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토요일_11:00am~08:30pm / 월,화요일 휴관
이태원 예술공간 아트인선 arTinsun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43-12 Tel. 070.4157.2016 www.artinsun.com www.artinsun.co.kr
김이린은 자연을 주제로 작업한다. 작가는 자연의 근원에 담겨있는 질서와 그곳에 반영되어 있는 자신의 내적 열망을 시각화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작가는 동, 식물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연의 이미지를 자신만의 조형 감각과 호흡을 통하여 화면으로 이끌어 내는 독특한 미감을 보여주고 있으며 간결한 형상과 절제된 공간 분할을 통해 그것을 한층 더 관조적으로 실현시키고 있다. 작가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매개인 나무는 자연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으며 다양한 상징을 지닌 주제 중 하나이다. 나무는 항상 자연계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20세기의 바슈라르, 엘리아데, 융 등에 의한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나무가 생명의 원천, 죽음과 재생, 성장, 우주적 생명력의 편재를 상징하는 이미지로서 현대의 예술가에게도 유효한 테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작가는 "나는 나의 공간으로 자연을 초대하여 대화하는 것을 꿈꾼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꽤나 다채롭고 알찬 나의 하루에 휴식을 위해 찾아가는 자연이 놀러 온다면 어떨까. 찾아가면 언제든 위로해주었던 자연이 내 일상으로 잠시 놀러와 '인간세상'을 즐기는 모습을 화면에 그린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 받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전보다 건강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역할이 된다." 라고 작업노트에 써 놓았다. 작가는 대상에 대한 친밀한 관찰과 정서적인 교류를 통해 나무를 지각하고 정감작용을 통해 안으로 침잠하며 감각적 이미지로 이끌어낸다. 이미지의 단순한 형태와 더불어 시각화하고 있는 화면은 작가가 의도하는 주제를 어떤 관점으로 그려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의 화면에서 느껴지는 깊은 심연과 같은 사유의 흔적은 바로 작가의 사색의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간결하면서도 중첩되는 색채와 형태의 조화는 차분한 동양적 정서를 현대적 감흥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대상에 대한 통찰의 미감에 주목하였던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사물을 바라보던 이전의 태도와는 또 다른 명상의 감성이 더욱 깊게 느껴지는 조형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 스스로의 내면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되풀이하는 과정 속에서 그만의 독특한 회화적 언어를 드러내고 있다. 말레비치가 "예술이 향유로서가 아닌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서 인지하게 했다."고 말한 바 있듯이 작가는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미감을 통해 사물에 대한 감성적 이미지와 새로운 조형 질서를 얘기하고 있다. 작가는 고유의 한국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또 하나의 독자적 표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
작가는 표현주의적 시각에 바탕을 둔 평면회화 작업을 해왔으며 자연의 생명력 특히 나무의 이미지를 화면에 오브제를 붙이거나 색칠하는 등의 콜라주 기법을 통해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한지를 바탕으로 주름, 구겨짐 등과 같은 질료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독특한 질감이 살아있는 작업을 한다. 동양화의 분채와 아크릴 물감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그의 작업은 성격이 다른 재료가 한지에 흡수되며 만들어내는 겹침의 미학들이 세련된 색감과 형태로 나타난다. 혼합된 재료들은 새로운 물성을 만들어내고 여기서 작가는 다양한 재료의 충돌이 아니라 조화로움을 의도하고 있다. 작가가 선택한 나무의 이미지는 특정한 형상이 아니다. 이는 그가 경험하는 무수한 이미지들 중에서 발견해낸 것으로 주로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이미지에서 끌어낸 것이다. 그 이미지는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연결되어 서정적 감성 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특정한 대상성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상상의 폭을 넓히는 장치를 한다. 작가의 상상력은 시각적 명료함뿐만 아니라 신비로운 영속성까지 담고 있다. 휴식을 나무와 연관시켜서 자연을 부호화, 단순화시키고, 나무와 인간은 서로 메타포의 표상으로서 연결된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적 상상력 속의 나무가 작가를 통해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활력의 알레고리가 된다.
그의 작업에서는 의자가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매개체와 접촉과 소통의 컨텍스트로 작용한다. 재료를 드러내지 않고 내용적인 측면에 충실한 그의 작품은 분채라는 물질을 드러내지 않고 질감의 차이로 물성을 보여주고, 표현할 나무 형상에 집중하는 개념적 경향이 보인다. 단순한 기하학적 구도 덕분에 공간은 명료해지고, 작품 구석구석을 고르게 밝혀주는 밝은 색감과 함께 반추상에 가까운 스타일과 원근법을 따르지 않는 평면적 구도는 디자인적인 조형적 미감들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이자 주제의식이기도 한 자연은 크게 사색, 재발견, 소통의 세가지 섹션으로 나뉘고 이어진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그 주제의식과 의미에 중점을 두고 배치하여, 작품과의 교감을 꾀한다. 단순화되고 간결하게 표현된 나무와 일상의 사물의 형태와 색감이 한 공간에 전시되었을 때 닮아 보이고 자연스럽다. 이는 자연의 조형성을 정적이면서도 긴밀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형태적으로 다양한 이미지의 패턴과 미묘한 긴장감의 화면구성은 작가의 장식적인 특징을 드러내며, 궁극적으로는 내면적인 사색을 드러내고자 하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한국화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파격적인 배치를 하였다. 암막안으로 들어가면 형광의 나무들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장관이 펼쳐지는데, 이는 마치 우주에 와있는 듯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동양화란 장르에서 현대적 감각을 발견하고 독창적으로 해석하여 관객 내면의 의식과 감정을 자극하고, 보다 적극적인 감상을 유도한다. 새로운 조형실험을 통해 전통적인 동양화 표현방식과 현대의 다양한 회화적 표현방법을 용해시켜 교감을 시도한 작가의 공간에 대한 탐험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통을 주제로 하는 전시실에서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함으로써,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조성하고자 한다. 작가의 초대로 전시실에 놀러 온 자연을 만나 하나가 되어 몸과 마음이 위로를 받고 쉼과 치유가 있게 되기를 꿈꾸어 본다. ■ 김수련
Vol.20170617f | 김이린展 / KIMIRIN / 金莉粼 / painting.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