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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7:00am~09:00pm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HOAM FACULTY HOUSE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239-1번지 Tel. +82.(0)2.880.0300 www.hoam.ac.kr
친구와 휴가계획을 세우면서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장소를 찾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자연'을 찾고 있었는데, 서로가 생각하는 자연이 조금 달랐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좀 더 문명화된 자연'과 '좀 더 야생적인 자연'을 각각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 더 야생적인 자연이라는 것도 사실 문명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향유하고 표현하는 자연은 결국 인간의 의지가 투영된 자연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 속 자연 중에서도 가장 인공적인 공간인 '옥상정원'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인간적인, 문명화된 자연을 표현하려고 했다.
'개자원 화보'라는 청나라에서 편찬된 책이 있다. 전통회화에서 다루어졌던 다양한 소재들을 그리는 방법이 글과 도판으로 수록된 책이다. 동양의 그림공부 방법에서는 고인의 자취를 익히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개자원 화보는 그러한 학습을 위한 교재 중 하나인 셈이다. 동양회화에서 산수화와 사군자의 비중을 생각해보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판들이 나무, 바위, 풀, 꽃 등의 자연물이라는 점은 새삼스럽지 않다. 변화무쌍한 자연물의 형태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일정한 질서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관점이 반영될 텐데, 과거의 화가들은 이러한 화보를 통해서 자연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일정한 방식을 체화했을 것이다. 청나라에서 전통을 중시했던 화가 중 하나인 왕원기는 자연 속에서 고인의 필법을 찾았을 때 감동을 받고, 고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을 고인의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했다고 한다. 개자원 화보에 실린 그림들에서 인간에 의해 정형화된 자연의 한 예시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판을 그대로 복사한 자연물의 이미지들로 구성된 옥상정원은 인간적인 자연의 한 장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 심어진 자연이 도시를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는 막연한 느낌은 자연과 인간, 도시의 관계에 대한 어떤 암시를 주는 것 같다. 자유, 정신적 해방 같은 것들을 꿈꾸며 바라보는 자연이 문명의 울타리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느껴진다. ■ 유한이
Vol.20170802h | 유한이展 / YOOHANEY / 柳漢伊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