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uch展-Ⅱ

거대한 자연 속에 은폐된 의미들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예술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완벽한 세계인 이데아의 원형을 모방하는 것이라 하였고, 이후 등장한 플로티누스는 영의 세계에서 유출된 것들이 만들어낸 감옥인 육의 세계는 영의 세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플로티누스를 비롯해 여러 중세의 인문학자들은 플라톤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는데, 그것은 조물주가 물질로 세계를 형상하고자 하였으며, 육체(물질)에 포획되는 순간, 영혼은 수용소에 감금된 포로와도 같으며, 본래의 장소인 원천으로 회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고로 그들의 의견에 따르자면, 선(善)의 이데아에서 태양처럼 유출되는 빛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자만이 세계를 진정 이해하는 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와 동시대에 활동하는 몇몇 학자들은 역사 이전의 선사시대에 인류는 모든 존재를 영안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며, 그들과 영적 소통이 가능했으리라 유추하곤 한다. 아마 이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2009)」를 통해 상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연의 목소리를 들었고, 자연의 영혼을 목격하였으며, 자연과 공존하였다.

박길주_푸른 자연 Green nature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7

박길주_포근하게_캔버스에 유채_227.3×181.8cm_2017

박길주_제주에서 파리지엥 Parisien in jeju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17

박길주_우리들만의 겨울 Our own winter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7

작가 박길주는 개념(idea)만을 가지고, 비교적 간단한 제작과정을 거치며 탄생하는 수많은 현대미술 작품들 앞에서 묵묵히 자연을 바라보며, 그것들 안에 숨어있는 존재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의 언뜻 일련의 작업들은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폴 세잔을 떠올리게 한다. 세잔은 동일한 대상 앞에서 생의 많은 시간들을 바쳐 그것들을 관찰하고 마주하는 데 공을 들였으며, 누구나 바라볼 수 있는 물질적 대상 안에 함축되어있는 모습들을 끄집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많은 이들이 자신 앞에 놓여있는 생에 함몰되어 타인과 타자를 바라보기를 꺼려하는 이때에, 칸트 식 의미로 무관심하게, 즉 자신의 욕망과 연결 짓지 않으면서 의지적 노력을 제거한 상태로 자연을 바라보고, 그것을 화폭에 담아낸다는 것은 새삼 숭고하기까지 하다. 미학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대두되는 '숭고'는 거대한 자연에서 거리를 두되 합목적적으로 그것들 대할 때 발현되는 것으로, 광활한 자연에 내재하는 한편 파괴적인 그리고 또 다른 한편 창조적인 힘과 마주할 때 얻게 되는 것이다. 사사로운 일상에 집착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자연의 대재앙 앞에서 이러한 힘에 대해 새삼 깨닫기도 한다. ● 서양화와 동양화에서 풍경화는 정물화나 인물화에 비해 비교적 지적이고 사념적인 작업에 속한다. 다른 것들처럼 직접적이지도 않으며, 그 목적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로 풍경화는 작가의 정제된 사유와 욕망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보이지 않는 것 혹은 이미 보았던 것들의 은폐된 의미를 추적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박길주가 큰 캔버스에 제주의 거대하고 영험한 풍경을 담은 작업들 그리고 그와 연계되는 여러 점의 드로잉들은 이러한 시간과 수고의 감내로 가능해진 것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작가의 작업을 바라볼 때, 현실의 눈인 육안보다 이미 지니고 있으나 그 기능이 쇠퇴해버린 영안(靈眼)을 작동시킬 필요가 있다. 어찌보면, 이 창작과 감상의 행위 속에서 작가의 역할을 두 세계의 중개자인 것은 아닐까? ■ 김지혜

박길주_괜찮아 아빠가 있잖아 It's okay. There's God_캔버스에 유채_162.1×650cm_2017

박길주_하늘여행 Journey to the sky_캔버스에 유채_91×116cm_2017

박길주_11월 제주에는 In November in jeju lsland_캔버스에 유채_60.6×80.3cm_2016

박길주_오름 오르다 Oreum_캔버스에 유채_40.9×31.8cm_2017

박길주_오름 능선 Oreum_캔버스에 유채_50×65.1cm_2017

Hidden connotations in the great nature ● Plato, an ancient Greek philosopher, said that art imitates the prototype of Idea, a perfect world that cannot be seen with the naked eye and later, Flutinus said that the world of matter, a prison created by the spills from world of spirit should reflect world of spirit. Platinus and other medieval humanist scholars were greatly influenced by Plato and it was that the creator intended to shape the world with matter and at the moment of being captured by the body(matter), the spirit is like a prisoner detained in a jail and it tries to return to the original place of origin. So, according to their opinion, only those who can sense the light ray that emanates like the sun in the Idea of good is the one who truly understands the world. And some scholars working with us contemporaneously sometime imagine that mankind in prehistoric times could see all beings in spirit and spiritual communication with them could have been possible. Perhaps this can be recalled through James Cameron's movie Avatar (2009). They listened to the voices of nature, witnessed the spirits of nature, and coexisted with nature. ● The artist, Park Gil-joo, looks at nature in silence in front of many contemporary art works that are born through a relatively simple production process with ideas only and tries to reveal their hidden existence in them. At first glance, a series of his works remind us of Paul Cezanne, who occupies the most important position in western art history. Cezanne devoted a lot of time of his life to observing and facing them in front of the same object and he focused on bringing out images implied in a material object that anyone could see. At this time when many are reluctant to look at others as they are drowned in the life that lies before them, looking at nature and putting it on a flowerpot is even sublime indifferently in a Kantian sense, that is, without linking to his own desire and willingness to do so. 'Sublime', which emerges as one of the important concepts in aesthetic theory, is something that is expressed when there is a distance from the great nature and it is treated purposefully and it is what can be obtained when facing the intrinsic and destructive and on the other, creative power existing in the vast nature. Most modern people who are obsessed with personal life often realize this power before the catastrophe of nature. ● In Western and Oriental paintings, landscape painting is a relatively intellectual and thoughtful work as compared to still painting or figure painting. It is because it is not as direct as others, and its purpose is not evident. Therefore, landscape painting can be completed by the refined thought and desire of the artist, and it can be seen as a work of tracking the hidden meaning of the invisible or things already seen. Park 's work of Jeju' s huge and stunning sceneries on a large canvas, and drawings of various points associated with it, are made possible with such his time and effort. Therefore, when looking at the work of the artist, it requires to operate the spirit eye, which is already possessed but has already lost its function as opposed to the naked eye, the eyes of reality. Somewhat, the role of the artist could be an intermediary between the two worlds in the act of creation and viewing. ■ Kim Ji-hye

Vol.20170827a | 박길주展 / PARKGILJU /朴吉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