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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70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본 전시는 4대강 사업으로 고이게 된 녹조와 수자원마저도 사용할 수 없는 그 풍경을 현시대의 자연으로 분류하며 회화를 통해 일상의 사건과 내면이 관계 맺는 지점을 고찰한다. 자연을 접하며 풍경을 그리는 일은 이미지를 생산해 내는 예술가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로 특히 정직성은 오랜 시간 동안 현재 처한 상황이나 사회의 계급적 상태에 대한 고민을 회화의 범주에서 꾸준히 시도해온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괴된 자연, 변질된 시간을 녹색 풀이 가진 이중적 의미를 통해 사유해 보며 「녹색 풀」(green pool) 시리즈를 통해 드러난다. ■ 자하미술관
삼 년 전, 소소한 골동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던 내 직업이 화가인 걸 아신 골동상 김 사장님이 화려한 조각이 가득한 금박 '이태리 액자'를 주워 작업실에 갖다 떠넘겨 주시면서 "여기에 어울릴만한 명작을 그려주시라"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녹색 풀」 시리즈의 시작이 되었다. 작업실 한편에 그 부담스러운 액자를 세워둔 후로도 종종 여러 금박 액자들을 주워다 주시곤 하셨는데, 현대 미술품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그 액자들을 바라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그려야 저 액자들을 쓸 수 있을지가 큰 고민이 되었었다. 서양 미술사 서적들에서 보았던 화려한 액자들로 둘러진 풍경화들이 떠올랐는데, 풍경화를 생각하다 보니 우리 시대의 자연은 어떠한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시대의 자연, 했을 때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최근 뉴스에서 자주 접했던 녹조로 가득한 강이었다. 사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고이면서 창궐하게 된 녹조를 보면서 마치 사람이 일부러 염료를 풀어놓은 듯한 찐득하고 인공적인 색채에 놀랐었고, 시각적 유사성 때문에 녹조로 가득한 강물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노크롬 회화들을 떠올리곤 했었다. 모노크롬은 한국에선 정신성과 관념성을 대표하는 고상하고 우아한 양식으로 분류되곤 하는데, 녹조로 가득한 강물은 그 고정관념을 비웃듯 지극히 현실적이고 고통스러운 모노크롬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하고 녹조 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하곤 했었는데, 고민 끝에 나는 금박 액자용 풍경, 우리 시대의 자연으로 이것을 그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사장님이 액자를 처음 가져다주시던 무렵에 나는 마침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작업실을 옮겼는데, 대도시를 떠나 교외 생활이 처음이었던 내게 해마다 따뜻한 계절이 돌아오면 쑥쑥 자라나는 잡초를 뽑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아무리 뽑아도 며칠 다시 돋아있는 무성한 풀들을 보면서 자연의 에너지에 새삼스럽게 놀라곤 했었다. 나는 녹조와 더불어 내가 뽑아대던 잡초들도 떠올랐다. 아무리 정리하고 통제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인간의 가치나 호불호와 상관없이 뿜어져 나오는 자연의 에너지가 물질로 구현된 것이 잡초와 녹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잡초와 녹조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중고 금박 액자를 더 주워오거나 헐값에 구입해 모으면서 녹조와 잡초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1983년이라는 연도와 사인이 표기된 작자 미상의 풍경화가 액자에 딸려 내 손에 들어왔다. 바위와 나무와 물이 그려져 있던 그 풍경화 속의 물은 맑고 투명했다. 나는 그 그림을 액자에서 조심스럽게 떼어내어 그 물에 녹조를 추가해 그리고 그림의 뒷면에 2017년이라는 연도와 내 이름을 적어 넣고 다시 액자에 조심스럽게 끼워 넣었다. ■ 정직성
Vol.20170707j | 정직성展 / JEONGZIKSEONG / 正直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