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621_수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서초구 방배중앙로 156 (방배동 777-20번지) 2층 Tel. +82.(0)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디자이너이자 순수예술 작업을 실행하고 있는 지누박(Zinoo Pak) 작가는 2014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개인전을 진행하면서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구분을 편의적 사용 기능의 측면을 비껴나 '심리적(psychological) 기능', '비평적(critical) 기능', '자극적(provocative) 기능' 등을 기준으로 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하여 언급한 바가 있다. 그는 상업성과 무관하게 디자인과 순수예술의 경계에 대한 담론을 끌어낼 수 있는 전시 장소로서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을 선택하였으며 오브제와 디자인적 요소로 치장된 포괄적인 순수 예술형태로서의 전시를 선보였다. 이 전시에서 지누박은 사람 피부처럼 보이는 다소 섬뜩한 느낌의 가죽 소재에서 발생하는 낯선 시각적인 자극, 만화를 차용한 키치적 요소를 환기시키기도 하는 등 앞서 언급한 실용성을 비껴간 심리적, 비평적, 도발적 기능을 드러내기 위한 몇 가지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2015년 셀로 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한 개인전 『Talking Chair』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또 다른 버전을 실행하였는데 버려진 가구의 기능을 회복함과 동시에 가구의 형식을 빌린 예술 작품으로서의 기능도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으로 이어졌다.
2017년도에 다시 한 번 윌링앤딜링에서 선보이게 된 박진우의 전시 『OH NO MORE ART』에서는 더 이상 디자인과 순수예술 사이의 간극이라든지 장르적 위계에 대한 의식적인 반발 등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순수예술이라는 영역으로 온전히 들어와서 그 속에서 주어진 오브제 혹은 버려진 예술품에 대한 효용성에 변화를 겪는 작품을 발견하였고 예술적 가치가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과 그에 따른 의문을 품고 자발적인 탐구를 진행하였다.
현재 대학교에서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지누박은 학기말 평가가 끝난 후 길 한 켠에 쌓여가는 캔버스들을 발견하였다. 한 학기 내내 학생들에 의해 그려진 회화 작업이었는데 점수가 매겨진 후 학기가 끝날 때 버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예술 작품으로서 평가 받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을 이 작품들이 대다수의 학생들에 의해 별다른 고민 없이 버려지는 것이 의아하였고 이들이 쓰레기가 되기 직전까지 열정적인 그리기의 행위가 특정 단계 후에는 의미가 없는, 즉 효용성이 사라진 오브제로 변모해 버리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그는 이들을 작업실로 주워와서 그 표면에 'oh no more art'라는 문구로 채우는 작업을 반복하여 진행하였다. 각 이미지의 표면에는 지누박의 손 글씨 형식의 페인팅이 해당 캔버스의 크기, 표면이 색 등에 조응하면서 그려졌고 동시에 이는 전혀 다른 내용의 작품으로서의 위치를 획득한다. 이러한 행위는 1964년 마르셀 뒤샹이 작품 「샘」을 통하여 예술가의 위치와 역할을 재정의 하였던 제스쳐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가 표면위에 그려 넣는 문장 "oh no more art"는 'oh! no more art' 혹은 'more art' 라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의미를 동시에 드러내고 인식케 하는 기호적 이미지이다. 이는 르네 마그리트의 회화 작품 「이미지의 배반」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글귀에 의하여 기호적 상징체계와 이미지 간에 드러나는 한계, 그리고 개념과 현상 (혹은 재현)간의 모순적 관계를 폭로하였던 행위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지누박이 '선택'한 것은 그 주체에 의하여 가치가 제거된 회화들이다. 버려진 오브제로서 의자를 선택하여 이를 예술로 가공하였던 이전의 행위와 다른 지점이다. 그는 이 표면에 그려진 것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남아 있는 가치의 흔적을 찾고자 하였고 그래서 그가 그리는 글씨는 본래의 표면에 그려져 있던 이미지의 형식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애초에는 버려진 이 캔버스들을 단순히 재활용하기 위하여 구하러 다녔다고 했다. 그러나 그 위로 글씨를 써보니 원래 그려진 그림의 색, 캔버스의 크기, 그려진 이미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그 이미지에 맞춰서 자신의 글귀를 그리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자연스럽게 해당 그림의 주인인 학생들을 추적하였고 이들에게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물었다.
그리고 버려진 상태의 캔버스가 다시 작품으로서 사용되어 다른 이의 작품이 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원래 이미지와 관련한 학생과 지도한 교수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의식속에 있는 가치 판단의 기준은 모순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학생들은 자신의 그림에 대한 순수한 행위로서의 가치는 스스로 인정하고자 하지만 그것의 객관화된 가치에 대해서는 예술계의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 보류시키거나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영상으로 기록되었고 전시 공간에서 재생된다. 각양 각색의 스타일로 재현된 다양한 이미지와 지누박의 글귀 "oh no more art"는 아트에 대한 주체적 혹은 객체적 태도, 아트라는 영역에서 발생하거나 소멸되는 가치에 대한 고찰, 그린 이의 손에 의하여 버려진 이미지가 다른 이의 손에 선택되었을 때의 전환 지점에서 발생한 가치에 대하여 관련한 이들과의 동의가 가능한 것인지 등에 대한 대양한 질문들은 이 전시를 진행하는 내내 작가와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인선
Vol.20170621g | 지누박展 / PARKZINWOO / 朴眞佑 / painting.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