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표면 Hard-surface

2017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 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된다. 비평가, 큐레이터 등 외부 전문가들과 작가들 만나 작업의 다양한 면모를 풀어내고 나눠보는 어드바이져 워크숍을 통해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져 작업에 대한 폭을 넓혔다. 이에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로 체류하는 동안 기존 자신의 방법론을 어떤 방법과 의미들을 새로이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실험들을 선보인다. 개별 스튜디오에서 전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의 기록과 실험적인 이미지, 불완전한 예술적 의미, 모호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전시장에 잠시 머무르며 그런 첨예한 문제들을 관람객과 나눈다. 이에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우리에게 현대의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미감을 교류한다.

김미래_Basics_패널에 아크릴채색_100×60cm_2017

김미래_Half composit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스프레이_112.1×162.2cm_2017

이에 세 번째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로 김미래의 회화를 선보인다. 김미래의 작업은 본인의 주관적이거나 심리적 감정에 기인하는 추상적인 모티브로 진행하고 있다. 주된 작업의 테마로 심리적 감정들을 추론하여 추상화하는데 그 형상의 다채로움은 비대상적이거나 재현적 코드를 제거한 화면자체의 개념을 들춰내려는 태도에 가깝다. 이러한 태도는 추상표현주의와 미니멀리스트의 회화의 연극성과도 닮아 있어 표면의 이미지와 형태를 이리저리 끝없이 들춰내려는 행위를 감지하게 만든다. 이 개념은 김미래의 회화에서 그대로 작동되어 표출되지만 역설적으로 그 위에 심리적 코드들이 숨바꼭질 하듯 그려져 있어 기호들이 하나의 기의로 변용되는 것이다.

김미래_Frame_패널에 아크릴채색_100×60cm_2017

김미래_Easy draw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스프레이_162.2×112.1cm_2017

김미래의 화면은 이미지를 하나의 면으로 납작하게 덮어버린 일종의 딱딱한 표면(hard surface)을 추구한다. 작업과정을 보면 자신이 이미지로 구현하고자하는 심리적인 요소들의 배치, 기하학적인 이미지, 잘 재단된 선의 중첩, 다중적인 재료의 표현, 도형의 공간 구성을 통해 화면 안에서 이미지를 무한히 다층화 시키기 위한 일련의 계획을 거친다. 더 화면을 보자. 기하학적 색면 이미지와 함께 병치된 선, 텍스트와 기호들이 화면에 부유하듯 존재한다. 이러한 김미래식의 색과 면, 선의 회화적 기호들은 잘 맞춘 혹은 잘 디자인된 건축적 방법으로 겹겹이 쌓아지며 어떤 의미를 넌지시 던진다. 이렇게 화면의 이미지들은 김미래의 손끝 감각이 도출된 즉흥적인 추상적 도상으로 드러나지만 외려 건축적 도면을 그리듯 의도적인 행위의 흔적들로 '복잡함' 내포되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하여 아니러니하게도 그 표면의 '딱딱함'은 오히려 이면의 '부드러운' 카오스의 세계로의 진입을 위한 껍질일 것으로 이미지화됨을 인지하게 된다.

김미래_Coll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종이에 프린트_116.8×91cm_2017

김미래_Light painting_캔버스천에 아크릴채색, 유채, 스프레이_2017

김미래_혼합체 Mixtur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캔버스천_30×30cm_2017

또 김미래의 화면은 추상적 행위와 다채로운 도상을 원칙이 선 듯 검열하여 화면에 배치하지만 완벽이라는 모호한 구성의 허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업하면서 도상의 완벽과 구성의 완전체라는 허구 이면에 어떤 복잡한 심리적인 대상으로 자리하면서 화면의 대상은 어느새 심리적 몽타주로 현실화될 때 그 김미래적 이미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무수한 개념들과 복잡한 의미들이 어느 순간 함축된 이미지로 변용되며 화면으로 떠오를 때 다시 화면은 엣지있는 딱딱함의 표면으로 은유된다.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Vol.20170902g | 김미래展 / KIMMIRAE / 金美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