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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608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플러스원 ONE AND J. +1 서울 중구 동호로11자길 33 Tel. +82.(0)2.745.1644 oneandj.com/plusone
너의 본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명한다! – 윤향로의 질문, 혹은 태도에 관하여 ● 돌이켜보니 윤향로의 신작 「스크린샷(Screenshot)」 시리즈를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그의 작업을 그저 '말 그대로만' 받아들였던 것 같다. "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를 인식하는 방식" 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작가가 " 레이어를 통해 작동되는 새로운 인지 방법" 을 모색하면서 다양한 매체로 도출해낸 결과물들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윤향로는 대중매체에서 선택된 이미지들을 원본 삼아 그것의 복제 이미지들을 해체하거나 재구성하여 캔버스나 스크린 위로 불러내는 작업을 스스로 '유사회화(pseudo-painting)'라고 이름 붙인 범주 속에서 꾸준히 시도해왔는데, 이러한 그의 행적은 유사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과 만나고 엇갈리면서 느슨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보여졌다. ●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 속에서 최근 윤향로는 유의미한 전환점을 마련한 듯 보인다. 2016년부터 시작된 「스크린샷」 시리즈는 마법소녀물 애니메이션에서 포착해낸 디지털 이미지를 변형하고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회화로 옮겨낸 시도이다. 제압해야 할 적과 대치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법소녀가 자신의 능력치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방출하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가득찬 화면을 순간적으로 포착해낸 윤향로는 선별된 디지털 이미지를 컴퓨터 그래픽 툴을 사용하여 변형하고 가공한다. 이렇게 가공된 이미지는 주로 캔버스 화면으로 옮겨져 회화의 언어로 번역되고, 때로는 라이트박스나 카펫 등 전혀 다른 물성을 지닌 결과물로 구현되기도 한다.
오늘날의 경험은 상당 부분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 중후반 이후에 태어난 디지털 세대에게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연장된 신체의 일부인 양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에게 일반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자신의 손안에 놓인 스마트폰 속에 들어 있고,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에 대한 반응은 다시 매끄러운 액정 화면을 통해 손안의 '세상'으로 들어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세계를 재구축한다.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면 자신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도 모두 실체를 잃게 되는 건 아닐까. 「스크린샷」 시리즈는 바로 이 지점에서 제기된 질문, 혹은 이것에 대한 태도처럼 보인다. ● 손안에—놓인 스마트폰 속에—서 넘쳐나는 정보(와 이미지)들이 순환하는 세상에서의 간접적이고 비물질적인 경험들의 반복은 경험의 해상도를 낮추고 열화를 심화시킨다. 윤향로는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스르기로 결심한 듯하다. 그 자체로 이미 비물질적인 '폭발하는 에너지'가 만화(이미지)로, 애니메이션—빠르게 움직이는 이미지의 잔상—으로 변환되어가는 열화 과정을 역으로 되돌려 현실로 구체화해내는 행위를 통해서 말이다. 현실로부터 한참이나 동떨어진, 그야말로 허구의 세계를 가상 이미지의 연속으로 구현해 놓은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물리적인 실체와는 가장 거리가 먼 장면을 잡아내 이것을 물리적이고 촉각적인 실체로 도출해내는 시도를 통해서 말이다.
" 너의 본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명한다!" 윤향로가 참조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가공할 적을 제압하여 봉인하면서 이런 주문을 외운다. 선별해낸 디지털 이미지들을 이리저리 변형하고 가공하면서, 컴퓨터상에서 재생산된 이미지를 정교하게 계획된 현실로 불러내면서 혹시나 윤향로도 그렇게 주문을 외웠을까. 그러나 모든 것이 열화되어 버린 우리의 오늘에, 눈앞의 세상에 촉각적이고 물리적인 실체를 되돌려 주려는 윤향로의 진지한 시도는 어쩐지 자꾸 어긋나고 있는 것 같다. 아날로그 이미지인 회화도, 어두운 전시장에서 빛을 발하던 라이트박스도, 전시장 공간을 뒤덮은 카펫도 현실로 소환되었지만 결코 본모습을 되찾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 사실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세계를 인식하는 조건 자체가 통째로 뒤바뀐 지금, 여기의 상황을 거스르려는 시도는 비록 회화와 유사회화를 둘러싼 평면의 문제로 축소되었다 하더라도 매번 실패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아이러니하게도, 윤향로의 이번 시도는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상응하는 양가적 태도를 선점한다. 화면 위에서 분출하는 에너지는 " 틀림없이 잘될 거야" 라고 마법소녀가 되뇌는 무적의 주문이 우리의 현실에서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냉혹하게 폭로하는 동시에 그 찬란함으로 우리의 눈을 가려 버린다. 잡을 수 없는 빛, 도달할 수 없는 희망. 그래서 윤향로는 그 수고스러운 작업을 더욱 진지하게 반복하는지도 모르겠다. ■ 김윤경
원앤제이 +1 공간소개 ● 2016년 11월 문을 연 원앤제이 +1은 원앤제이갤러리의 두번째 전시공간으로서 한양도성길에 위치하고 있다. 원앤제리갤러리는 젊은 예술가와 기획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서 원앤제이 +1을 개관하고 다양한 예술적 실험이 가능한 실험적 공간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정기적인 비디오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국내외 젊은 예술가과 기획자들의 전시, 강연과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
Vol.20170608e | 윤향로展 / YOONHYANGRO / 尹香老 / installation.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