 역사, 정치적 종교적 이데올로기, 자본주의 논리 등을 미학적으로 풀이해 보여준다.
제주 사람은 묻는다. 육지에서 오셨어요? 낯설긴 하지만 육지와 섬을 분간하여 내 위치를 명확하게 하는 질문이다. 제주에 살면 좋죠? 택시기사에게 물으니 한번 살아보라며 빈 웃음을 짓다. 해안가 마을들은 더할 나위 없는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동양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바로 연결된 폭포는 관광객들로 늘 북적인다. 동굴들은 화산섬다운 경관을 선보이며 입을 벌려 시원한 공기를 뿜는다. 이국적인 가로수와 에메랄드 빛 바다가 이 곳을 환상의 섬이라며 부추긴다. 변덕스런 날씨 외엔 아무 일도 없었을 듯한 처음 가 본 제주는 그랬다. 그리고 4.3을 듣고 난 후의 그 곳은 풍경과 감정이 분리돼 혼란스러웠다. 오랫동안 어둡고 좁은 동굴에 묻혀 살아남은 사람도 말하지 못했던 사건, 학살의 장소였던 정방폭포는 밤낮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물로는 씻겨 내려가지 못할 기억을 쏟는다. 자신을 삼촌이라 칭하며 손주를 자랑하는 올레길 해안 마을 주민에게서 소설 순이삼촌이 문득 떠오른다. 많은 유해들이 발굴된 제주공항의 활주로를 보며 육지로 나갈 비행기를 기다린다. 차마 떠올리기 어려운 시간인 4박 3일은 푸른 관광섬 너머 붉은 섬 제주를 고요하게 설치한 작업이다. ■ 강현아
눈부시게 밝은 빛과 칠흑같은 어둠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에서 동일하다. 눈부신 밝음은 눈을 멀게 하여 앞을 볼 수 없게 만들고, 칠흑같은 어둠은 한발자국 앞이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알 수 없게 한다. 나는 지난 개인전에서 개발의 풍경이 우리의 필요에 따라 진행되는 작위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그 삭막한 풍경은 현실의 결핍을 상대적인 풍족함으로 전환시키고, 동시에 미래에 올 것이라 상상하는 편리로 지금의 불편을 자위시키는 장치가 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하나의 판타지이며,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우리의 일상은 이러한 판타지의 풍경들이 모여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환상은 화려하지만 공허하며, 홀로그램과 같은 눈부신 그림자이다. 환상적인 빛에 의해 구축된 그림자들, 그것이 지금의 세계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은 불안을 증폭시키고, 그 가운데 비치는 한줄기 빛은 유일한 희망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 유일한 빛 속에 들어간 나는 거꾸로 상대적인 주변의 어두움을 더욱 각성하게 되고 나의 몸은 오히려 어둠 속에서 집중된다. 우리는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눈부신 미래에 대한 환상을 희망 삼아 살아간다. 그래서 더 우울하고, 불안하다. 나는 이 작업들을 통해서, 우리가 겪고 있는 불안과 우울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 김춘재
RREKALL은 필립 K.딕의 단편소설 『도매가로 당신의 기억을 팝니다』를 원작으로 둔, 폴 버호벤 감독의 1990년도 영화 『토탈리콜 Total Recall』에 등장하는 기억 판매 회사 이름이다. REKALL은 진짜 여행 보다 안전하고, 선명하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안되며 진짜 보다 진짜 같은 질감의 여행을 '가상'으로 경험 시켜주는 것을 홍보 하고 있다. 나는 여기에 착안하여 REKALL: 「have a good rest」를 통해 관광의 의미를 개인이 경험한 혹은 마주 했던 흐릿한 기억들과 휴가정책으로의 '관광'과 정치적 관광 상품인 '금강산 관광', '백두산 관광' 그리고 경제학적 시점의 '한류 관광', 'DMZ관광' 등의 이데올로기적 요소들을 사진과 영상을 함께 교차 편집하여 질문하고자 한다. ■ 장영원
물은 중력에 따라 흐르고 병입된 물은 자본이라는 중력에 따라 흐른다. 제주에서 잘 유통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주(Jeju)라는 붉은 글씨가 강조된 (생수인 듯한) '혼합음료' 패키지로 십자가를 만든다. 이는 한국 도시의 야경에 뜬금 없는 붉은 네온 십자가처럼 거대한 무덤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진짜와 가짜가 온통 뒤섞인 세상, 자본에 물를 빨리는 자연은 인간에게 아직도 피를 빨리는 예수와 비슷한 처지이다. 희생을 위로(?)하는 제의적 장치로서 '물의 묘' 위에 관객이 누으면 세워진 모니터에 그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 정기엽
성북아트커먼스 Seongbuk Art Commons ● '성북아트커먼스'는 예술과 공간, 역사자원 및 사회인프라 등을 '특정한 누구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으로' 공유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성북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공적공간과 사적공간, 예술가와 주민 등 주체들의 연계는 공유와 협치, 시민자산화 등의 추상적 개념을 지역사회에서 적절하게 구체화시키는 주목할 만한 사례가 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공적 자원과 민간 주체들 사이에 이렇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예술생태계를 고민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형식적인 협의체를 넘어 공간 및 전시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예술생태계를 고민하며, 형식적인 협의체를 넘어 공간 및 전시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기획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아트커먼스로서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자율적인 문화예술네트워크 '공유성북원탁회의'와 시각예술인 중심의 느슨한 모임 '성북시각예술네트워크', 그리고 2017년 2월 창립한 문화예술인협동조합 '아트플러그'까지, 성북아트커먼스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특별히 2016년 12월 제주도립미술관 및 제주문화예술재단과 협약을 맺은 성북문화재단이 협동조합 아트플러그와의 공동기획으로 제1회 제주비엔날레에 성북의 사례로 참여하는 과정은 성북아트커먼스의 정체성을 잘 담아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성북아트커먼스가 단순히 한 지역의 사례로서가 아니라 특정 사례로 주목되면서 그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Vol.20170903l | 럭키새드픽처쇼: Game×Game-제주비엔날레 2017-성북아트커먼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