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821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 Gallery Bundo 대구시 중구 동덕로 36-15(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0)53.426.5615 www.bundoart.com
요즘은 다양한 공간에서 신진 미술작가들을 위한 전시가 기획된다. 의도나 스타일이 각양각색인데, 참여 작가들이나 기획자들의 마음은 아마도 하나일 것이다. '잘 되었으면!' ● 전시에 대한 평단의 후한 평가든 박한 평가든, 아니면 상업적인 성과의 높낮이도 당연히 영향이 크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의도를 그대로 살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하나로 모일 것이다. 이 하나를 이루는 밑바탕에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협력이 깔려있다. 투여되는 노력과 협력의 주체는, 가령 전체를 움직여가는 공간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가진 의지, 전시의 방향과 색깔을 정하고 연출하는 기획자, 그리고 후원자들의 뜻이 한 데 모여야 온전한 시작과 마무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 ● 이번 카코포니 리마인더 전은 갤러리 분도가 매년 진행해 왔던 신진작가 프로모션 전시를 잠시 멈추고, 다른 형식으로 접근한 일종의 보고서다. 카코포니를 통해 미술계에 진출한 작가들의 현재를 주목해보자는 뜻을 살려 리마인드(re-mind) 개념으로 다듬었다. 사실 여기에는 꽤나 많은 고민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문제는 수많은 역대 참여 작가들 가운데 누구를 이 장에 초대하는 가에 관한 결정이었다. 고민 끝에 필자는2006년 첫 회부터 2016년 작년 12회까지 선정되었던 예순두 명의 작가리스트 아래에 카코포니 기획에 큰 힘을 보탠 분의 이름을 표기해보았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박동준 대표를 필두로, 윤규홍 디렉터를 포함한 역대 아트디렉터들의 의견을 구하고, 여기에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의 의사를 더해 하나의 일람표를 완성했다. ● 이렇게 해서 남은 작가 이름이 오정향, 안동일, 홍지철, 권세진, 박수연이다. 세상에 그 무엇도 전적으로 객관적일 수는 없지만, 이들 다섯 명의 참여 명단은 현재 작가로 이룬 성취와 함께 분도라는 화랑이 가진 성향까지 고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리스트에 빠져있는 더 훌륭한 작가 군이 나머지 쉰일곱 명 가운데 포함되어 있다.
다섯 작가들의 출품작을 간략히 살펴보면, 미디어 아티스트 오정향은 해체된 도심 공간을 영상으로 구축함으로써 그 속에 소멸해가는 기억을 불러 공간과 관련된 기억을 불러온다. 그는 사람들에게 구술 형태로 전달받은 기억을 삼차원 영상기술로 표현한다. 이러한 재현은 현재를 사는 각자의 기억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공간 프로젝트다.
사진과 회화와 아카이브 등 전 방위에서 활동 중인 작가 안동일은 자신이 직접 관찰한 도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가 렌즈에 투사하여 만든 이미지에는 작가적 시선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 시선 속에는 같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변화, 도시인들의 바쁜 동선, 삶의 흐름이 겹쳐져 있고, 작가는 그 다양한 풍경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서양화가 홍지철의 작품에는 항상 커피향이 배어있다. 그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끊을 수 없는 커피를 주제인 동시에 재료로 삼아 주로 평면 회화로 완성해 왔다. 대다수가 빈곤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커피 생산국의 어린이들을 도상으로 삼은 그의 작품은 커피를 둘러싼 문화제국주의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그 현실의 비참함을 관객들이 너무 무겁게 다가가지 않는 방식으로 담담히 그려낸다.
한국화를 전공한 권세진의 예전 초반 작업은 그의 개인사가 담긴 사진 앨범에서 시작되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근대사 속에 다수의 기록으로 그 작업 범위가 확장되었다. 작가는 역사를 보도 사진과 같은 공개 기록물로 접하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에게 의문을 품었다. 이에 그는 현 시대의 한 사람인 동시에, 기록의 담지자로서 이미지를 채록하고 있다. 작품 속 획이 겹쳐 지나간 자리는 권세진이라는 관찰자를 투과한 또 하나의 기억그림사진이 된다.
전시작가 중 가장 막내 뻘인 작가 박수연은 자신의 삶에 예기치 못했던 여러 상황을 자연현상에 빗대어 시각화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의 권능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입하여 화폭에 표현된다. 그렇게 탄생한 기묘한 풍경은 캔버스에 부유하듯 그려진다. ● 미술 창작가의 길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어둠의 길일 수 있다. 그렇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작가들이 벌이는 치열함은 하나의 결실이 되어 스스로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들을 위한 자리이다. 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 다섯 작가가 지금까지 카코포니 프로젝트를 거쳐 간 작가들 가운데 주요한 리마인더로서 기록되고, 또한 이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할 작가 지망생들에게 선명한 지침이 되길 바란다. ■ 김지윤
Vol.20170821b | 카코포니 13_리마인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