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707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소영릴릴_강현선_김순임_김준기_박형근 안두진_유승호_이명호_이은실_이정_이호인 임선이_장미_조종성_하태범_한기창_허수영
관람료 / 성인 5,000원(단체 4,000원) / 청소년 3,000원(단체 2,000원) 미취학(3~7세) 2,000원(단체 1,500원) / 단체_20인 이상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우양미술관 WOOYANG MUSEUM OF CONTEMPORARY ART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484-7(신평동 370번지) Tel. +82.(0)54.745.7075 www.wooyangmuseum.org blog.naver.com/wymuseum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의 역사는 길다. 동아시아에서는 예술의 자각 시기로 일컫는 중국의 동진 시대부터 '산수화'가 등장했으며 유럽에서는 인본주의 사상이 예술의 영역에서 대두된 르네상스 시대를 시작으로 독립된 '풍경화' 장르가 창작되고 감상되어 왔다. 풍경 작품이 시대를 초월하여 지속적으로 '진화'해 온 것은 작품 내부에 진화에 용이한 우성인자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 무엇보다 '풍경'이라는 소재는 인간을 둘러 싼 파장 속에 존재하기에 보편성을 지닌다. 풍경은 문자 그대로 자연을 포함한 주변 환경을 지칭하기도 하고, 개인과 사회에 의해 해석된 주관적 풍경(-scape)를 지칭하기도 한다. 풍경을 통한 세계에 대한 탐구는 사진의 발명 이후 그 기세가 둔화되었으나 이 시대 여전히 유효 1) 하며, 무엇보다 자의식이 정립된 다음에야 후자의 주관적 풍경의 의미가 정의될 수 있기에 풍경은 관계 미학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해석의 대상으로서 풍경은 끊임 없는 사유의 원천으로 가치가 있다. ● 풍경화에서 진가를 발휘해온 원근법과 복잡한 도시 풍경을 손쉽게 재현 가능했던 사진 기술의 등장으로, 시각은 더 이상 원초적 역할에 국한되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지각을 동반한 인식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보는 행위가 망막 속 시각상을 뇌 속에서 재창조하는 특이한 세계 체험의 양식 2) 이라는 확장된 인식은 시각예술의 예술적 가치를 격상시켰다. 이러한 과정에 시각과 지각(사유)을 연결시켜주는 촉매로써 개인의 '상상' 작용이 강조되었고 이것이 진부한 일상 풍경의 틀을 해체하고 인식의 자유를 여는 열쇠 3) 가 되었다. 롤랑 바르트의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서 제시한 개념 푼크툼(punctum)은 사진 감상 시 사소하고도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개인의 상상과 감정의 가치를 역설하였다. 풍경 속에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생성되는 여백으로 인한 공간감은 개인의 상상 작용의 전개에 극적 역할을 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메타-스케이프』展은 '메타적 풍경 읽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진화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주관적 풍경 작품 속에서 '사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메타적 태도를 감지해 보고자 하는 전시이다. 여기서 메타(meta)라는 접두어는 그리스어를 어원으로 초월하는(beyond), 뒤에(after)를 의미하며 한 단계 더 높은 인식단계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현대회화의 선구자 폴 세잔이 십 여장 넘게 그린 「생 빅투아르 산」은 '메타적 태도'가 반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생 빅투아르 산」은 세잔 자신이 매일 바라보던 산을 통해 자연형상에서 추출할 수 있는 형태의 근본 원리를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였고, 이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 자신의 시선을 스스로 탐구하며 자신이 대상을 바라보기 위해 취한 '시점' 그 자체를 '소재화' 한 결과작 4) 인 것이다. ● 이러한 메타적 태도는 창작된 작품의 '이미지'가 갖는 환영적(illusionary)의 한계를 인식하는 작가들의 자기 감각과 행위에 반문하는 자기참조적 거리두기로 느껴진다. 기존 세대의 창작 과정과 전개의 메카니즘에 의문을 표시하기에 메타적 태도가 갖는 가치는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감지되는 작품은 어딘가 불확적정이고, 모호하며, 유희적, 체험적이며 일상적(everydayness) 태도가 감지된다. 이러한 양상을 '다양성'이라는 현대미술의 특징으로 단순히 수렴하기에는 미묘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현대 문명이 구축하고 있는 '확장적 풍경'이 생산한 중층적 맥락과 그 배후에 그것을 가능하게 한 사유방식을 감지해보는 과정을 통해 메타적 해석이 주는 '유희'를 체험하고, 나아가 작품의 진정한 예술적 가치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아보기를 기도하였다. ● 이를 위해 '풍경'을 단순 소재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 작품을 뒤로하고, 관람자의 상상력과 지각작용을 적극 독려하는 작품으로 구성하였다. '풍경에 기반한 사유'라는 지점만을 공통분모로 하고 회화, 사진, 영상, 설치의 멀티매체를 통해 '확장적 풍경'을 제시하는 국내외 주목 받는 신진 및 중진 작가 17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층 2전시실은 박형근, 이정, 이호인, 장미, 안두진 작가의 작업으로 구성되었으며, 2층 3전시실에는 강현선, 임선이, 이명호, 하태범, 김순임, 강소영릴릴, 한기창, 김준기, 이은실, 유승호, 조종성, 허수영 작가의 작업으로 구성되었다. ● 전시장 초입에 설치된 박형근 작가의 사진연작은 현실과 초현실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복층적 풍경을 낯설게 제시하며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tenseless) 모호한 풍경을 제시한다. 작품의 액자속 액자식 구성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자각하게 하는 구조가 돋보인다.
이어 이정 작가는 황량한 풍경 속에 흔히 쓰이는 사랑과 관련된 네온 텍스트를 개입시키는 사진 작업을 통해 더 이상 이 시대에 유효하지 않을 것 같았던 풍경에 새로운 관조적 시선을 설정하였다.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불확정적이고 모호한 지점을 서사적이면서도 유희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낯익은 랜드마크들로 채워진 도심풍경을 그린 이호인 작가는 동시대 누구나 스치는 풍경이 오히려 수많은 개별적 사연과 기억을 담고 있음으로 인해 심연의 감정을 동요시키는 지점이 풍부하다는 점을 포착한 듯 하다.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 교묘히 낯설게 다가오도록 구현한 작가만의 회화적 효과가 돋보인다.
장미 작가는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풍경을 팝업카드 형식의 시리즈 설치작업과 함께 본 전시를 위한 신작 「with my father」를 선보였다. 손전등을 가지고 어두운 커튼 속을 유영하는 신체활동이 동반되는 설치작업은 혼자 숲 속을 산책하며 발견한 풍경의 잔상을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가장 안쪽 공간에 설치된 안두진 작가의 대형 원형 설치작업은 '풍경과 감상자의 관계 설정을 통해 숭고함의 발생 지점' 5) 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시각적 불편함을 통해 회화 자체를 탐구하는 메타적 회화를 지향하고 있다. 함께 설치된 「움직이는 돌」 시리즈는 문자 그대로 '시점'의 변화를 시리즈 작품을 따라가며 느낄 수 있다.
3전시실 전면 대형 벽을 프린트 인화지로 맵핑한 강현선 작가는 가상현실과 디지털 이미지가 현실에 중첩되어 가는 오늘날의 현상을 현실 풍경의 경계가 확장해 가는 모습으로 포착하였다. 어느 아마존 숲보다 거대한 풍경으로 일상적 베란다의 풍경을 사진과 3D그래픽 혼합작업으로 선보인다.
임선이 작가는 수 천장의 지형도를 같은 방식으로 오려내고 쌓아 3차원의 산의 모형을 만들고 이를 극적인 빛의 효과를 주어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통해 눈으로 감지되지 않지만 내부에 이는 미세한 변화의 과정을 주목하였다. 특히 종이를 수없이 자르고 쌓는 전통적 '제작'의 노력을 사진 형식 이면에 감춤으로써 메타적 태도가 감지된다.
같은 공간에 설치된 이명호 작가는 끝없이 넓게 펼쳐진 '사막'을 배경으로 거대한 흰 천을 펼쳐놓는 노동과 같은 '행위'를 담은 사진작업에서도 유사한 태도가 감지되며, '바다'라는 제명이 주는 반전적 유희와 함께 사막 풍경 속 작은 여백이 주는 현실과 가상 사이 상상의 여백을 제시한다.
하태범 작가는 일상 속에서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참혹한 풍경'이 소비의 콘텐츠로 둔갑되면서 대중을 무디게 하는 현실을 전면 화이트 미니모형으로 제작 한 후 사진과 영상 작업으로 나타내었다. 모형을 만들면서 필연적으로 생략되고 다소 조악해지는 결과물을 무심히 드러냄으로써 창작물과의 거리두기가 가능해지며 이를 통해 제작된 이미지의 '환영성'을 극명하게 그러내는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자연주의적 설치작업으로 알려진 김순임 작가는 미술관 2층의 자연채광이 가능한 구조를 극대화하고 경주지역의 돌을 채집하여 작업함으로써 공간특정적 작품을 선보인다. 특정지역의 자연재료를 오브제로 채집하여 바느질 하듯 이어가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스쳐간 공간을 주관적 방식으로 해석하게 한다.
강소영릴릴 작가는 일반적으로 페인트 냄새 외에 무취의 공간인 미술관에 유향 냄새를 들여놓았다. 작가가 직접 체험한 북극의 동시베리아 축치 해 앞바다 73°37.8872'N 166°31.0896'W 지점의 심해에서 토양을 가져와 문경 가마터에서 향로를 빚고 오만에서 공수해 온 유향을 피워내는 작업이다. 인류 문명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아득한 풍경을 전시장에 소환하여 인류의 근원에 대한 고찰을 시도하였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항해에 참여가 가능하였다고는 하지만 고단한 과정을 신체로 겪어내는 작가의 태도에서 새로운 창작 메커니즘에 대한 탐구가 엿보인다.
교통사고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엑스선 필름을 작품재료로 사용한 한기창 작가는 삶과 예술 사이의 경계 짓기를 거부하며 인간의 행위와 직조되어 펼쳐지는 현대적 풍경을 구현하였다. 본 전시에서는 2010년 작업인 「Bona Fide Bonding」에 도시 건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비계를 함께 설치한 일종의 신작이다. '해체되는 공간인지 생성되는 공간' 6) 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미지를 구현하여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익숙한 풍경에 욕망이 투영되면서 낯선 풍경이 되곤 하는 현실의 모습을 미러잉크와 거울 등의 설치작업으로 구현한 김준기 작가의 작품은 고정된 작품이미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재가 가지는 매체적 특성상 바라보는 관람자에 따라, 설치되는 공간의 환경에 따라 수많은 잔상이 반사되고 겹쳐 관람자 자신의 시선을 의심하게 만드는 불확정적인 이미지로 존재한다.
여성으로서 직면하는 성적 금기에 대한 도전을 가장 보수적인 매체라 할 수 있는 동양화 재료를 통해 구현해온 이은실 작가는 인간의 근본적 성적 욕망과 보수적 전통 가치가 충돌하는 모습을 몽롱하지만 도발적으로 구성하였다. 전통적 가치의 대표적 도상인 한옥 공간 안과 밖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일정 거리를 두고 관람 시 느껴지는 작품의 섬세하고 유려한 장면 구성과 색채감각은 이념뿐인 현실세계의 가치충돌에 대해 조소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어 같은 매체로 작업하는 유승호 작가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산수화를 제시한다. 먼저 그의 작업의 시작은 기존 중국 산수화 원작이 담고 장엄한 교리적 이상이 현대인의 삶에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작가만의 익살스러운 유희적 태도를 작품 표현의 최소단위로 상정한다. 나아가 일정거리를 두고 관람을 요하는 모더니즘 에티켓을 비웃듯 작은 문자 단위가 모여 전체 형상이 구성되는 그의 작품에서는 원경과 초 근경을 오가는 능동적 감상을 요한다.
조종성 작가 역시 얼핏 보면 전통 산수화 같으나 여러 산수화를 조각조각 모은 가상의 산수화로 큐비즘적 해체와 재 구축의 시선이 느껴진다. 흡사 현대판 관념 산수화 같다. 실제 풍경을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닌 관념 속 지각작용 속에 존재하는 세상을 해석하는 작가만의 '시점(perspective)'을 평면과 입체로 이미지화 하고 있다.
허수영 작가는 그린 그림 위에 반복적으로 그린다. 더 이상 그린다는 행위가 무의미해질 지점에서야 멈춘다. 그리고 난 후 다시 그리기 전 공백기간 동안 작가는 시간에 따라 일상의 사소한 변화를 겪게 되고 그것은 다시 붓질을 통해 그림 위에 묻어나게 된다. 반복된 중첩 그리기를 통해 형상은 더 이상 의미를 잃게 된 그의 회화에서 흡사 잭슨 폴록의 태도가 떠오르기도 한다. ● 한국사회를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특징이 공존하는 '비 동시성의 동시성'(the contemporaneity of the uncontemporary: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사회적 요소들이 동시대에 혼재하는 상황 7)) 이 만연된 사회라 일컫는다. 이러한 사회 속에는 우리는 과거와 현재, 실제와 가상 사이의 현기증을 느끼며 살아간다. 본 전시를 통해 현실 풍경 속에서도 메타적 시각을 견지할 수 있는 '예술적 태도의 일상화'에 한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박지향
* 주석 1) 세계화의 흐름에서 에스노스케이프, 미디어스케이프, 테크노스케이프, 파이낸스스케이프, 이데오스케이프의 다섯가지 풍경이 등장 하였으며, 세계화 흐름에서는...이념들이 끊임없이 국경을 뛰어넘어 이동하면서 문화적 역동성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이런 시류에서 문화적 '상상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Arjun Appadurai, 『Modernity at Large: Cultural Dimensions of Globalization,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6 참조 2) 강영조, 『풍경에 다가서기』, 2003, p. 122 3) 김백균, 『신사와 상상』, 철학탐구 제 31집, p.264 4) 유사한 맥락으로 우홍 교수가 제시한 메타회화는 '그림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그림이 '자기 인식'을 연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홍 저, 서성 역, 『그림 속의 그림 : 중국화의 매체와 표현』, 1999, p. 258 5) 안두진 작가노트 발췌 6) 한기창 작가노트 발췌 7)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가 1935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와 사회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으로, 같은 시간에 존재할 수 없는 현상들이 역설적이게도 같은 시대에 공존하는 현상을 말한다.
Vol.20170609d | 메타-스케이프 Meta-scap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