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Raw Material To Art Work

김시영_이정섭 2인展   2017_0810 ▶ 2017_0823

초대일시 / 2017_0810_목요일_05:00pm

기획 / 정영목

관람시간 / 11:00am~07:00pm

백악미술관 BAEGAK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6(관훈동 192-21번지) Tel. +82.(0)2.734.4205 www.baegak.co.kr

From Raw Material To Art Work-도공과 목수 - 1. Trans Material ● 미술작품은 물질에 천착한다. 이런 측면에서 작가는 물질에 변형(變形)을 가하는 마술사라 할 만하다. 물질의 속성을 유지한 채 형태만의 변화를 추구하는가 하면, 그 속성 자체를 넘어 변질(變質)과 변이(變移)를 꾀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상상과 상징으로 물질이 기호화되기도 한다. 뒤샹(Duchamp)의 변기나 보이스(Joseph Beuys)의 지방(fat) 작품이 이들의 대표적인 예라 할만하다.

이정섭_Flat 3_참나무_41×118×36cm_2017

한편, 포스트모던의 이 시대에 인류는 온갖 생물학적, 화학적 변화와 함께 우리의 몸과 정신을 내맡긴 상황 속에 일상을 살고 있다. 각종 플라스틱 제품과 비닐 포장 등이 자본주의의 경제학을 등에 업고 이 시대 산업사회의 도상처럼 떠돌아다니며,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무색케 하거나, 뿌리에 관한 원본과 원류의 근거들을 무의미하게 취급하기도 한다. 때문에 작가로서의 독창성과 천재성 같은 모더니즘의 산물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모든 사람, 모든 것이 예술일 수 있다는 극단적인 개념과 아이디어가 난무하는 각개전투의 시대를 작가로 살아남아야 하는 역설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정섭_Flat 4_참나무, 애쉬 블랙우드, 비치 블랙우드_40×50×40cm×3_2017
이정섭_Steel 2_스틸_15×144×50cm_2012

이런 세상에 '날 것으로서의 물질(raw material)'을 고집하며 '결과보다는 과정(process)'을 의미 있어 하고, 작업의 노동으로 승부를 걸어, 삶과 예술의 일상을 꾸려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장인(匠人) 두 사람, 도공 김시영과 목수 이정섭의 최근 작품들을 묶어 기획의도에 합당한 전시로 연출하여 세상에 내어놓는다. 김시영은 흙(土)과 물(水)과 불(火), 이정섭은 나무(木)와 쇠(金)를 다룬다. 해(日)와 달(月)을 품은 한 낮의 노동과 밤의 휴식, 그 일상들을 모두 나열하면, 그야말로 일주일의 칠(七) 일을 '날 것'들과 씨름하고 노니는 작가들이다. 이 둘의 작업은 우리의 생활에 직접 관여한다. 김 도공은 도자기로 그 중에서도 검정빛이 도는 흑자 브랜드로, 이 목수는 집짓는 목수 겸 기능성의 가구와 쇠붙이를 생산한다. 이 둘은 각자의 분야에 나름대로의 실력과 명성을 형성한 중견급의 작가이자, 흥미롭게도 둘 다 홍천군에 살면서 작업한다.

김시영_평화의 불꽃_50×54×54cm_2015
김시영_형태에 관해1_36×37×37cm_2017

2. 김 도공과 이 목수 ● 필자는 이번 기획전에 김시영의 파형(波形) 작품에 주목했다. 그동안 흑자로서의 전통과 생활도기(生活陶器)에 주력하여 많은 개인전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기능성보다는 작품성', '정통(正統)보다는 일탈(逸脫)', '아름다움(beauty)보다는 에너지(energy)'가 충만한 작품들을 연출했다. 특히, 얌전하지 않은 그의 파형적인(deformative) 형태 감각과 표면 질감은 필자가 접한 어느 도자 작품보다 에너지가 넘쳐보였다. 그 에너지의 원천이 이제 나이 육십에 접어드는 작가의 무엇에서 발현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내심 추측하면서도, 어떤 한계를 넘어선 그의 지독한 자유로움이 역설로서 빚어낸 숨고르기 같은 것이다.

김시영_형태에 관해2_36×34×34cm_2013

인류의 역사와 함께 도자의 예술은 태생적으로 무언가를 '담는 형태'를 지향해 왔다. 때문에 회화나 조각이 추구하는 형태(shape) 감각과 달리 기능(function)을 수반한, 아니면 고려한 형태일 수밖에 없으므로 도예가의 파형적 일탈은 태생적인 한계를 지녔으며, 그것은 또한 불의 온도와 유약의 결합에 따른 우연과 만나면서 수없는 좌절과 만족을 경험하며, 작가가 도자를 키우기 보다는 반대로 도자가 작가를 키운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반복의 과정이 김시영을 겁 없이 형태에 덤벼드는 늙어가는 숫 사자로 키웠고, 이제는 감성과 이성의 합리적인 조절보다는 '끝까지 간다'는 심정으로 자유를 밀어붙이니 작품 스스로 '에너지'를 발산할 수밖에 없다. 좋은 일이다.

김시영_흑유병1_25×20×20cm_2016 김시영_흑유병2_25×23×23cm_2016

이와 반대로 이정섭 목수는 철저하게 연구하고, 계산하여 한 치의 오차를 용납할 수 없는 성정의 작가라 말할 수 있다. 최근 쇠를 다루면서 그의 이러한 이성적 치밀함은 쇠와 더욱 걸맞게 닮아가고 있다. 집 짓는 일과 가구를 만드는 그의 지난 여정과 비교하면 그가 요즘 왜 쇠에 미쳤는지 곰곰이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매스(mass)'와 '볼륨(volume)' 그리고 이제는 '중력(gravity)'까지에도 도전하는 이 목수의 태도는 무언가 기본을 알고, 그에 충실하려는 원형적(原形的) 사고의 표상 같은 생각이 들어 그의 작품은 항상 믿음과 신뢰가 뒤따른다. 때문에 작품의 스케일(scale)이야말로 이 목수의 작품을 평가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물질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 스케일의 변화란 그 '노하우'의 경험에 결정적인 차이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특히 공간 전체를 다루어야 하는 작업일 때에는 그에 따르는 계량(matrix)적인 정교함을 태생적으로 인지해야 한다. 쇠와 함께 그가 미니멀(minimal) 풍의 작업을 시도한 이번 작품들은 이러한 이정섭 목수의 조형적 장점과 성정이 반영되었다. 좋은 일이다. ■ 정영목

Vol.20170810b | From Raw Material To Art Work-김시영_이정섭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