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ederkehren

유소영展 / YOUSOYOUNG / 劉素榮 / media   2017_0707 ▶ 2017_0729 / 일요일 휴관

유소영_kehren_채널 1, 키보드, 아두이노, 스태퍼모터, 양초, 시멘트, 프로젝터_가변설치_2017

초대일시 / 2017_070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아터테인 스테이지 ARTERTAIN stage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717-14번지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예술의 반복적 행위와 사회적 관계 ● 인류는 한세기 동안의 삶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불완전한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생각하는 틀, 즉 사고체계를 확장시켜 왔다. 결국 인류는 개체의 생성과 소멸의 반복을 통해 인류 탄생의 이유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찾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인류의 이러한 반복적 삶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되고 분석되면서 쉽게는 종말론이나 윤회설과 같은 종교적 원리의 초석을 만들기도 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를 개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이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복합 유기체적 덩어리로 보고자 하는 사고로 발전해 나가기도 했다. 또한, 이는 궁극적으로 정신과 물질이 합일 될 수 있는 가능성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개체들의 생성과 소멸의 반복을 통한 인류 전체의 각성이다. 우리는 왜 이 지겨운 삶과 죽음을 반복해야만 하는가. 언제, 어떻게, 왜 이 반복은 멈추게 되는 것일까. 과연 인류는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과 공존할 수 있는 존재이며 또는 공존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담을 수 없을 만큼 담론이 너무 거대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오늘 잠에서 깨면서 맞이한 아침이 어쩌면 300년 전 누군가가 맞이 했던 아침과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 해서 희미하게나마 기억의 단편들이 문득 떠오를 수도 있다는 것.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유소영_kehren_채널 1, 키보드, 아두이노, 스태퍼모터, 양초, 시멘트, 프로젝터_ 가변설치_아터테인 스테이지_2017
유소영_SAS_채널 1, 아두이노, 스태퍼모터, 설탕, 스텐레스, 나무, 실험기_가변설치_2017

이러한 인류의 생성, 소멸의 반복에는 지금과 같은 과학과 산업의 발달 역시 반복되어 왔을 것이다. 그리고 사고체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독립적 사고체계를 기반하여 끊임없이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내세우던 합리적 사고방식은 가치중심적이고 자명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인류를 모든 것들의 절대적 가치로 격상시키게 된다. 그 결과 인류는 개체 내에서도 차별과 가치 중심적 삶의 패턴들이 생겨나게 되면서 전쟁과 부의 불균형, 도덕성의 상실과 같은 삶의 부조리 현상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때 발생한 인류의 자기 반성적 사고체계가 '최고가치의 탈가치화'를 주장하는 허무주의다. ● 유소영 작가는 이러한 허무주의를 바탕으로 인간의 반복된 행위와 사회적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요컨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융합하여 작업하는 유소영 작가는 일상의 반복된 행위가 만드는 거대한 의지와 그 의지에 의해 발생한 지배구조의 자기 반성적 허무를 보여준다.

유소영_vibration_아두이노, 위상제어, 할로겐 램프, 태양전지, 진동모터, 플라스틱, 시멘트, 깃발_ 가변설치_2017

기계 장치에 연결된 손은 허무주의의 가장 핵심적 개념인 '회귀 (wiederkehren)'을 반복적으로 타이핑하고 그 타이핑의 결과는 프로젝터를 통해 벽에 비춰진다. 작가의 'Wiederkehren' 이라는 작품이다. 보기에는 영원회귀에 대한 인간의 반복된 삶에 대한 허무함을 견고하게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작가는 가장 견고해야 할 기계장치의 부품의 재료를 파라핀이나 비누와 같은 부서지기 쉬운 재료로 대체해 놓음으로써 말 그대로 'Widerkehren'은 반복되지 않는다. 허무주의가 견고하고 자명한 사고 방식의 반복에서 비롯된 부조리에 대한 반성의 결과였다면 유소영 작가의 작품 'Widerkehren'은 사고와 행동의 반복 사이에서 발생하는 작은 실수나 불균형들이 결국 거대 담론들을 무너뜨리게 될 수 있음에 대해 시사하고 있다. 가장 견고해야 할 도덕률이나 합리적 사고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부서지기 쉬운 것이었고, 우린 그 부서지기 쉬운 것들을 가장 중요한 판단의 기준으로 믿고 있었다는 것. 우리가 회귀할 곳은 아마도 이러한 부조리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고자 하는 의지에로의 회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유소영_vibration_아두이노, 위상제어, 할로겐 램프, 태양전지, 진동모터, 플라스틱, 시멘트, 깃발_ 가변설치_2017_부분

유소영의 또 다른 작품 'Sweet and Sweet'은 가치 중심의 잘못된 판단으로 어떻게 자본이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설탕으로 빚어진 아프리카 아동의 얼굴이 놓여져 있다. 모두의 꿈도 그렇겠지만 그들의 꿈도 달콤했을 것이다. 그 얼굴 위에는 노즐을 조였다 풀었다 할 수 있는 기계장치가 부착된 원뿔형의 물통이 걸려있다. 그리고 그 물통의 노즐은 컴퓨터 데이터에 따라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게 된다. 테이블 밑에는 허쉬 초콜릿 모양의 빈 그릇이 놓여있다. 과연 어떻게 작동하는 작품일까. 컴퓨터는 허쉬 초콜릿 회사의 주식의 흐름을 데이터화 하여 원뿔형 물통의 기계장치에 전송한다. 이 데이터는 물리적인 에너지로 전환하여 주식 지수가 높으면 노즐을 더 많이 열고, 지수가 낮아지면 노즐을 조이게 한다. 이 노즐의 운동에 따라 물통에 있던 물은 설탕으로 빚어진 아동의 얼굴에 떨어진다. 주식의 지수가 높아지면 많은 물이 떨어져 아동의 얼굴을 더 빨리 녹여버린다. 이 녹아버린 설탕물은 아래에 놓여진 허쉬 초콜릿 모양의 빈 그릇으로 떨어지면서 커다란 허쉬 초콜릿 설탕 덩어리를 만들게 된다. 결국, 허쉬 초콜릿 하나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노동을 해야만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노동을 하고 있는 주체들은 무엇을 위해 꿈을 잃어가면서 노동을 하고 있는지를 전혀 모른다. 이는 매일 반복되는 노동이 누구에게는 단지 숫자의 높고 낮음으로만 판단될 수 있는 불균형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다. ● 마지막 작품 'Vibration'은 사회적 관계를 이루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다. 빛에 의해 움직이는 작품 로봇벌레들은 빛의 강약에 따라 무의미한 움직임을 반복한다. 그 반복되는 움직임은 흙을 쌓아놓은 테이블의 얇은 다리들을 건드린다. 그리고 그 테이블 위에 쌓인 흙에는 여러 개의 깃발이 꽂혀있다. 결국, 벌레들의 무의미한 움직임들은 무엇인지 모를 대의를 담은 깃발을 쓰러뜨리게 된다. 일종의 능동적 허무주의다. 중심을 이루고 있는 가치에 대한 탈가치화, 즉 무의미한 행동의 반복의 결과다. 목적 중심의 가치보다는 목적을 최소화한 과정 중심의 가치를 통한 창조적 삶의 영위. 어쩌면 허무주의의 가장 핵심적 목표일 듯 하다. ● 영원으로의 회귀, 즉 해탈은 단순히 반복되는 생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치 판단의 근거 자체를 새롭게 정립하고 넘어서는 윤리적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반복된 삶에서 생겨나는 작은 실수가 오히려 삶을 창의적으로 바꾸게 되고, 무의미한 행동의 반복이 대의를 무너뜨리게 되는 것.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반복은 삶을 지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복 속에서 삶 전체를 비판하고 분석할 수 있는 근거를 발견할 수 있는 행동 강령인지도 모르겠다. ■ 임대식

Vol.20170709h | 유소영展 / YOUSOYOUNG / 劉素榮 /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