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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시_(사)서울영상위원회_오!재미동 영상센터
관람시간 / 11:00am~07:55pm / 일요일 휴관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갤러리 미술동네 OHZEMIDONG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 지하 199 충무로역사내 Tel. +82.(0)2.777.0421 www.ohzemidong.co.kr
Prologue ● 나에게 반복되는 선들을 그리는 행위란 편지를 쓰는 것이다. 빼곡히 채워진 선은 나의 호흡이고, 그리워하던 시간이며, 끊임없이 그리움을 적어내는 과정이다.
AM 1:07 그리운 이에게 보내는 편지 ● '매일 귀갓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달이 보입니다. 나는 호흡을 아주 정성스레 가다듬습니다. 그러면 이내 당신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당신이 떠오른 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내가 보는 저 것이 달인지, 당신인지 모르겠습니다. ● 당신이 그리운 그 날 밤마다 편지를 씁니다. 마음은 성문화되어 나오지 않고, 나의 그리움을 담기에는 글자는 너무 가벼워서 나는 종이 위에 한 글자도 적지를 못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무거워 어떻게든 게워내야 했기에, 종이 위에 한 가득 숨결을 담습니다.' AM 3:45 ● 엎드려 있는 자세다. 책상 위에서 그대로 잠시 잠이 든 것 같다.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속눈썹과 시야가 겹쳐서 보일 만큼, 겨우 눈을 게슴츠레 떴다. 참 이상한 일이다. 모든 것이 아까의 그 달빛을 닮아 있었다. 이건 꿈속인가 보다. AM 8:00 ● 눈을 떴다. 새벽에 이상한 꿈을 꾼 탓인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참 웃긴 게 그러는 와중에도 허기짐이 느껴진다. 부엌으로 가서 어제 사온 바나나를 꺼냈다. 무리지어 있는 바나나에서 하나를 툭하고 잘라냈다. 그리고는 한참을 물끄러미 떨어져 나온 바나나를 쳐다봤다. 그리움은 어디에나 묻어 있었다.
Epilogue ● 누군가 내게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굉장히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나는 왜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릴 때, 자기 전에 부모님이 없어지는 이상한 상상을 자주 하곤 했었다. 그런 밤마다 발을 동동 구르며 " 어떡하지. 어떡하지." 라며 흐느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보이는 엄마 아빠의 얼굴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나에게 그리움이란 그런 감정인 것 같다. 대상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감정. ● 우리는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어떤 이에게는 공간이 그리울 수도 있으며, 시간, 사람, 사물 등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그리워할 수도 있다. 일상에서는 그 감정을 강하게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서. 하지만 언젠간 어느 계기로든 간에 그리움이란 감정은 우리를 집어 삼키고는 한다. 어쩌면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꼭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타날 지도 모른다. 모든 것에서 그리움의 대상을 느낄 만큼 강렬한 마음으로 나타날지도 모르며, 무의식의 세계까지 지배할 정도로 미치광이가 될 지도 모른다. 그리운 감정은 그만큼 강하다. 그리고 어쩌면 흐느껴서 울만큼 슬픈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감정을 참 좋아한다. 내 작업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우울한 감성의 그리움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운 그 무언가의 소중함을 환기시키고, 음미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 최챈주
Vol.20170710b | 최챈주展 / CHOICHANJOO / cera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