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픽션 Social Fiction

허우중展 / HOHWOOJUNG / 許又中 / painting   2017_0713 ▶ 2017_0827 / 월요일 휴관

허우중_패닉_캔버스에 유채_195×13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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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중 인스타그램_@hohwoojung

초대일시 / 2017_0713_목요일_04:00pm

퀀텀점프 2017 릴레이 4인전 Quantum Jump 2017 4 Artists Relay Show

협찬 / 산돌구름 주최 / 경기문화재단 주관 / 경기도미술관_경기창작센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Project Gallery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 (초지동 667-1번지) 기획전시실 Tel. +82.(0)31.481.7000 gmoma.ggcf.kr www.facebook.com/ggmoma

'부패한 이상향'을 바라보다 ● 드로잉과 유화를 넘나들면서 허우중은 자기 회화의 주제를 펼칠 더욱 풍부한 이야기 공간을 찾아낸다. 그는 주로 한국 사회와 정치, 시사문제에 주목하는데, 대중 매체가 전하는 정보들 중 지도층 인사들의 되풀이되는 추문과 부패와 거짓말,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억압받는 개인들을 짚어낸다. 이런 의문이야말로 그가 만화, 공상과학소설, 영화 등에서 빌려오는 암울한 상상을 키우는 밑거름이다. 세심하게 공들인 구성과 긴박한 분위기로 채워진 그의 작품들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묻고,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 작가는 사회문제를 부패한 이상 세계에 비추어본다. 그는 화면에 재앙으로 치달으며 몰락하는 세계를 보여주는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연출하여 현실 앞에서의 무력감을 토해낸다. 그의 작품은 대중 매체를 통해 떠도는 이미지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그의 작품에서 '픽션'은 현실 세계를 희미하게 하고 이를 기호와 수수께끼 같은 암시의 세계로 바꾼다.

허우중_양봉장_드로잉 콜라주_70×70cm_2016

작가는 작품에서 한국과 일본의 만화를 차용한다. 대중지에 실린 삽화들은 사회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만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형식 중, 한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크게 보여주는 것이 있다. 그의 작품에서 이렇게 확대되어 묘사되는 부분은 다름 아닌 곧 다가올 위기상황에 대한 것이다. 수직선들의 사용으로 화면 안쪽에 있던 것은 모두 화면 위에 주제로 떠오른다. 커다란 대각선들은 요란한 구호나 붕괴와 같이 풍파를 일으키는 듯 보인다. 만화에서 둥근 '말풍선'은 이미지로 보여줄 수 없는 것을 전하는 장치다. 그러나 그의 회화에서 말풍선은 비어 있다. 아니 비어 있다기 보다는 비워버렸다. 두 사람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채 계속되는 공허한 대화처럼. 넓고 편평한 작품 속에서 의성어들은 마치 고백처럼 울린다. 이렇게 말이 소리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작품에 시간의 차원이 덧붙여진다. 관람자는 눈앞에 전개되는 어떤 행동과 마주친다. 만화에서 끌어낸 이 모든 시각적 장치와 함께 힘차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쫓아 관람자는 작품 속을 두리번거리며 눈을 굴린다.

허우중_대화_캔버스에 유채_195×130cm_2013

애당초 팝아트 작가들이 만화를 창작의 샘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그는 팝아트 작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뜻으로 만화를 활용한다. 작가는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예술과 형이상학 시기의 상징주의, 또는 필립 거스턴(Philip Guston)의 추상표현주의에 심취했다. 또한 필립 거스턴이 주제를 다루는 방법을 실험하기도 했다. 그래서 KKK단의 가면을 쓴 인물을 화면 속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눈에 띄지 않는 영향력을 휘두르는 이런 자들이 그의 작품에서 사회 폭력의 상징이다. 작가는 유화 기법을 살려 화폭에서 보다 거친 질료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가 만들어내는 깊은 흑백은 이야기에 보다 극적인 힘을 부여한다. 음영으로 인해 긴장되고 고통스런 분위기도 더욱 고조된다.

허우중_no suicide_캔버스에 유채_195×130cm_2013

만화와 함께 영화와 회화의 역사도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빈 집」처럼 정면에서 바라보는 구성은 영화의 화면을 연상시킨다. 이 작품의 불안한 인상은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스티븐 킹(Stephen King)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샤이닝(The Shining)」을 보는 듯한 기억을 되살린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은 뒤러(Albrecht Dürer)의 「멜랑콜리아(Melencolia I)」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심연은 출구 없는 세계를 표현한다. 인간은 스스로 만든 관념에나 갇혀 산다고. 이렇게 빨려 드는 미궁 속에서 마지막 '줌'이 가르키듯 주목하는 곳에 모든 것이 무너지기 직전인 세계가 있다.

허우중_빈 집_캔버스에 유채_114×162cm_2014
허우중_미로_캔버스에 유채_160×120cm_2014

선지자적인 척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어두운 몽상 속에 떠올린 그림들은 깊은 우울의 자취였다. 다가올 세계를 이해하려면 그의 그림들이 벌이는 게임, 즉 사회 한복판에서 개인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게임부터 파악해야한다. 그의 작품의 제목에도 등장하듯이 사회의 변화에 대처하려면 그저 단순한 방관자로서는 곤란하다. 대단한 회화적 활기가 넘치는 허우중의 작품은 사유하며 겪는 경험의 폭을 더욱 넓히는 상상의 가설을 제시한다. ■ 도미니크 피노

Vol.20170713f | 허우중展 / HOHWOOJUNG / 許又中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