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사회학 Sociology of Empty Houses

김혜원_방선경_서영주_조현택展   2017_0728 ▶ 2017_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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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백색 기획 시리즈 3展

기획 / 김혜원 주최 /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 후원 / 전북문화관광재단

2017_0728 ▶ 2017_0803 초대일시 / 2017_0728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전북예술회관 전북 전주시 완산구 팔달로 161 (경원동 1가 104-5번지) 기스락 2실

2017_0805 ▶ 2017_0825 초대일시 / 2017_0805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10:00pm

공간 이다 alternative culture space IDA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로 271(창우동 249-7번지) Tel. +82.(0)31.796.0877 blog.naver.com/space-ida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에서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의 후원 아래 『빈집의 사회학』展을 개최하여 예술 활동의 기반을 인문학적 사유에 둔 예술가들의 전시와 그들 담론의 활성화를 지원하고자 한다. 그것은 사진이 단독으로 존재한 적이 거의 없이 문자언어, 음성언어, 그래픽 디자인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와 같은 또 다른 의미화 체계 안에 삽입되고 맥락화되어 여타의 학문과 상호텍스트적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 사진의 창작과 비평과 연구는 주로 장르적 차원이나 미학적 층위의 예술 담론 안에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사진 이론은 학제 간 연구가 되어야 하고, 기술뿐 아니라 의미화 과정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빅터 버긴(Victor Burgin)의 지적을 감안한다면, 한국 사진 역시 인접 학문과의 상호연관성을 바탕으로 학제적 창작과 비평과 연구로 그 지평이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빈집의 사회학』展에서는 빈방, 빈 건물, 폐교, 폐주유소의 '빈집'을 소재로 작업한 조현택, 방선경, 서영주, 김혜원의 풍경 사진을 초대하여, 산업자본주의의 근대 개발 정책과 진보주의와 성장주의라는 지상 과제로 쇠락을 맞은 '빈집'을 통해 보여주는 이들 사진들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학계에서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인문학적 담론을 빌려 성찰하고자 한다.

조현택_빈방-34번방-나주시 금계동 58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15

조현택(Cho, Hyun-teak)의 「빈방 Vacant Room」 ● 조현택의 「빈방」은 산업화 용지를 확보하거나 도시를 재생하는 과정에서 철거가 예정된 빈집의 빈방을 촬영한 작품들이다. 전남 나주시가 성벽복원사업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이주하고 집들이 철거되는 것을 목격하며 시작된 이 작업은 인간의 진보에의 욕망과 개발 논리에 대한 대사회적인 시각에서 출발하였다. 산업화 정책은 물론이고 도시 재생 사업이나 문화재 보호 사업 역시 거주민을 추방하고 삶의 터전을 훼손하며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 수호라는 기치 아래 진행되는 문화재 보호 사업은 과거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을 위해 현재 살아 숨 쉬는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역설적 상황을 야기한다. 따라서 개발을 소재로 한 이러한 사진들은 문명비판적 시각으로 난개발을 비판하는 프로파간다적 성격을 띠거나 객관적 시각을 바탕으로 현실을 재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조현택의 사진은 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주관적 시각과 표현적 가치를 중시하는 독창적 방식으로 이러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영상화한다.

조현택_빈방-41번방-함평군 월야면 백야리 589-1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15

조현택은 빈방을 거대한 카메라 옵스큐라(어두운 방, camera obscura)로 만들어, 빈집의 마당 풍경이 상하좌우가 전도되어 방안에 비친 시적이고 서정적인 영상을 포착하였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코드 없는 메시지'와 '코드 있는 메시지'가 공존하는 사진의 두 현상을 사진의 역설로 파악한 바 있다. 그는 카메라 루시다(밝은 방, camera lucida)에 의해 물질과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이루어지는 '코드 없는 메시지'로서의 사실적이고 외재적인 이미지와 카메라 옵스큐라의 조리개 구멍에 의해 절단된 시각에서 이루어지는 '코드 있는 메시지'로서의 허구적이고 내재적인 이미지를 구별하였다. 조현택은 이 중 카메라 옵스큐라의 방식을 채택하여 빈방과 빈방을 홀로 지키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내밀한 기억을 소환해 낸다. 그리하여 실제와 환영이 공존하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삶에서 죽음으로 이행하고 있는 빈방의 아우라와 소멸되는 시간을 누적하였다. "곧 사라지게 될 집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다는 조현택의 진술과 같이, 죽음의 방부제로서의 사진의 본질을 이해한 그의 사진은 파괴되고 소멸될 공간을 풍화되지 않을 기억으로 보존하면서 개발 논리에 대한 저항 의지와 지상의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애도의 정을 더 인상적이고 개성적으로 보여주었다.

방선경_차가운 정원 #16_피그먼트 프린트_110×110cm_2014

방선경(Bang, Seon-kyeong)의 「차가운 정원 The Cold Garden」 ● 방선경의 「차가운 정원」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신축된 콘크리트 건축물이 용도를 다해 폐기된 공간을 촬영한 사진들이다. 물론 방선경이 폐기된 인공 건축물을 '정원'에 은유한 것은 이 건축물들이 한때는 인간과 경험을 같이한 곳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야생의 자연과 달리 인간이 가꾼 정원은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관계하기 때문이다. 즉 방선경에게 '정원'은 인간의 삶이 발생하는 기본 단위, 우리 인간의 모듈(module)로 기능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원'의 생명이 영속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산업혁명 이래 과학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개발과 진보의 근대화 프로젝트는 끊임없이 지형에 변형을 가해 왔고, 대지를 통해 이윤 가치를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둔 도시 성장과 개발 논리는 무차별하게 '정원'을 손질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방선경이 바라본 '정원'은 근대가 낳은 대표적인 사회적 풍경으로, 건축물의 실내 풍경이나 그 배경을 이루고 있는 자연 풍경은 모두 그에게 '차가운' 대상으로 인지될 수밖에 없었다.

방선경_차가운 정원 #15_피그먼트 프린트_90×90cm_2014

그러나 방선경이 작업 노트에서 밝힌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장소로 거듭나고 존재 가치의 변화에 의해 짧은 시간 안에 또 다시 버려지는 이 공간들"이라는 인식은 '공간(space)'과 '장소(place)'를 구분하여 '장소애(場所愛, Topophilia)'를 강조한 이-푸 투안(Yi-Fu Tuan)의 논리를 연상시킨다. 인문지리학을 주창한 이-푸 투안은 면적과 부피로 인식되는 추상적인 '공간'과 인간의 경험을 통해 역동적으로 기억되고 재현되는 구체적인 '장소'를 구분하여, 장소에 대한 인간의 사랑으로서의 '장소애'를 강조하였다. 방선경은 차갑게 폐기된 이 '공간'에 남아 있는 삶의 흔적과 체취를 찾아 인간이 부재하는 '차가운' '공간'을 따듯한 '장소'로 전환시킨다. 페인트가 벗겨진 초록색 벽이나 무질서한 낙서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이미지, 실내로 들어온 따듯한 햇살이나 비닐봉지의 마른 먼지에서 느껴지는 촉각적 이미지 등 인간 체험의 이 직접적 증거물들은 인간이 주변 환경 또는 배경과 정서적 유대를 이루며 '장소애'를 실현했던 '장소'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푸 투안이 경험에 의해 '공간'이 '장소'로 성장하는 점에 주목한 것과 달리, 방선경의 이 「차가운 정원」은 인간 체험의 기억을 빌려 '공간'을 '장소'로 회귀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서영주_공空 상像-무주부장초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08

서영주(Seo, Young-Ju)의 「공空 상像 Empty Shape」 ●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서영주가 촬영한 「공空 상像」은 농촌 사회의 몰락과 함께 문을 닫게 된 폐교의 쓸쓸하고 황량한 풍경을 기록한 흑백 사진이다. 서영주는 "폐교의 역사가 한국현대사와 맥을 같이 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전라북도 300여 폐교뿐 아니라 전남, 충청, 경상 지역에 이르는 폐교를 기록하여 우리나라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과정의 이면과 그 허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농촌 지역뿐 아니라 산간과 도서(島嶼) 지역에까지 분교가 생겨나 근대 국민 교육의 장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공동체 장소로서 역사적, 문화적 소명을 다하던 학교가 오늘날 폐교로 전락하게 된 것은 분명 산업화 시대가 이끈 이촌향도(移村向都) 현상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영주는 「공空 상像」을 통해 자본주의 산업화 과정에서 중심의 질서에 포섭되지 못하고 주변으로 배제되어 낙후된 지역 문제, 즉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고 지역 문화가 파괴된 지역 차별과 소외의 문제를 제기하며 로컬리티(locality)를 부각시킨다.

서영주_공空 상像-보성율어동초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08

그러므로 유년 시절뿐 아니라 지역 사회 주민들이 남긴 소중한 흔적에 대한 기억 서사라 할 수 있는 이 「공空 상像」의 미덕은 그것이 쓸쓸하고 황량한 정서를 유발할지라도 향수나 회한을 자극하는 회고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학교의 의미와 역할을 묻고 지역 문화의 의의와 가치를 재발견한다는 데 있다. 즉 서영주의 기억 서사는 운동장에 세워진 동상(이순신, 세종대왕, 이승복 등)이나 건물 벽면에 쓰인 구호(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자, 반공방첩 등)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알레고리를 통해 학교라는 공간이 특정 시대가 요구하는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장소로 기능했음을 확인한다. 동시에 학부모, 마을 주민, 성공한 모교 인사 등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 조형물(책 읽는 소녀상, 동물 모형 등)을 비롯한 교정의 풍경에서 농촌 지역의 일상성과 공동체 의식을 포착하여 학교가 지역 사회의 일상적 생활 공간으로 기능하고 지역민의 삶과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였음을 확인한다. 따라서 근대의 국가중심주의에 의해 해체된 주변부 지역과 지역민의 미시적 역사와 문화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 서영주의 「공空 상像」은 지역과 지역 문화의 고유성과 자생성을 회복하고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를 인식하고자 하는 로컬리티의 사진적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김혜원_26개의 폐주유소-관촌오일뱅크_피그먼트 프린트_24×36cm_2014

김혜원(Kim, Hye-won)의 「26개의 폐주유소 Twenty-six Abandoned Gasoline Stations」 ● 김혜원의 「26개의 폐주유소」는 미국의 개념미술가 에드워드 루샤(Edward Ruscha)의 「26개의 주유소(Twenty-six Gasoline Stations)」(1963)를 패러디한 작업이다. 루샤는 LA 산타모니카에서 오클라호마에 이르는 길, 미국의 경제 번영을 상징하는 국도 66번에서 주유소를 촬영하였다. 유명 정유회사 간판의 로고와 사인에서 미국의 현대성을 발견하고, 현대인의 삶의 에너지원으로 기능하는 주유소를 통해 미국의 번영과 희망을 재현하였다. 그러나 김혜원은 새로 건설된 도로로 차량이 유입되는 바람에 통행량이 줄어든 구 도로변의 폐주유소를 촬영하였다. 그것은 그동안 자연과 지형의 변형과 소비의 관계, 공간의 소유와 이용의 문제에 줄곧 관심을 보여 왔던 김혜원이 이제 자연과 지형과 공간의 폐기의 문제로까지 시선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폐기되는 자연과 지형과 공간 역시 시장자본주의의 경제 논리와 이윤 가치에 의해 계급화되고 권력화되고 서열화되는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탈락된 결과로 보았다.

김혜원_26개의 폐주유소-하제주유소_피그먼트 프린트_24×36cm_2015

그런데 루샤의 「34개의 주차장」을 패러디하여 「34개의 야외 주차장」을 발표한 김혜원이 이제 「26개의 폐주유소」를 발표하면서 루샤의 작업을 반복적으로 패러디하는 이유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김혜원의 탈식민적 시각에서 기인한다. 탈식민의 요체를 '혼종성(Hybridity)'에서 찾은 호미 바바(Homi Bhabha)에 의하면, '혼종성'이란 타 문화를 '전유(Appropriation)'하여 차이와 다양성을 바탕으로 경합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가 창출되는 '제3의 공간', 문화적 혼성 상태를 의미한다. 김혜원은 구 도로변 폐주유소를 통해 서구가 이끈 중단 없는 혁신이라는 근대적 이상에서 밀려나 삶의 에너지마저 상실한 한국 변두리 지역의 생태 환경과 문화적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이 '혼종성'을 차용하였다. 나아가 김혜원은 루샤의 사진을 '전유'하는 과정에서 그의 사진과 루샤 사진의 차이점을 강조하면서, 그의 패러디가 서구 사진의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니라 현대 예술과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서구 예술과 문화의 헤게모니를 교란하고 그 견고한 권위를 손상시키려는 탈식민적 전략임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김혜원은 그동안 예술과 문화의 영역에서 타자화되었던 한국 사진이 세계 사진과 동등한 '문화의 위치'를 갖기를 바라고 있다.

김혜원_26개의 폐주유소-남암주유소_피그먼트 프린트_24×36cm_2013 방선경_차가운 정원 #07_피그먼트 프린트_60×60cm_2014 서영주_공空 상像-순창답동초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08 조현택_빈방-22번방-나주시 대호동 309-2_잉크젯 프린트_80×120cm_2015

이처럼 『빈집의 사회학』展의 4명의 사진가는 다양한 '빈집'의 풍경에서 현대 문명이 야기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 여러 국면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발견하여 근대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각각의 사회는 저마다의 공간을 생산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각각의 사회가 저마다의 공간을 생산하기도 하고 그것을 폐기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공간의 조직화'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4명의 사진가는 비생명적 '공간'으로 폐기된 도처의 '빈집'을 바라보면서 생명 세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장소'의 가치를 확인한다. 나아가 이 『빈집의 사회학』展의 사진가들은 '빈집'을 사회문화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하나의 텍스트로 간주하고 인문적 소양에 기반을 둔 사회적 시각을 드러냄으로써 사진을 바라보는 이들의 사회문화적 해석의 폭과 인문학적 인식의 지평을 확장해주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사진가 개인의 독특한 개성과 감성과 형식적 방법론을 드러냄으로써 사진 예술의 미학적 가치를 고양시키고 있다. ■ 김혜원

Vol.20170728d | 빈집의 사회학 Sociology of Empty Houses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