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한국미술 2017-광장예술: 횃불에서 촛불로

Keyword Korean Arts 2017-Plaza Arts: From Torch to Candlelight展   2017_0613 ▶ 2017_080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7_0615_목요일_10:00pm

참여작가 강정효_고승욱_고영훈_구본주_김경희_김봉준 김수연_김수열_김영철_김윤경숙_김인순 김정헌_김주호_김준권_나규환_노순택 도미야마 다에코_류연복_류준화_마C_문승영 뮌_민정기_박경훈_박불똥_박영균_박재동 박재철_박진화_방정아_배인석_서용선_선무 소윤경_손장섭_송경동_송동효_신건우_신용구 안규철_안창홍_양동규_오윤_옥정호_유영봉 이강훈_이경복_이명복_이부록_이원호_이윤엽 이인철_이재각_이재갑_이종구_이진석_이철수 이흥덕_일상의 실천_임영선_임옥상_임응식 장영식_전수현_정용성_정정엽_조민호_조성봉 조습_최민화_최병수_최원준_최호철_홍성담 홍이현숙_홍인숙_홍진숙_황재형_흑표범

오프닝 퍼포먼스 / 신용구 시낭송 / 김수열_송경동 관람객 참여프로젝트 / 이강훈_꽃벽 프로젝트 & 박재동_세월호 아이들 & 김경희_구명조끼 304

협력기획 / 강성원_김지혜_박선후_이원재_최금수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제주도립미술관 JEJU MUSEUM OF ART 제주도 제주시 1100로 2894-78 (연동 680-7번지)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 Tel. +82.(0)64.710.4300 jmoa.jeju.go.kr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에서는 6월 13일부터 8월 6일까지 『키워드 한국미술 2017 : 광장예술 - 횃불에서 촛불로』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은 광장문화를 예술적 관점에서 검토하는 기획전시이다. 동학, 제주 4·3, 4.19 의거, 5·18 광주민주화운동, 87년 유월항쟁, 2002년 월드컵광장, 2008년 촛불광장, 2016년 광화문 광장 등 한국 현대사를 만들어온 광장문화를 다룬 예술작품들을 중심으로 광장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이다. ● 역사적으로 권력자의 공간에서 대중을 위한, 대중에 의한 공간으로 발전해 온 광장은 최근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대중의 참여와 화합의 장을 이끌며 여론을 창출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공론장이라는 공간적 성격을 획득했다. 1898년 동학의 횃불에서 2016년 광화문의 촛불에 이르는 장대한 역사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출품작들을 미술사와 미술비평의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이번 전시는 광장의 역사적 의미와 사회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장이다. 오랜 역사적 과정을 통해 발전해온 광장과 대비되는 망루, 거리 등에서 관찰되는 수평과 수직의 구조들, 정주와 이동의 매커니즘, 자치와 연대의 시스템 등 추상적인 개념까지 제시함으로써 공공영역의 매개공간인 광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자리다. ● 『키워드 한국미술 2017 : 광장예술 - 횃불에서 촛불로』에는 강정효, 고승욱, 구본주, 김준권, 민정기, 박불똥, 최민화 등 작가 총78인(팀) 2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비워진 공간이자 숱한 사건이 가득한 역사적 공간인 광장에서 발생한 사건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8월 6일까지 계속되며 "광장의 예술학"을 주제로 한 학술심포지엄이 6월 15일 오후 2시에 미술관 강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아울러 전시기간 중 전시설명을 위한 도슨트가 운영된다. ■ 제주도립미술관

강정효_거리의 대학생들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1990
구본주_갑오농민전쟁 2_브론즈_267×260×120cm_1994

왁자지껄한 또 다른 광장을 꿈꾸며 ● 물론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하지만 다들 세상이 변했단다. '반짝이던 광장의 겨울'을 지나며 남한은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워낙 둔감한 미술문화의 입장에서 보자면 뭐 그리 달라졌다고 호들갑 떨며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사회와 맞서 함께 호흡했던 예술가들에게 올해 봄은 무척이나 감격스러웠다. 더구나 '블랙리스트'의 작성이 예술을 함부로 제압하려 했던 정치의 일방적인 무지몽매(無知蒙昧)함에서 비롯하였기에 작금 남한의 변화는 정치·사회적 성숙뿐만 아니라 정치와 예술의 관계를 반성하는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김봉준_촛불시민 승리의 날 촛불시민 평화혁명-역사풍속화 5_종이에 먹_182×120cm_2017
박불똥_독도는 우리땅_콜라주_143×106cm_2002

돌이켜보건대 남한의 현대미술은 그 태동서부터 거대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장벽에 갇힌 채 출발했다. 아직도 춘곡 고희동(春谷 高羲東)이 '나라 잃은 슬픔을 그림으로 달래기 위해 1908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것이 남한 최초 서양화가로 기록되는 상황에서 그 이후로 진행된 식민지 내 예술의 성과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더구나 민족분단으로 말미암은 반쪽짜리 예술과 폭압적 군부독재의 망령들이 결과한 창백한 예술들은 반도의 예술문화를 기형적으로 팽창시키며 상당기간 '노란선 안의 세상'만 탐닉(耽溺)해 왔다. 그렇다고 반도의 모든 예술들을 갑갑한 현실의 족쇄로만 묶어놓을 필요는 없다. 다행이 점철되기는 했지만 시기마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개별 창작자들의 노력들'이 제도에 기생하는 문화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라 다소 무시되거나 억압당하기는 했지만 분명 존재했다. 아마도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에 한국예술(혹은 미술)이 그나마 세계무대에 어색하지 않게 조우할 수 있는 것도 상당부분 이들의 노고로 축적된 힘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임영선_촛불혁명_캔버스에 유채_227×182cm_2017
이진석_수학여행 1_캔버스에 유채_68×135cm_2008
정정엽_광장 10_캔버스에 유채_91×265cm_2016~7

『키워드 한국미술 2017: 광장예술-횃불에서 촛불로』에서 보여주려는 것이 바로 이 '축적된 한국현대미술의 힘'인데 솔직히 아직 시기적으로 너무 이른 감이 없지는 않다. 성급한 사람들은 오히려 늦었다고 투덜거릴 만도 한데 이르다고 오만하게 거드름 피는 첫째 이유는 갑자기 정치권이 바뀌면서 아직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수고로운 광장예술들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서만 보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결국 광장예술의 성격상 '무엇이 이들을 광장으로 내몰았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한데 그 문제를 미술전시 주제로 잡기 위해서는 좀 더 차분한 검증과 합의의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마지막 핑계로는 어차피 현대미술에서 모든 전시 또는 창작이라는 형식 자체가 '광장의 발언'과 동등한 자격을 갖는다고 배려해준다면 과거와 현재보다 미래가 더 중요해지는데 그러려면 반도에 분명 존재하지만 갈라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도 모르고 괴상망측(怪常罔測)한 모양새로만 읽혀졌던 북측의 (광장)미술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주호_돌아오다_철판_2009
류준화_기다림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콘테, 석회_91×117cm_2015
뮌_statue number-leesoonshin_HD 영상, 사운드_00:03:00_2010

앞에서 지적한 늦장 부리고 싶은 거드름을 차례대로 다시 따져보자. 첫째, 원래 '광장예술'은 매개공간인 '광장의 장소성'에 더 초점이 맞춰진 조어이다. 제주도립미술관 측은 "역사적으로 권력자의 공간에서 대중을 위한, 대중에 의한 공간으로 발전해 온 광장은 최근 광화문의 촛불광장에서 대중의 참여와 화합의 장을 이끌며 여론을 창출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공론장이라는 공간적 성격을 획득했다"고 규정한다. 중요한 것은 '권력자의 공간'에서 '여론을 창출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공론장'으로 이행했다는 것이기에 '광화문의 촛불광장'이 지도상의 물리적 장소만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다. 하지만 전시를 꾸린다면 기왕에 '공론장' 기능을 자처하며 자생력과 지역성을 확보한 연행미술, 매체미술, 바깥미술 또는 거리미술, 설치미술, 공공미술, 비물질미술 등과 타 장르 예술과의 갈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개운치 않다. 물론 '키워드 한국미술 2017'이라는 호출의 시기와 정황을 미리 알려주는 친절한 접두 문구가 있기에 빠져나갈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나 여전히 예술이 아닌 미술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박영균_2016 보라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336cm_2016
신용구_꿈의 조각들을 모으다-촛불이 꽃이 되다_2017

두 번째 거드름은 '무엇이 이들을 광장으로 내몰았는가?'라는 피동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에서 비롯된다. 이는 물론 '촛불광장'처럼 '자발적 공론장'의 기능을 이미 획득한 상황에서라면 무의미한 말일 수 있다. 하지만 "1894년 동학의 횃불에서 2016년 광화문의 촛불에 이르는 장대한 역사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출품작들"로 "광장의 역사적 의미와 사회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장"이라는 욕심은 곰곰이 따져보면 부끄럽지만 결국 '억눌림'과 '배고픔'을 동시에 짊어지려했던 80년대식 사회구성체 논쟁에 빗댈 수밖에 없다.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민족해방'과 '노동해방'의 얽히고설킨 오래된 모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 속에 어렴풋하게 길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는 모순들을 뒤로한 채 광장의 촛불로써 자족한다면 미술의 입장에서나 사회의 입장에서나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아지는 까닭이다.

이명복_그날이후-1987_장지에 먹, 은분_130×193cm_1987
이재각_보리밭을 흔드는 바람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4

마지막 거드름은 솔직히 위의 두 문제들에 두텁게 애증으로 덧칠하는 셈인데 지금이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이기에 더욱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항목이기도 하다. 통일이야 정치권에서 '햇빛'이든 '달빛'이든 만들어서 비춰야 할 중대한 과제이지만 21세기 예술에게 국가적 통일을 요구한다는 것은 애당초 번지수가 틀린 짓이다. 다만 예술이기에 분단해소(分斷解消)를 위한 노력들 정도는 요구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지난 근 10여 년간 질식해버릴 것 같은 환경 탓인지 너무 위축되었던 남한 현대미술은 '이기적인 통일 이야기의 남발'로 무거운 짐을 애써 벗어던지려 했던 것 같다. 마무리하려니 하나의 전시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생각도 든다. 구질구질한 쌍팔년도 아니고 누구를 탓하는 것은 결국 누워서 침 뱉기라 더더구나 아니다. 그저 '널른팡'(광장의 제주어)이 드문 제주도에서 또 다른 왁자지껄한 광장을 하나 구축하는데 이번 전시가 작게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리와 의무 사이의 균형 잡기가 생각보다 버겁다. ■ 최금수

전시연계 학술심포지움-광장의 예술학 광장예술 : 횃불에서 촛불로의 의미를 다루는 학술심포지움 광장의 예술학은 미학자와 사회학자, 역사학자의 발제를 통하여, 1)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을 중심으로 광장예술의 역사와 비평적 가치를 재검토해보는 일은 물론이고, 2)한국현대사의 공공영역을 주도해온 광장의 공공재로서의 의미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확장하는 공유재 논의, 나아가 3)동학에서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횃불과 촛불이 집결한 광장의 의미를 역사적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 일시 : 2017. 6. 15(목) 오후 2시 ~ 5시 ○ 장소 : 제주도립미술관 강당 ○ 참여자 - 사회 : 안태호(제주문화예술재단 팀장) - 발제 : 강성원(미술평론가), 광장과 예술의 동행에 관한 미학적 성찰   서영표(제주대학교 교수), 공동자원으로서의 광장의 사회학   주진오(상명대학교 교수), 동학에서 광화문까지 광장의 역사 - 토론 : 강정효(작가), 김재환(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지혜(독립큐레이터), 신유아(문화연대 활동가) 외 참여작가

Vol.20170613i | 키워드 한국미술 2017-광장예술: 횃불에서 촛불로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