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 기념비, 프로젝션 Instruments, Monuments, Projections

크지슈토프 보디츠코展 / Krzysztof Wodiczko / mixed media.video   2017_0705 ▶ 2017_1009

크지슈토프 보디츠코_개인적 도구(Personal Instrument)_복합매체_45×45×30cm_1969

초대일시 / 2017_0705_수요일_05:00pm

주최 / 국립현대미술관 후원 / 주한 폴란드 대사관

관람료 / 4,000원(서울관 통합관람권) / 야간개장(06:00pm~09:00pm) 무료관람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수,토요일_10:00am~09:00pm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전시실5, 7 및 복도공간 Tel. +82.(0)2.3701.9500 www.mmca.go.kr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 Krzysztof Wodiczko: Instruments, Monuments, Projections』전은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준 보디츠코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부제인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은 작가의 주요 활동을 묶어주는 형식적 체계이자 시기별 변화과정을 보여준다. ● 194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보디츠코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1968년부터 유니트라(Unitra), 폴란드 광학 공장(Polskie Zaklady Optyczne)에서 산업디자이너로 근무하며 현미경 등의 광학기기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실험적인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운영하던 갤러리 포크살(Galerie Foksal)을 비롯하여 바르샤바, 포즈난(poznań) 등에서 활동하며 「개인적 도구 Personal Instrument」(1969)와 공공장소에서 작가 자신만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수레 Vehicle」(1971)를 발표하는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1977년 캐나다의 레지던시에 참여한 것으로 계기로 캐나다로 이주했고, 1980년대에 들어 미국의 뉴욕,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와 카셀 등 여러 도시에서 강력한 사회비판적,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야외 프로젝션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크지슈토프 보디츠코_수레(Vehicle)_복합매체_78×450×81cm_1971~3

공공 프로젝션(Public Projection) ● 재판을 기다리는 정치적 억류자들이 감옥 창살을 붙잡고 있는 「연방 법원 프로젝션 Federal Court House Projection」(1983),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전면에 나치의 십자가를 투사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프로젝션 South African Embassy Projection」(1985), 예술과 쇼핑의 도시로 변모한 베니스의 모습을 비판한 「베니스 프로젝션Venice Projection」(1986), 미국 시민 전쟁 참전군인들을 위한 승전탑에 노숙자들의 모습을 투사한 「노숙자 프로젝션 Homeless Projection」(1986~87) 등이 이 시기의 주요 작품들이다. 1986년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에는 「노숙자 수레 Homeless Vehicle」, 「자율 방범차 Poliscar」 등 사회 내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작품을 연달아 발표했다. 「노숙자 수레」는 한파가 닥친 뉴욕 도심에서 노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부동산 개발 광풍에 저항하는 뜻으로 제작했으며, 「자율 방범차」는 그중에서 혹시 발발할지도 모를 위험에서 노숙자를 구제하고, 교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작품이다.

크지슈토프 보디츠코_노숙자 수레(Homeless Vehicle)_복합매체_145×325×107cm_1988
크지슈토프 보디츠코_노숙자 수레를 위한 드로잉_종이에 잉크, 수정액_48.3×61.3cm_1988
크지슈토프 보디츠코_자율 방범차(Poliscar)_복합매체_311.2×185.4×124.5cm_1991
크지슈토프 보디츠코_자율 방범차를 위한 드로잉(Drawing for Poliscar)_투사지에 잉크_1991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의 보편적 정신 이상에 대한 입증으로 제시하는 것은 도덕적 견지에서 보나 사실에 비춰 보나 지지할 수 없는 자세이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구적이고, 안전하며, 위엄을 갖춘 쉼터를 옹호하는 일은 꼭 필요하며, 이미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은 영구 거처를 필요로 하고 누릴 자격이 있다는 인식은 반드시 노숙인들의 즉각적 요구에 대한 조사로 이어져야 한다. 뉴욕의 쉼터 체계가 보여준 실패를 감안할 때, 길에서 살면서 자급자족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K. Wodiczko, "Homeless Vehicle Project: with David Lurie 1998-1999) [노숙자 수레 근처] 문화적 보철기구(Cultural Prosthetics)와 자유로운 발화(Parhesia)"이방인의 기분을 느껴보지 않는다면, 이방인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1990년대 초반 유럽에서 보디츠코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배척 속에서 '자유로운 발화(free speech)'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기구를 개발했다. 작가는 이러한 도구를 '문화적 보철기구(Cultural Prosthetics)' 라고 명명했다. 다른 종교를 믿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에서 온 이민자들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부당함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든 「외국인 지팡이 Alien Staff」, 「대변인 Porte-Parole (Mouth Piece)」가 이 시기의 대표작이다. 보디츠코의 작품에서 '말하기'라는 행위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당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권리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민자, 특히 난민의 지위와 상황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스위스 바젤에서 불법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녹취한 후, 건물 전면에서 상영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Sans-Papier」(2006), 청소부로 일하는 이민자들의 목소리와 모습을 보여준 베니스 비엔날레 폴란드관의 「방문객 Guest」(2008), 독일의 바이마르(Weimar)에서 시리아 난민들과 작업한 「수사관 The Investigators」(2016) 등으로 이어진다.

크지슈토프 보디츠코_메헬렌(The New Mechelenians)_영상설치_2012
크지슈토프 보디츠코_아이기스_이방인의 도시를 위한 기기_복합매체_가변크기_1999~2000

의문을 제기하는 디자인(Interrogative Design) ● MIT의 '의문을 제기하는 디자인 연구소(Interrogative Design Lab)'에서 개발한 「아이기스: 이방인의 도시를 위한 기기 Aegis: Equipment for a City Strangers」 와 더불어 이 시기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품 중 하나는 학교를 나가지 않는 학생들과 함께 제작한 「탈-무장」이다. 이 일련의 작품들은 이들이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고 공동체 내에서의 존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폴란드에서 제작한 「개인적 도구」과 「티후아나 프로젝션 Tijuana Projection」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 기구, 그리고 「아이기스」와 「탈-무장」, 「참전군인을 위한 헬멧 디자인 Veteran Helmet Design」에 이르기까지 보디츠코의 '기구'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이의 소통에 개입한다. 사회적 차별과 배제에 따라 약자가 되어버린 이들에게 원래의 자아를 회복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도록 작동한다. 나의 소원(「My Wish」, 2017) ● 보디츠코의 이번 프로젝트는 미술관 내부의 전시실에 누구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인물의 동상을 두고, 그 얼굴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정했다. 보디츠코는 한국사회의 여러 동상과 기념비를 방문하고 검토한 후, 여러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김구를 선정하였다. 백범의 「나의 소원」이 오로지 대한민국의 독립만을 역설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나의 소원」에는 김구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국가상이 다양한 관점에서 그려져 있다 보디츠코는 김구의 글에서 그가 유혈 대립이 없고 모든 종류의 정치적 사상, 이념이 허락되는 민주주의적인 대한민국을 꿈꾸었다고 생각했다. 또한, 문화와 아름다움, 기쁨, 생명이 넘치는 나라를 희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규 프로젝트인 「나의 소원」에 담을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본격적으로 찾는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인 것은 사회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를 두루 살펴보는 것이었다.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서로 침묵을 지키는 상태가 아니라 의견과 관점이 다른 여러 주체들이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상호 이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민주주의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자신의 이야기만 계속 반복하고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소통한다면 의미 있는 변화는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현하기 위해 보디츠코의 기존 작업을 이해하고 있는 동시에 관련된 작업을 해온 전문가들로 제작팀을 꾸렸다. 제작 과정은 크게 작가와 함께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고 섭외한 후, 실제로 인터뷰하는 사전 리서치, 미술관 내에 마련된 세트에서 작가와 함께 인터뷰이(interviewee)들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할 제작과정, 촬영된 영상을 김구 동상에 맵핑하는 프로그램 작업 등으로 구성되었다. 영상작가 김세진이 감독으로, 백현주가 조사자가 되어서 세월호 유가족, 성 소수자, 성직자, 탈북자, 해고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의 그룹을 나누어 인터뷰를 시작하고, 작가와 토의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프로젝션 맵핑에는 설치미술가 윤지현, 주비리(Jubilee)가 참여했다. 공동체의 구성원과 소통하는 예술 ● 여러 도시에서 그 공동체 내의 문제점을 찾고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문화적 보철학(보철기기)', '의문을 제기하는 디자인', '공공 프로젝션(public projection)','공공장소에서의 예술(art in the public domain)' 등의 여러 형태로 나타났지만, 이 모두를 관통하는 것은 공동체의 구성원과 소통하는 예술이다. 이번 전시에는 공동체 내에서 고통받는 타자, 그들의 "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 고통이 단순한 개인적 불운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모순과 불합리에 기인한다면 사회는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소통의 부재, 공감 능력의 부족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는지 보았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위한 행위이다. 언젠가 다른 형태로 내게 다가올 미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이미 겪고 있으면서도 무기력하여 인지하지 못한 과거를 각성시키기도 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보스턴 벙커힐 프로젝션 Bunker Hill Monument Projection」(1998)에 등장하는 폭력 사건으로 아들이나 오빠를 잃어버린 이들의 이야기는 2014년 4월의 세월호와 닮았으며, 며칠 전 영국 맨체스터에서 일어난 테러 희생자들에게도 반복된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고통과 공공 기관의 비정규직이 느끼는 불안, 국가를 위해 가족을 위해 타국의 전장에 다녀왔지만 장애를 떠안은 상이군인의 절망은 연결되어 있다.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이며,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와 미래에도 유효하다.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작품은 우리가 사회 내에서 예술가의 역할과 실천, 그리고 '공공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영감을 준다.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의 작품들은 그가 던졌던 수많은 질문과 고민, 비판과 반성 끝에 완성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공공 예술', '사회에 개입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분단 사회라는 특성에 따라 예술 분야에서도 정치적인 것, 사회적인 것을 분리시켜왔던 오랜 금기가 조금씩 해체되고 있다. 이러한 금기와 사회적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유를 시작하며 사회적으로, 예술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적절한 시기에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예술을 만난다. ● 전시를 기념하여 신채기(계명대 교수/미술사), 심보선(경희사이버대교수/시인), 이나라(영상미학연구자/강원대 연구초빙교수)의 글과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과 크지슈토프 보디츠코의 대담, 이수정의 전시기획글 등이 담긴 도록이 출간된다. 또한 워크룸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동 출판으로 보디츠코가 지금까지 써온 글들을 길예경, 정주영 두 연구자가 번역한 선집도 출간될 예정이다. 전시는 10월 9일(월)까지 서울관에서 진행된다. ■ 국립현대미술관

Vol.20170705a | 크지슈토프 보디츠코展 / Krzysztof Wodiczko / mixed media.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