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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629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다희_김린아_김선우_김시현_김유나 김재원_김탁영_김현진_박지원_박철희 배위주_신하민_안서연_우정민_윤석환 이민훈_이유빈_이유진_이윤민 이은정_이지환_정혜주_최수원
주최 / 고려명과 후원 / 미아산미아_성균관대학교_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협찬 / 서부수도사업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서부수도사업소 민원센터 서울 마포구 환일길 13
「고려명과」는 여러 일상 생활 속 이야기들과 사회문제들을 함께 논의하며 고민해 온 25명의 현대미술, 디자인, 공학 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20-30대 예술가들의 그룹이다. 이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주민들과 대화하고 접근하며 더 큰 대화의 장을 만드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 『물꼬를 트다』展은 만리동의 서부수도사업소 민원센터의 2,3,4,5층을 통틀어 진행된다. 서로 전혀 접점이 없던 수도사업소 '아리수'와 청년 작가 그룹 '고려명과'가 만나 독특한 전시를 기획하였다. 작가들은 '아리수'의 순환체계 시스템에 착안하여, 예술을 매개체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꾀하려 한다. 작가 개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모아 소화시키고 여과하여 보여준다. 서부수도사업소의 비어있던 공간이 작가들과 아리수의 협업을 거쳐 독특한 전시 장소로 바뀌어, 새로운 예술 향유 공간으로써 스며들기를 기대해본다. ● 서부수도사업소 민원센터2층부터 5층까지 펼쳐지는 '물꼬를 트다' 전시는 작가들만의 순환체계를 보여주는데, 2층에서는 작가들의 영상 작업들과 사진작업, 설치 등 다양한 작업들의 전시이다. 전시장 3층부터는 작가들의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작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물에 대한 기억, 이미지 등, 물(아리수)의 시작과 종착 지점에서 생기는 개인과 사회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우리의 주변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늘 함께하는 물과 공기처럼, 우리의 삶에 너무나도 당연시되어 지나치게 된다. 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가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듯이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일상도 어쩌면 충분히 아름다웠을 수 있다.
평소 '제복 입는 직업' 특히 군대라는 집단의 성격, 이미지에 매료되어있었는데 '아리수 수도사업장 민원센터'에서 물의 순환시스템처럼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의 순환으로 꼬리를 물게 되었고, 본인에게 물에 대한 과거 기억은 군복무 당시 「공군 성남비행단」의 항공소방구조중대에서 생활했던 기억이었다. ● 20대 젊은 남성들이 대부분 경험하는 군복무의 기억은 혹독하고 괴롭지만 계속해서 상기되며 떠오르고 심지어 그 기억의 이야기는 오묘하고 역설적인 흥미를 형성한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과 현재에서의 회상이 만나는 접점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이미지를 '아리수수도사업장'이라는 공간에서 구현하였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서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면 어떨까? 혹은 내가 나의 삶을 꾸리는 데에 다른 보이지 않는 외력이 작용하고 있다면? 아니면 애초에 '나'라는 주체성 자체가, 내가 나라는 생각,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있음이 단지 착각일 뿐이라면? ● 결국 우리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주체성을 잃었음에도 주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 어떤 상황에서든지 나의 판단과 이에 따른 결정이 충분히 논리적이고 합당하리라는 착각. 내가 겪은 상황, 내가 본 것, 내가 들은 것이 실존한다는 착각. ● Parasite에 대한 작업을 통해 이러한 간극과 여기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pseudo-scientist인양 과학적 장소에서 과학적인 내용을 과학적이지 않게 이야기하면서 괴리감이 들도록 작업하고자 했다. 실제 실험실에서 실험 도구들이 돌아가는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작가는 parasite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본인은 연구자로서 실험실 안전 규정에 부적합한 복장을 한 채 단지 실험 가운만 걸치고 있을 뿐이다. 맥락을 끊으며 등장하는 노래와 영화는 그래서 '비극적인 사실'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새우처럼 작가 또한 그 스스로 '어쩌면 이 모든 것이 parasite의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자 이야기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한다.
작업을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하려 했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은 90년대 초부터 분식점, 의류점 등을 거치며 7번째 점포 만에 현재 자리에 정착했다. 비로소 '안정적' 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 때쯤, 근처에 프렌차이즈 제과점이 개업했고 부모님이 운하는 제과점의 매출은 이후 큰폭으로 감소했다. 부모님의 심리적 압박감과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육체적, 정신적 시도들이 내 눈에 보였을 때 비로소 부모님의 삶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 첫 번째 작업 「기도」는 바로 위 사건으로부터 기인한다. 프렌차이즈 제과점이 개업한 이후로도 부모님 의 제과점 반죽기계들은 바쁘게 흔들리고, 아버지는 오븐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 반팔만 걸친 채 일하고 있다. 그 위에 어머니는 담담하게 기도를 써내려 간다. 너무도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이들을 지탱한 것은 오히려 비물질적이고 정신적인 것들인데, 이런 무논리한 행위들은 한 없이 나약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들 은 이들의 삶에서 명백하게 실재적 버팀목으로 작동하여 노동이 시끄럽게 요동치는 작업장에서 차분한 호흡을 만들어낸다. 아버지는 혼잡한 작업장 속에서 숨죽여 케이크에 크림을 하나하나 짜내고, 그것은 마치 기도처럼 신중하고 절실해 보인다. ● 두 번째 작업 「늦어도 십일월에는」에서 아버지는 완전히 생계의 현장인 곳에서 그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벌인다. 본인이 20대 시절 썼던 시를 작업대 위에 다시 써내려 가는데, 그의 정교한 필체가 금세 화면을 가득 채운다. 흰 종이와 펜을 대신한 재료들은 또다시 생업의 도구로, 이수길은 가장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글은 곧바로 지워진다. 허나 이 작업을 통해 잠시 동안 생계와 창작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퍼포먼스를 기록하고, 더 이상 사라져야만 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 어떤 것이 아닌 실재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존하려 한다. ■ 고려명과
Vol.20170629i | 물꼬를 트다-고려명과 그룹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