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622_목요일_04:00pm
기획 / 배희경 후원 /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_내설악 백공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내설악 백공미술관 BAEKGONG MUSEUM 강원도 인제군 북면 황태길 245(용대리 1663번지) Tel. +82.(0)33.461.2780 www.baekgong.com
『E STRAY 이 스트레이』는 백공미술관과 고려대학교가 후원하여 작가 배희경이 기획한 전시이다. 이 전시는 한국에서 유행처럼 퍼져있는 회의적 풍경이라는 메시지 중심의 사회비판적 미술 시류를 부정하기보다 이것을 이반(등지고)하고, 한번 숨을 고른 후, 또 다른 마음의 교감적 미술 언어를 선사하고자 하는 제안에 의미가 있다. ● 또한, 근접한 것과 먼 것 사이에서 건져 올린 동시대 예술이라는 현대미술의 한 지점에서 그 원근을 수용하는 태도의 강도를 측정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예술성과 작품성만을 논의하고자 하는 의도이기도 하다. 참여하는 작가들은 동서양 어느 하나에도 부정되지 않는 강한 접근성과 조화로움을 동시에 구현한 수준 높은 현대적 조형언어를 선보이고 있고, 평면과 설치 등의 전형적 미술 언어를 고집하면서도 특정 지역의 유행적 미술 언어에 휩쓸리지 않고 조화롭게 현대미술로 접근하고자 하는 진지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 작가들은 근대사 속에서 자신의 아시아적 정체성이 투사된 작품들을 통해 각자 전혀 다른 자화상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객체 속에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전형적인 동양적 태도와 함께, 외형적으로는 극도로 서구화 된 현대성의 외투 내면에 개별적 개념들이 여러 각도의 시선들로 부딪치며 타인의 모습을 통해 화해하는 지점들을 잡아내고 있다. 따라서 작가로서 물질과 대상을 다루는 태도, 공간을 대하는 시선이 절제되고 응축되었지만 독특하고 강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전시 공간은, 모노톤의 분절된 선들과 공간 분할적 드로잉, 회화로 채우고, 정반대로 공간의 상황을 관조, 혹은 외면하는 듯 응축된 만짐으로 단순화시킨 여러 매체의 작품들이 서로를 먼 곳과 가까운 곳에서 존재하도록 구성한다. 마치 입체와 평면의 여러 대상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다시 포용하는 것 같은 긴장감을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공간을 연출하고자 한다. ● 한국의 젊은 미술은 최근 15년간 무차별적인 현대미술의 세계화와 버블시대의 붕괴를 경험하는 소용돌이에서 그 정체성의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게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번 전시가 한국과 아시아의 젊은 세대들의 현재까지 각자가 구축해온 정신적 배경과 과정을 보여 주면서, 매우 사적인 해프닝으로서 또한 현실에서 매우 구체적 순간이지만 특정 의미를 뽑아낼 수 있고 결과적으로 관객에게 색다른 견해를 창조해내는 신선하고 세련된 공간들을 선사할 것이다. ■ 내설악 백공미술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이 멋지고 우아한 종교적 위트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치적 공방에 차용되어 뉴스의 일부가 된다. 보아야 할 달은 어디에 있고, 우리는 어떤 손가락에 집착하여 여전히 이 곳 저 곳을 헤매고 있는가? 좋은 작품과 진지한 영역은 주변의 여러 사회적 정황과 제도에 따라 엉뚱한 손가락들에 그 시선과 해석을 내 주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 『E STRAY 이 스트레이』는 일련의 부정적 사회 메시지로 가득 찬 제도적 담론을 뒤로하고, 길을 잃은 시각, 한편으로 그것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의외적인 것에 대한 기대로 출발하였다. 영어로는 '길을 잃은 개'라는 소박한 의미이다. 누구의, 혹은 무언 가의, 어떠한 지침을 따라가든 작가는 작품을 하고 전시를 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다시 찾는다. 그게 무모한 모험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또 길을 잃고 다시 찾고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 전시에서는 특정 의미체계로 무장된 전시제목, 그 단어 하나하나에 작가 개별의 작품 컨셉을 끼워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 즉, 자유롭고 멋지고 또한 대담하게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것은 또한 젊은 예술가로서 한동안 지적, 사회적 욕망의 대변자(spokesman)로 작품을 전락시키지 않았나 하는 자의적 의구심과, 그로 인해 형성된 익숙한 나의 유전자, 근육, 그리고 생산재로서의 손을 다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가 기획의 형태로 내재한다.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남의 것을 모방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를 생물학적 용어인 유전자(Gene)의 발음 '진(gene)'에 빗대 만든 '밈(meme)' 즉, "비유전적 방법, 특히 모방을 통해 전해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의 요소"를 언급한다. '밈(meme)'은 스스로 복제하고 널리 전파하면서 생물의 유전자처럼 진화하는데, 예술가들의 예술 행위, 시각적 전달체계, 그리고 진화방식 등이 어쩌면 이 과학자의 무모한 주장과 문맥이 닿아 있을 수도 있겠다. 유전자가 모든 생명 현상에 우선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지만, 우리 예술가들은 언제부턴가 모방에 의한 유전자들을 서로가 널리 전파하면서 생존해 온 전형적 '전달 기계(conveying machine)'로 전락한 적은 없었는가?
참여하는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서 그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시각언어들을 탐색하였으며, 평면과 설치 등의 전형적 미술 언어를 고집하면서도 특정 지역의 유행적 미술 언어에 휩쓸리지 않고 조화롭게 현대미술로 접근하고자 하는 진지함을 추구하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시공간, 에너지, 물질을 대하는 주관적 시선, 이들이 다루어 지는 각자의 방식을 몸과 두뇌의 써 보지 않았던 근육들로 조정하기로 의논하였고, 미술비평의 글을 맡아주신 이관훈 선생님은 '전시개념'에 대한 고민으로서의 '기획 세계'를 완전히 떠나 오로지 작가 개별의 작품세계만을 들여다보는 매우 '다른 형식'의 글을 써 주시는데 흔쾌히 동의하셨다. 그 '길을 잃은 듯한' 고민의 결과가 잘 드러나는 좋은 전시의 장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 배희경
『E STRAY』展. 기획자에 의하면 이 전시는 이 시대의 시스템에서 길을 잃은 작가들의 창작을 순수한 커뮤니티 무대 위로 올려놓고 공유하고 대화 나누며 의미를 찾는 데 있다고 한다. 이 계기는 오랫동안 지속한 권력 제도를 비판하고 저항하는 태도가 아닌 부재한 빈 곳을 채워나가는 수평적 태도로서 작가들의 소소한 창작 의지를 보듬고 함께 나아가려는 순수성에 기인한다. 다른 한편, 개인 혹은 집단의 이기로 경쟁 시대가 되어버린 현재의 모순은 예술 창작의 근원적인 것에서 힘든 고통을 감내하며 운명적으로 창작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숭고의 태(態)와 역행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속성은 부재의 대안이 실천되고, 또 다른 대안으로서 실천하려는 움직임과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그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몸소 겪은 작가이자 기획자는 이번 전시에 있어서 미학 혹은 전시의 개념을 구현하는 것보다 작가들의 창작 언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 사회생활을 체험하고 뒤늦게 그림공부를 시작한 곽한울은 그려내는 것보다 개인적인 삶을 통해 터득한 사유와 사색의 길이 앞선다. 숲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공원이나 야산 등을 산책하며 사회에서 고립된 자아를 발견하고, 이를 구현하고자 그 대상들을 몸 언어(회화)로 감각하고 상상하는 표면적 사유를 하게 된다. 이것은 대상을 재현하거나, 재현된 것을 부분 혹은 전체를 벗겨내어 작가가 설정한 'gray void'라는 사색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제스처이자 과정의 표현이다. 그러하기에 그가 추구하려는 '공허'는 자연이 지닌 본질적인 메타포이자 무형의 공간으로 존재하기에 작가에게 있어서는 아직 추상적인 관념이 아닐까.
김원진은 누구나 기억하고 망각할 수 있는 것에 창작 언어의 단서를 찾는다. 그는 지나간 기록물을 다시 읽는 현상에 따라 다르게 전환되는 것에 편견을 갖는다. 사사로운 행위지만, 없어진 줄 만 알았던 기록물이 뒤늦게 발견되고, 이후부터 그 기록들을 분쇄하거나 버리는 행위가 오랫동안 습관화되면서 창작의 본능으로 전환되었다. 작가에게 있어서 기억하고 망각되는 찰나의 장면이 매일 매일 자기의 일기처럼 몸에 축적되고 모호한 풍경의 단면으로 남아, 결과적으로 자기 집을 짓듯 레이어가 층층이 치밀하게 구축되어 있다.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익히 보고 상상하는 다른 차원의 내면 풍경으로 가져간다. ● 인도 바로다에서 활동하는 마헤시 발리가(Mahesh Baliga)는 자신이 겪는 도시 생활의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과관계로 엮어진 다양한 경험을 내러티브로서 다채롭게 표현하는 작가다.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을 재현한 것이 아닌 사라진 형상을 다시 상상하고 그의 내재한 기억으로 다시 그 대상을 추론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디엄으로서 케신의 활용과 함께 채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생각의 여정이 그림 속 안으로 파고들어 그림 속 영혼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그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일체감을 도모하며, 바라보면 볼수록 시선을 집중시키는 환영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그 그림 속에는 사람 사는 세상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수많은 상상을 유발한다. 자기만의 자잘한 에피소드의 축적으로 형성되어 휴머니티가 강하게 묻어난다.
이지양이 지향하는 이분법적 언어는 가벼운 재치와 유머가 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상 오브제나 상황을 위아래 혹은 좌우로 병렬시켜놓은 상태가 너무 쉽고 평이하게 보여서 당혹감을 준다. 쉽게 읽히는 것이 오히려 역으로 질문을 양산한다. 책의 앞뒤 간지처럼, 그 사이, 간극의 차이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을 생각하게 한다. 사물의 대상은 작가가 사고하는 다양한 프레임의 방식에 따라 다른 의미로 작용하며, 보는 주체의 인식 지각에 따라 변동한다. 이러한 작용과 변동은 다양한 텍스트를 생산하거나 또 하나의 미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 전주연은 주어진 모든 대상을 느린 태도로 접근한다. 이미지 언어를 개념화시키지 않고 개념을 몸으로 개입시켜 다른 언어로 전환한다. 그는 삶의 영역에서 천천히 수많은 콘텐츠를 경험하고 조형적인 틀에 갇히지 않으며, 다양한 매체, 기법, 주제 등을 자유롭게 실험하고 즐기며 노는 태도로서 새로움 대한 상상력을 어떻게 발현시킬지 고민한다. 보이는 결과물들은 언어화되는 과정으로서 '날 것' 같은 가변적인 움직임 자체로서의 명징함이 있다. 삶의 프레임에서 고유의 감성 언어를 지속해서 획득하고 자기 코드에 맞는 사유로 전환하며, 이제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누구나 예술가의 꿈을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예술가가 되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절실함이 있어야 하고, 숭고함이 그의 영혼 속에 깃들어야 하고, 동기가 부여되어야 한다. 그리고 진심이 서려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미술 사회에서 떠도는 소위 예술가들이라고 추앙받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의미들처럼 같은 성질일까. 아니면 작가들 스스로 예술가로 자인하거나 명명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예술가들이 능동적인 의지와 관계없이 제도에 편승하거나 권력에 이끌려 존재의 가치를 알게 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예술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대중들의 기호에 맞춰 자본의 흐름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예우하는 것일까. 자문해본다. ■ 이관훈
Vol.20170622f | 이 스트레이 E STRA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