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평면에 담긴 세상

2017_0707 ▶ 2017_0903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창영_박소라_박이원_윤상윤 정규형_최은숙_허미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Goyang Oulim Nuri Arts Center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어울림로 33 Tel. +82.031.960.9730 / 1577.7766 www.artgy.or.kr

어울림미술관에서는 동시대 미술에 있어 회화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회화, 평면에 담긴 세상』전을 개최한다. ●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진 동시대 미술에서 회화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회화는 동굴벽화에서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예술활동이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장르이다. 누구나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봤을 것이고, 대화를 나누거나 전화를 할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펜을 들고 종이 위에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려봤을 것이다. 이 모든 활동이 회화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회화를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평면에 우리들 세상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 바로 회화이다. 7명의 작가가 담아낸 이야기를 감상하고 집으로 돌아가 펜을 들고 수첩을 펼쳐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보면 회화를 마주할 때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김창영_illusion Blue 02_캔버스에 유채_122×183cm_2009

김창영 ● 김창영은 여러 겹, 때로는 수십 겹의 레이어를 쌓아 올려 작품을 완성한다. 그 레이어는 다양한 색으로 펼쳐지게 되는데, 이는 마치 하늘의 색과 같다. 하늘은 자연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색이 담겨있다. 일출할 때의 하늘과, 일몰할 때의 하늘, 맑았을 때의 하늘과 흐렸을 때의 하늘…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하늘의 색으로 그는 사람들이 매일 보는 손 그림자를 형상화하였다. 하지만 그의 작품 앞에 섰을 때 손의 모양은 날개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더운 여름 땅에서 솟아오르는 아지랑이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처음의 시작은 손의 이미지였더라도 이를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그의 그림이 마음속에 담길 것이다. 그의 그림을 다시 보고 싶다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보고 느껴보기를 바란다.

허미자_Untitled_혼합재료_110×110cm_2016

허미자 ● 허미자는 캔버스 안에 우리의 자연, 오동나무를 담는다. 그녀는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나무의 모습을 화폭에 재현하였다. 평면에 작가가 재현한 오동나무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며 흐드러져있다. 작품 앞에서 나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뭇가지 사이사이 들어오는 빛과 바람이 느껴진다. 2차원의 평면 앞에 서있는 관람객이라면 숲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캔버스 안에서 벗어나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그 회화가 가진 힘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회화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박소라_포획과 방생의 창_캔버스에 유채_225×162cm_2017

박소라 ● 박소라에게 있어서 작품은 예술과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완벽한 흰색의 캔버스 앞에 서면, 작가들은 무엇인가를 그려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되며 이때 느끼는 중압감은 곧 불안과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박소라는 “예술은 가까이 있는 듯 하지만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 미세한 불빛과도 같았으며,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인 달이 지고 해가 뜨기 직전의 시간과도 같은 의미였다”라고 고백한다. 박소라는 작가로서 느끼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밤길에 마주친 풍경으로 제시한다. 캄캄함이 두렵지만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비추는 빛은 그녀가 작가로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윤상윤_studio1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16

윤상윤 ● 윤상윤의 작품에는 3개의 층이 존재한다. 화면 안에 기저는 물이고 그 물 위에 군중이 있으며, 군중 위로 중심 축을 이루는 존재가 있다. 이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해보면 물은 이드 즉, 본능이며, 군중은 에고,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고, 마지막 존재는 수퍼에고로서 도덕적 자아이다. 작가는 집단이 가지고 있는 특권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떠한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기존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상식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유토피아로 나갈 수 있는 그러한 존재를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한 존재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 일 수 있다. 기존의 그릇된 상식에서 벗어나 한 발짝 앞서 나갈 수 있는 세계를 꿈꾸며 그 한가운데 서있는 사람이 나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산다면 누구나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곧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최은숙_강당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cm_2017

최은숙 ● 최은숙은 사회에서 추구하는 삶과 개인의 삶 사이에서의 관계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로 표현한다. SNS가 활성화됨에 따라 일종의 보여주기 식의 삶이 만연해졌다. 이로 인해 이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인지 사회가 요구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지며, 점차 ‘내’가 아닌 ‘사회’가 추구하는 삶에 다가가려 애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최은숙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일상의 오브제를 캔버스 안에 담아 어느 순간 자신이 없어지고 사회가 원하는 상만이 남은 모습을 제시한다.

정규형_안전선(Safety lin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7

정규형 ● 정규형의 캔버스 안에는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에게 있어서 일상은 궁극적인 목표를 위한 부차적인 행동들을 의미한다. 우리가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직장에 나가 일하는 것이 마치 우리의 인생의 모든 것인 듯 보이지만, 사실 이것들은 나를 찾기 위한 부차적인 것들 일뿐, 내가 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닐 것이다. 정규형은 바로 이런 부차적인 것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지겹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그 너머에 있는 내가 진정 이루고자 하는 그것을 꿈꾸고 오늘 하루를 잘 버텼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자.

박이원_unknown proxim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45cm_2016

박이원 ● 박이원의 작품은 작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흑조는 삶의 경계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세계를 마주해야하는 자기모순, 불안정을 상징한다. 이주민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흑조에 이입하였다. 다리와 날개의 분리를 작가 내면의 갈등을 시각화한 것이다.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문화적 차이, 경계는 작가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를 표현한 것이다. 화면 안에 담긴 흑조는 불안과 상처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일 것이다. 작가는 상처는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고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이야기한다. 상처가 희망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며 그녀의 작품을 다시 한번 감상해보자.

Vol.20170707b | 회화, 평면에 담긴 세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