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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대담미술관 기획초대展
전시기획 / 최정미
관람시간 / 10:00am~10:00pm
대담미술관 ARTCENTER DAEDAM 전남 담양군 담양읍 언골길 5-4(향교리 352번지) Tel. +82.(0)61.381.0081~2 www.daedam.kr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대학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물질만능주의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관심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양철민 작가의 유화작품을 선보인다. 홍수처럼 넘쳐나는 명품브랜드의 광고 등을 해학적 풍자적으로 재현해내고 있는 양철민의 작업은 현대작가들이 명품브랜드나 로고를 차용하여 그리는 것처럼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독자적인 표현력과 주제의 선택 그리고 세련된 사실적 묘사는 하나의 사회비판적 시선이 되어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2013년 서울의 줌 갤러리 기획초대전 이후 양철민 작가가 준비한 세 번째 개인전이다. 양철민 작가가 Gallery is의 신진작가에 선정되어 선보인 「Chul Min Style」의 작품과 그 이후의 작품들에 주목하고 기획한 전시라고 볼 수 있다. ● 작가는 대학 3학년 때부터 현대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물질만능주의(돈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겨 지나치게 돈에 집착하는 사고방식이나 태도)라는 사회적 현상에 관심을 보여 왔다. 투명비닐에 분홍리본으로 포장된 바비인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유화작업이나 성형미인이 넘쳐나는 사회적 현상을 비꼬기라도 하듯 그려냈던 몇 점의 한국미인도 등은 작가의 생각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작업들로 볼 수 있다. 어려서 만났던 친구들, 가족, 환경, 텔레비전, 라디오 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들이 매스 미디어를 통해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거나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 또한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현상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모든 예술가들이 사회적 현상에 반응을 보이며 참여를 해온 것은 아니지만 수년간 지켜봐온 작가의 생각과 작업들을 살펴보면 오늘날의 소비사회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논의에서 빠짐없이 언급되는 사상가 중의 한 명인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현대인은 기호를 소비하며 산다고 했는데 이는 짧은 시간에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자동차의 성능보다는 '벤츠'라는 브랜드를, 물건을 넣는 가방의 실용성보다는 '샤넬'이라는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이론에 다름 아니다. 즉, 사물자체의 실용성보다는 그 사물의 브랜드가치가 주는 '가진 자'로 보일 수 있는 환상적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해진 것이다. 예로부터 인간들의 삶은 다른 것과의 비교우위에 있을 때 행복감을 느껴왔다. 이제, 이런 생각들이 현대인들에게는 명품브랜드를 소유한 자가 소유하지 못 한자를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양철민의 작업은 간단명료하고 흥미롭다. 이는 작가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사회문제나 현상에 대한 개입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 수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며, 한국이라는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특색을 가진 나라에서 살아가는 작가로서 대두될 수 있는 현상을 가지고 적당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자본주의, 특히 물질만능주의가 키워낸 '새로운 인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 '새로운 인종'은 현대사회의 대표적 특징인 동시에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는 배경이나 물질에 집착하며 화려하고 가식적인 모습으로 탄생되는데,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새로운 인종'인 것이다. 한국에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예전에는 없었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1950년 6.25전쟁이후 한국 사람들의 삶의 목표는 파괴된 도시의 복원과 배부르게 먹고자하는 것, 그것뿐이었다. 따라서 소수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빈부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비교하거나 비교당할 일도 없었다. 특히 매스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서로를 비교할 이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런지 모른다. 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이뤄낸 경제성장과 더불어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지금의 우리는 경제적, 교육적 그 외 셀 수도 없이 많은 비교를 하며 각자의 콤플렉스를 만들어내는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남들 과 다른 외모, 경제력, 지적능력은 그에 비해 열등한 사람들을, 그리고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위해 우월한 사람을 따라하는 새로운 인종을 만들어 냈다. 전쟁이후 너무 빠른 시간에 부를 움켜쥔 한국에서는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학벌 그리고 부의 유, 무가 중산층의 기준이 되지만 악기를 하나 다루거나, 외국어 하나를 더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 등.. 정신적 부가 그 기준이 되는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인종'들이 한국에서 탄생된 것이다.
양철민이 생각하는 그 '새로운 인종'은 유명브랜드의 광고를 패러디하는 독특하고 일정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패러디는 현대미술에서 작가가 자신의 개념에 힘을 싣고자 할 때 쓰는 하나의 방식이다. 물론 제품 홍보용 광고에서는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방법이자 형식이기도 하다. 이는 고가의 제품일수록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패러디를 통해 하나의 광고로 제작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품격 있고, 근엄한 여왕이나 왕을 언급하며 소비자가 이 제품을 사서 마시거나 뿌리거나 입는 순간 그들과 같은 품격을 갖게 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제품의 세세한 설명보다 더 큰 효과를 얻는다. 작가 양철민은 그런 형식에 주목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패러디하고 있다. 하지만 명작을 있는 그대로, 명품브랜드를 있는 그대로 만들어 재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문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와 홍보물들 자체를 패러디 하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명품브랜드를 선호하는 많은 소비자들은 그 제품보다 그 기호를 소비하고 싶어 한다. 성능과 품질보다는 명품브랜드라는 기호를 소비하며 소유로 인한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따라서 명품을 살 처지는 못 되지만,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유사한 제품의 소유로 대치되곤 한다. 그리고 그 짝퉁은 진품보다 더 진품 같아야 그 만족감은 배가된다. 마치 진품을 가진 것처럼... 그래도 짝퉁은 짝퉁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양철민은 모두가 갖고 싶어 하도록 치장되고, 과장되어 미화된 제품의 광고 속 주인공이 되어 각종명품을 입고, 차면서 그 공간에 그저 '양철민'이라는 작가로, 하나의 스타일로 존재한다. 한, 두 개의 짝퉁을 소유하기보다는 수많은 명품브랜드들을 철저하게 '양철민화(化)'시켜버리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작가자신의 익살스러운 표정, 1m 90cm가 넘는 키가 유명배우나, 톱모델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비싸게 팔려야하는 제품들이기에 유명배우나 모델들이 주인공이 되는 명품광고 속에서 작가는 익살스러운 자신의 모습들로 광고모델이나 배우들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데, 그 방식이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더해주게 된다. 이는 팝아트의 거장인 앤디워홀의 캠벨수프 깡통이나 코카콜라, 마릴린 먼로 같은 대량 생산된 이미지들처럼 대중적인 주제선택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워홀이 그런 작품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일상용품 같은 주위 환경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사라져가는 자아의 정체성에 대해 언급하고자 했던 것처럼 양철민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새로운 인종'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고민에는 소수를 위해 존재했던 미술작품이 대중적 주제들을 차용함으로써 그 존재 자체를 일반화 시켜 버리며 호감을 갖게 하는 그런 전략이 숨어있다.
회화는 몽상이나 꿈에서처럼 실재하지 않는 대상을 나타낸다. 회화 역시 꿈처럼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재현 작용에 따라 구성된다. 다시 말하면 환상과 같은 '탈현실'을 구현하는 것인데, 이는 양철민 스타일의 분석이자 본질로 볼 수 있다. 레네르 로슐리츠 Rainer Rochlitz는 "예술가의 전략들Strategies de l'histoire de l'art"(비평 Critique 지, 1996, 3월)에서 "예술사를 다시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처럼 작품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하며, 다른 관점에 입각해 각 시대를 한층 깊이 연구해야 하고, 매번 새로운 예술 개념을 적용해가며 문제를 제기해야만 한다고 했다." 양철민은 작품이 아니라 인간 쪽으로 관심을 돌려,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답을 유도한다. 작가 양철민의 작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실재하는 대상과 실재하지 않는 대상의 중간에서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독자적 스타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최정미
Vol.20170628h | 양철민展 / YANGCHULMIN / 楊哲敏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