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담회 / 2017_0812_02:00pm_화천 청소년수련관 세미나실 2층
참여작가 강동균_고경화_권용택_길종갑_김수범_김영화 김영훈_김용철_김준철_김지영_김진열_노경호 박영균_박은경_박임숙_박현효_서숙희_성춘석 송맹석_송창_신대엽_신미란_신희경_양미경_유창환 이광영_정용성_정춘일_주연_홍덕표_황재형_황효창
기획 / 박응주(미술비평가) 주관 / 강원민미협_경남민미협_탐라민미협 후원 / 화천군청
화천갤러리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산천어길 91 Tel. +82.(0)33.441.6982
이 전시는 90년대와 세기 전환기를 거치며 모든 것은 자본주의적 서사 속에 깊숙이 포섭된 삶 아닌 것이 없게 된 한국 사회와 무반성적인 한국미술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서 기획되었다. 화가, 조각가인 작가들은 그곳을 '감각'을 둘러싼 전장터로 본다. 우리의 근대 전체가 서구의 '수입산'으로 메꿔져 왔던 이래로 이제는 '글로벌 글로벌'하는 속절없는 선망의식으로 무려 100여년 한 세기를 조각해오고 있는 나라, 어처구니없는 4대강들에 대한 회복할 수 없는 죄업, 필설로 차마 표현 할 수 없는 세월호의 슬픔과 분노에서 만나듯 사회계약의 당사자-국가의 배신을 목도하는 그 나라에 사는 쇠잔해진 '국가의 주인들'에 대한 얘기다. ● 감각 : 감각 ! 분단의 최접경지 화천에서 평화와 사랑을 말해야했던 이유다. 물(水)은 결코 인자하지 않아 급기야 저대로 가고자하는 물길을 내고야말듯이, 리얼한 상상력, 정확한 상상력을 예술가는 염원한다.
1). 한국미술은 지난 반세기, 급속한 서구화와 글로벌화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정작 '한국미술'에 대해 충분히 묻고 답할 겨를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 원인을 넓게 찾자면, 특히 90년대와 세기 전환기를 거치며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은 자본주의적 서사 속에 깊숙이 포섭된 삶 아닌 것이 없게 된 그야말로 정글이 되었다는 사회학적 진단을 제출해볼만 하겠습니다. 따라서 경쟁과 생존이 유일한 법칙이 된 폐허에서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시지프스적 깊은 탄식과 절망의 밤을 지나오곤 하지만 정작 자신의 편견이나 깊은 절망의 근원이 대체 어디에서 연유하는 지도 모르게 된 뒤틀린 현실감각이 각자의 내면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2). 우리의 근대가 '수입산'으로 메꿔져 왔다는 사실은 인정할지라도 '한국미술'이 매시기 발빠르게 수입된 서구의 것을 우리 현실의 풍경과 관념으로 승화시켜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곰보, 구리개, 약방, 요강, 망건…"을 부끄러워 했더랬습니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매달리면서 우리 스스로를 발견하는 계기들을 지연시키거나 방기해왔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토록 지연되어 왔던 그 질문들 앞에 서야 할 시점입니다. 혹시 우리는 쎈 놈, 즉 서구나 예술사 자체라는 어떤 권위의 그물 안에서만 선진적 혹은 창조적, 자율적 예술이라는 식의 안도감을 느끼는 부조리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예술 외부에서의 고찰이나 때론 속절없고 불가피한 저 처연한 생(生)이라는 더 넓은 데로부터 오는 타율성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거리지는 않았는지, 작업은 장르안에 안전하게 몸담고 있어야만 작품이 된다고 단순소박하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근원적으로, 급진적으로 묻고자 하는 것입니다.
3). "리얼리즘 상상력"이라는 말로 우리가 구성해 보고자 하는 담론은 우선, 일상적 경험을 예술가가 직접 사진적으로 포착한다는 의미에서의 '자연주의'라기 보다는 사물들의 말을 '듣는 자'로서의 리얼리스트에 의해 구성되는 무엇이겠습니다. 따라서 '듣는 자-주술사'들은 사물들의 궁시렁거리고 투덜투덜하거나 탄식하는 '가슴속에 남아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대신 말해주려 합니다. 그 때의 그들이라면 예컨대 그 꿍꿍이들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 안에 스며있는 의식․무의식적 열망이나 고통의 저변을 고통스럽게 확인하고 나올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예술이 역사적인 것이고 삶과 연대된 것이라면 역사의 지층, 삶의 지층 안에 누대로 쌓여있는 회한과 슬픔, 분노와 연민과 같은 것들과 무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 그렇게 쌓여있는 회한의 켜, 그것이 당당한 '현실'임을, 따라서 상상력이라는 곡괭이로 캐내와야 할 진실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벤야민(w. Benjamin)적 언어관을 빌어 말한다면 사물들의 언어는 "자신의 명료성을 회복하게 될 계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4). 앞서 '사물'을 말 한 이유는 "하물며 사람이라면"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회한을 쌓아가고만 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4대강들에 대한 회복할 수 없는 죄업, 필설로 차마 표현 할 수 없는 세월호의 슬픔과 분노, '최순실 대통령'사태에서 직면하는 사회계약의 한 당사자-국가의 배신, 감당할 수 있는 인간적 척도를 초과해버린 물질문명과 미망의 스펙터클로서의 문화적 훈육 기제에 대항할 힘마저도 없어 쇠잔해진 '국가의 주인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우리가 그려야 할 대상물은 이 지상에는 없는, 가라앉아있는 기억으로나 희미하고 보드랍게 진토가 된 형형한 정신으로나 밖에 남아있지 않아 보이는 이 척박한 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상실된 본질을 복구시켜 총체적 인간을 표상해 보려는 '리얼리즘 상상력'의 미학적 목표는 '예술의 창조성'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창조성'에 붙여진 이름인 것입니다. ■ 박응주
Vol.20170812b | 화천 평화 미술-리얼리즘 상상력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