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의 유혹

이창근展 / LEECHANGKUN / 李昌根 / sculpture   2017_0609 ▶ 2017_0627 / 일요일 휴관

이창근_18-8_가죽, 실_가변설치_2017

초대일시 / 2017_0609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아터테인 스테이지 ARTERTAIN stage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717-14번지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스킨, 경계를 만들다 ● 우리 몸에서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가장 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피부일 것이다. 피부는 죽은 것도 그렇다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세포조직들이다. 이런 조직들은 내 몸을 구성하는 물질적인 것들의 최전방을 지키고 있다. 즉, 온전한 나를 구성하는 몸과 그렇지 않은 모든 외부 환경과의 철저한 경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 피부다. 또한, 피부는 외부의 자극을 감지하고 경험하는 초절정 감각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피부를 통해 항상 외부와 소통하고 현재를 감각하고 심지어 지금 나는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물리적으로 지각하게 된다.

이창근_Love&Peace_가죽, 실_110×70×90cm_2017
이창근_Sick of Love_가죽, 실_130×100cm_2017

이제 처음 데뷔하는 이창근 작가는 가죽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고 자신의 일상을 담는다. 그에게 있어 가죽은 그의 조각의 피부가 아닐까 싶다. 이미 죽어 있는 피부 세포들을 다시 엮어 그의 이야기를 담아 다시 애초 피부였을때의 기능을 되살리는 작업. 너무 감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가죽은 우선, 그것을 남기고 사라져간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무심코 버려진 가죽 소파에서 순간 어떤 생명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것도 그러한 감정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그때부터 버려진 가죽들을 조금씩 조금씩 모아서 꿰매고 굳히면서 동시대를 살고 있는 나와 내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창근_4.16 Patch_가죽, 실, 스틸_75×75cm_2016
이창근_Peace_가죽, 실_21.5×18.5cm_2017

현재 그의 조각은 두가지 전혀 다른 포맷으로 진행된다. 한가지는 구축적인 조각이고, 다른 하나는 해체적인 조각이다. 말그대로 구축적인 조각은 무엇인가 자신의 감정을 담아낼 구상적인 대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해체적인 조각은 구상적인 대상들을 다시 원래의 가죽으로 돌려 보내는 작업이다. 그가 가죽으로 만든 다양한 구축적인 형상들은 가죽이 지녔던 원래의 기능을 복원하려는 행위였다면, 마치 정육점에서 발골하면서 버려지는 살점들과 같은 작가의 가죽 드로잉은 물질과 정신의 새로운 합일 지점을 찾는 행위인 듯 하다.

이창근_Love_가죽, 실_30×29cm_2017

그 합일점을 작가는 게임 속에서 무수하게 만들어지는 가상의 이미지들,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상상의 이미지들에서 찾게 된다고 한다. 그것을 한마디로 ‘괴물’이라고 일컫는 작가는 동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 괴물들을 현실의 시공간에서 느닷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그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공간이 어쩌면 게임 속 보다도 더 게임같은 세계일지도 모르고 또한 반대로 너와 나는 이미 게임 속 어딘가에서 알지 못하는 유저들에 의해 조작되고 있는 캐릭터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흔히 이야기 하는 매트릭스. 이미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세계속에서 그 프로그래밍을 뚫고 현실을 직시하고 싶은 프로메테우스의 담론. 작가는 이 담론을 가장 단순하게 게임과 대입시킨다. 리셋되지 않고, 저장되지 않는 게임처럼 우리의 삶 역시 리셋되지 않는다는 것. 다시는 똑 같은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창근_Patch_거울에 가죽_68×68cm_2016

우리의 눈은 외부로만 향한다. 거울이 없었다면 우리는 끝내 내 모습을 보지 못하고 생을 끝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로 향하는 눈을 감고 정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이미지 보다는 저장된 기억의 파편들이 요동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그 파편들이 만드는 인식체들의 연속적 결합이야말로 실제로 우리가 보고 느꼈던 것들… 물질과 정신이 합일된 상태의 내가 아닐까. 아직은 그 심오한 고민의 흔적을 담기에 가죽이라는 소재에서 부터 구축하고 해체하는 작업의 공력이 더 필요하겠지만 작품의 시작점 만큼은 충분히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작가 역시 그것이 해결되지 않을 담론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생각에 생각의 꼬투리를 잡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임대식

Vol.20170610i | 이창근展 / LEECHANGKUN / 李昌根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