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725_화요일_06:00pm
이 전시는 서울시 청년예술단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됩니다.
기획 / 조각스카웃_서종근 협력 / 이형민 글 / 서종근 포스터 / 유명상 사진 / 이의록 후원 / 서울시
관람시간 / 11:00am~07:00pm
탈영역 우정국 POST TERRITORY UJEONGGUK 서울 마포구 독막로20길 42(구 창전동 우체국) Tel. +82.(0)2.336.8553 www.ujeongguk.com www.facebook.com/ujeongguk
『조각스카웃』은 조각이라는 매체의 역할을 고민하고 현재 이루어지는 다양한 조각적 시도들의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모인 프로젝트 그룹이다. 동시대 미술 안에서 3차원의 조각이 갖는 한계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해서 조각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의미한 지점에 대해서 고민한다. 한번의 전시로 끝나는 단발성 프로젝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조각에 대한 이론과 현장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조각스카웃』은 주어진 평평한 세계 속에서 3차원의 입체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조각은 세계 안에서 제 무게로 존재하고, 일정한 부피를 갖는다. 조각적 오브제가 가지는 본래의 표층 위에는 환경이라는 공간적 레이어가 더해지고, 이 둘의 상호작용은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는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레이어 환경을 창출했고, 이에 따라 물리적인 형태를 이해하는 우리의 사고방식 자체가 전면적으로 전환되었다. 3차원의 사물이 마치 평평한 모니터 속의 이미지처럼 인식되기도 하고, 반대로 모니터 속의 평평한 이미지들은 자연스레 사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 어찌보면 조각은 디지털 세계의 평평함과 정 반대의 흐름 안에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유연하게 움직이고 가변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미지에 반해서 쉽게 수정할 수도 없고 심지어 물리적 이동도 용이하지 않다. ● 그렇다면 『조각스카웃』의 '조각가'들은 입체라는 물리적 조건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사유하고 접근하고 있을까? 주어진 흐름에 따라가야 하는가? 저항해야 하는가? 그들은 각기 다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조각을 다룬다. 조각의 본질적인 차원에 있어서 재료, 제작 과정, 수용자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기도 하고, 뉴미디어에 의해 재-창안된 환경 안에서 가능한 조각의 형식을 탐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각에 대한 앞선 질문에 있어 그들의 태도는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3차원으로 존재하는 조각적 덩어리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 양태를 띠고 있는 것일까?
강재원은 인플래터블(inflatable)한 매체를 사용해 표피와 부피에 대한 조각의 형태를 탐구한다. 그는 일상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덩어리들에 가벼운 부피감을 부여하고, 그 위를 생경한 스킨으로 덮어버린다. 가상으로 만들어낸 조각의 형태는 평면도 입체도 아닌 2.5D의 스킨으로 치환되고, 이 스킨은 가벼운 풍선 위에 가상적 양감을 부여한다. 인쇄된 스킨의 이미지는 인공적으로 제공되는 공기에 의해 3D로 전치되고, 조각적인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그는 3차원의 사물과 공간의 물신성이 저하된 시대 속에서 조각의 물질성에 대해 질문한다.
권구은은 3차원의 조각을 마주하는 태도와 방식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3차원의 입체라는 물리적인 조건에서 질량과 빛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해 질문한다. 이는 현재라는 시간 안에서, 사물을 인식하는 것에 있어서의 다층적인 지각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일련의 작업들은 시각성과 촉각성을 동반하면서 주체로서의 그가 경험한 환경적 층위의 확장을 신체적인 조각적 체험을 통해 제시한다. 빛으로 만들어진 비물질적인 평면적 요소, 그리고 이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는 형상이라는 조건들 안에서 조각이 과연 어떤 관계로 존재하는지 보여준다. 사물성에 대한 즉자적인 체험이라는 기존의 문법을 평면적 이미지와 입체적 조각의 끊임없는 관계성을 통해 변주하며 조각의 본질적인 의미를 반추한다.
박종호는 전통 인체조각을 통해 조각의 제작에서 발생되는 과정의 전치에 흥미를 느낀다. 그는 그리스 조각이나 르네상스 조각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와 변형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는 인체조각의 제작과정에 있어서 모든 형태가 구현되지 않은 '에보시(Ebauche)'단계에서 오는 미감에 천착한다. 3개의 토르소 작업은 형태를 구성하기 위한 제작과정에서 의도된 완결을 짓고, 그 형태를 복제하여 표면적 눈속임을 통해 완성된 최종적 결과물이다. 실제 사용한 여러 재료의 색을 캐스팅한 조각에 다시 입혀 마치 작업실에서 진행 중이던 작품을 그대로 얾겨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그는 제작 중간의 과정을 의도적으로 제작의 마지막으로 보내면서, 조각에 있어서 조형적으로 완결된 형태란 무엇이며, 그 완결이라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이충현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구조들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단면과 사물의 양감, 표면의 텍스쳐 등의 이미지를 조각을 표현한다. 그는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물들의 형태와 이를 해체했을 때 보이는 단면이나 껍데기의 모양새에 흥미를 느낀다. 조각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일상의 사물들은 디지털 효과를 통해 하나의 조각으로 선명화된다. 그는 어떠한 특징이 발견된 오브제의 사진을 찍거나 웹상에서 이미지를 가져와, 그 자료들의 스킨을 반전시켜(reverse) 네거티브 효과를 적용해 일종의 추상조각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만든다. 이 과정에 2차원으로 먼저 발생된 익명의 오브제는 조각의 요소를 갖추며 3차원으로 구현된다. 이러한 디지털 이미지의 현실적 재현은 새롭게 번안된 조각적 형식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이전의 전통적인 방법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의 낯설게 보기를 시도한다.
전시는 조각의 매체적 특징을 확장, 재구성하고, 현재 속해 있는 시대의 형태를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려한다. 전시장 안에 서있는 조각적 덩어리들은 그들이 세운 『조각스카웃』이라는 깃발 아래에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실현한다. ■ 서종근
Vol.20170725g | 조각스카웃 JOGAKSCOU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