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그늘

장현주展 / JANGHYUNJOO / 張炫柱 / painting   2017_0621 ▶ 2017_0702

장현주_weeds2_장지에 먹, 목탄, 분채_144×100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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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1번지) Tel. +82.(0)2.738.2745 www.gallerydam.com cafe.daum.net/gallerydam

갤러리 담에서는 6월의 녹음이 푸르른 때에 수묵과 목탄작업을 주로 하고 있는 장현주의 『풀의 그늘』전시를 선보인다.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캔버스에 유채대신에 장지 위에 아교 포수한 후에 먹과 목탄으로 작업을 한 후 다시 호분으로 지우고 그 위로 새로운 풀들의 형상을 그려나간다. 적게는 세 차례에서 많게는 대여섯 차례의 중복된 작업 후에 남은 형상들은 그 원래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중첩된 작업 방식은 아마 작가가 처음 시작했던 서양화에서부터 연유된 것이 아닐까 싶다. 유채에서는 처음 그린 그 흔적들은 사라지고 나중 작업으로 형상이 보여진다고 할 때 동양화 기법의 현재 작업들은 여러 겹들의 차곡차곡 쌓여있어서 그 전체가 하나의 그림으로 보여진다. 이로 인해 구상이 아닌 비구상의 드로잉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의 작업에 비해 이번 전시에는 분채를 사용하기도 해서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풀의 한 면이 아닌 시기별로 장소 별로 다른 풍경들을 한 화면 위에 올려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무채색의 풍경에서 이번 전시 작업하게 될 즈음에서야 작가는 색을 쓰고 싶은 욕망이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흑백 풍경에서 와도 같이 조용한 풍경이기는 하다.

장현주_weeds3_장지에 먹, 목탄, 분채_107×74cm_2017
장현주_weeds8_장지에 먹, 목탄, 분채_68×50cm_2017

장현주 작가는 유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보고 자란 시골의 산과 들, 숲, 그리고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둘러싼 산과 같은 자연이다. 작가의 자연은 분명한 형태를 섬세하게 구축하거나 특정한 서사성을 명료하게 전달하기보다는, 자유롭고 다양한 층위의 이미지들이 공존하는 상태이다. 작가가 선을 그으면 그 선은 자기 의지대로 자라나 나무가 되기도 하고 숲이 되기도 한다. 작품 속 세계에서 각 개체는 존재의 무게를 덜어낸 채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자유롭게 부유한다. ● 이화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장현주는 현재는 종이에 목탄과 먹, 호분으로 여러 겹을 만들고 여러 풀 풍경의 레이어들이 쌓여 있는 풍경에서 작가가 느끼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겹에서 새로운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풀의 그늘 신작 18여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 갤러리 담

장현주_weeds10_장지에 먹, 목탄, 분채_68×50cm_2017
장현주_weeds11_장지에 먹, 목탄, 분채_68×50cm_2017

사람이 없는 풍경에 서면 내가 보인다. 어릴 적 봄 들판의 풀꽃과 숲의 싱그러운 나뭇잎의 흔들림과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먼 시간을 건너와 나에게 말을 건다. 꿈 많던 시절 넉넉한 자연의 품 안에서는 한 없이 자유로웠다. 시감이 흐른 지금 도시에 사는 나는 내 삶에서 들과 숲이 사라지고 기억에서 멀어졌다. 정신 없는 일상의 수레바퀴 안에서 내 유년시절의 풍경은 이유 없는 슬픔이었다. ● 나의 작업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내 작품 주제인 절대적 자유의 출발점이다. 나에게 풍경이란 단순한 몇 개의 장면이 아닌 수많은 장면과 장소들이 생성한 중첩의 흔적이다. 장소의 중첩이기도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성장한 시점에서 지금 여기까지의 긴 시간의 겹이기도 하다. 풍경에는 기쁨, 즐거움, 애틋함과 탄식이 스며있고 다른 어떤 것보다 이유 없는 슬픔이 가장 강렬하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홀로 마주하는 풍경은 까닭 모른 슬픔이다. 그것은 지나간 것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풍경이 주는 위로가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장현주_weeds15_장지에 먹, 분채_47×37cm_2017

그림 형제의 동화에는 100년의 잠에 빠진 오로라 공주가 있다.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마법을 풀어야만 가능하고, 그것은 진정한 사랑으로만 가능하다. 나에게 결혼이란 어쩌면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동화처럼 100년의 깊은 잠 같았다. 가시덤불 속에 갇힌 삶이었고 현실과 이상적인 삶 사이의 불안함 그 자체였다.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안에 존재했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을 발견하고 상처 속에서 풍경은 안식처가 되었다. 이것은 잃어버린 자아를 회복하는 것,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복원이었다. ● 풍경은 멀리서 바라 본 원경이 아닌. 내경에 들어가 만나는 접사의 미시적 근경이다. 꽃은 바위와 산 봉오리가 되고 풀은 나무가 되며, 줄기는 길이 된다. 하나의 꽃밭, 하나의 풍경이기도 하다. 풍경 자체가 흔들려 수많은 사이의 풍경을 만든다. 어떤 특정한 낱말로 형상화 할 수 없는 미묘한 것이며, 내면과 기억의 심연에서 길어 낸 것이다.

장현주_weeds25_장지에 먹, 목탄_33×25cm_2017

그림의 형식은 일상에서 만나는 구체적 사실의 흔치 않은 감동 즉, 먹먹함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에 더하여 그 먹먹함을 새로운 형식의 수묵화로 표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내가 구사하는 수묵 기법은 먹과 목탄으로 그리고 칠하고 다시 닦아내기를 반복하면서 먹 위에 먹을 쌓는다. 기법적으로 먹이 쌓여 먹먹하다. 풍경의 경험은 시간과 기억의 중첩의 흔적이기에 복잡한 선의 흐름과 수많은 붓질이 만들어 내는 깊이로 화면에 표현된다. 내 작업은 두꺼운 한지에 밑그림이 없이 사실적인 형태에서 시작하여 호분으로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그리기와 지우기의 반복은 형태의 추상성과 화면의 깊이를 가져온다. ● 그림은 이미 있던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낯선 방식으로 새롭게 생산하는 것이다. 그것은 먼 과거와 먼 미래까지도 포괄하는 시간의 폭을 가지며, 지금 이 순간 또한 긴밀하기에 진정한 나와 마주하는 자유로움을 준다.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이 바로 자유이며, 작품은 그러한 매개가 된다. 위로와 안식을 주고 나를 씻겨 준다. ■ 장현주

Vol.20170621c | 장현주展 / JANGHYUNJOO / 張炫柱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