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夜間飛行)

김당이_앙드레마에노_전나윤展   2017_0731 ▶ 2017_08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우석 갤러리 WOOSUK GALLERY 서울 관악구 관악로 1(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예술복합연구동(74동) 2층 Tel. +82.10.4712.6294

밤은 존재의 흔적이 흐려지는 시간이다.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들이 곤두서고, 풍부한 생각들을 끌어안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잠든 후 자연이 점유하는 밤의 세계에는 이상한 힘이 실린 고요함이 있다. 20세기의 야간 비행사들은 보이지 않는 위험을 무릅쓰고 밤의 하늘을 점유했다. 추락한 비행기와 실종자들을 추적하기도 했고, 우편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 불빛 하나 없는 거리를 지나는 비행기는 망망대해의 배처럼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밤의 한가운데를 방황했다. 비행사들은 불빛에 비춰보지 않으면 스스로의 존재마저 확인할 수 없는 암흑의 시간을 보냈다. 상공은 마치 인간 세계 너머의 새로운 세상과도 같았고, 이들은 종종 광활한 자연이나 영속성과 같은 가치들에 대해 고민하고는 했다. ● 앙트완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의 소설 『야간비행(Vol de Nuit)』(1931)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이번 전시는 『야간비행』의 비행사들이 하늘에서 어둠에 덮인 지상을 내려다보며 느꼈을 복합적인 관념들이, 깨어 있는 감각으로 사회 주변을 배회하는 젊은 작가 3인의 모습과 닮아 있는 점에 주목했다. 불안과 위험을 수반한 밤 비행 동안 비행사들은 죽은 시간과 공간을 느껴 보기도 했고,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물체의 본연의 모습을 짐작해 보기도 했으며, 저 멀리 작은 마을의 불빛에 담긴 인간의 욕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자신만의 감수성으로 사회의 이면을 들추어 보고자 외롭고 어두운 야간 비행을 지속하고 있다. ● 작가 3인이 매체를 다루는 방법이나 작업에 대한 주제의식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2017년 상반기 각자 작업의 방법론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과 동시에 '상호 비평'의 시간을 꾸준히 가져왔다. 진지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서로의 작품을 대하면서 상반된 가치들이 충돌했고, 작품에 대한 사유는 확장되었다. 전시는 이러한 미술 실천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젊은 작가들이 작업의 방법론을 완성해 나가는 여정에서 작업 과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기록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아카이브 공간도 마련했다. 여기에는 작가 스테이트먼트, 비평, 작가 인터뷰, 작업 레퍼런스, 과거 작업 이미지 등이 담긴다. ● 비행사들에게 밤이란 영원히 두려운 존재일까? 아니면 낭만과 설렘을 주는 존재일까? 『야간비행』 속 비행사 파비앵(Fabien)은 지상에서 문득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저 별이 군중 속에서 나를 찾아내는 신호 같다'고 느꼈다. 고독하고 외롭게 느껴질 수 있는 작업 과정에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가치들을 교환하며 보낸 시간이 향후 작가들의 방법론 설정에 유효한 영향을 가질 것이라고 본다. 이들 비행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 여정 자체에 이미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 서지원

앙드레 마에노는 물리적인 재료들의 접합과 연결을 실험하며 경로나 과정을 탐색해왔고, 최근에는 '과정'에 주안점을 두고 기록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하고 있다. 「I_O (A) 2017」(2017) 시리즈는 휴대폰 캡처를 유일한 기록의 방식으로 채택하여 내용이 상실되고 끊임없이 갱신되거나 잊혀지는 현 사회에서의 기록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또한 이동시간이나 행위가 벌어지지 않는 시간 등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시간만을 기록함으로써 시간의 연속적인 속성에 접근하고 이러한 시간이 공간과 맞닿아 있는 지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 전나윤은 평면의 이미지를 시각화하기 위한 도구, 혹은 그 이미지를 설명하는 도구를 함께 제작하고 있다. 고전적인 방법으로 벽에 걸려 있는 회화 작품에서도 그 맥락을 짚을 수 있듯이, 작가는 회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형태와 형식을 실험해 왔다. 「모델링」(2017) 시리즈를 통해서는 회화의 역사에서 그림자가 갖는 중요성에 주목하고, 대상의 본질과 환영을 모두 담아내는 그림자를 스텐실을 연상시키는 기법으로 제작한다. 작품에 나타난 재료, 형태, 기법 등은 고전적인 회화의 레퍼런스에 접근한다. ● 김당이는 여성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스스로의 정체성에 파고드는 자전적인 작업을 주로 해왔다. 「부드러운 핑크 흐르는 단백질」(2017) 시리즈는 작가가 오랜 기간 천착해 온 오브제들을 활용한 작업으로, 곳곳에 반대급부의 유희를 제공하는 요소들이 나타난다. 작품이 가진 장식성, 강렬한 핑크색의 색감, 그리고 살며시 드러나는 성적 암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여성성'을 은유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가진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긍정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관철된다. 그가 이례적으로 사용하는 캔버스는 미술 매체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최근의 관심을 드러낸다 ■

Vol.20170731b | 야간비행(夜間飛行)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