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춘천문화예술공간 갤러리에이치 협조 / 사단법인 에이블아트
관람시간 / 12:00pm~06:30pm / 월요일 휴관
춘천문화예술공간 갤러리에이치 GALLERY-H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정족2길 76 Tel. 070.4148.1654 hgallery.modoo.at
이찬규 작가는 그림 그리는 느림보 사서로 통한다. 행동이 느린 그는 우리가 지나치는 일상 속 풍경에 머물러 작은 풀잎, 꽃 한 송이까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렇게 본 풍경에서 작은 것 하나까지 기억해 따뜻한 색감으로 캔버스에 그려낸다. 그가 꾹꾹 눌러 몇 번을 겹친 터치는 풍경을 찬찬히 어루만지는 것 같다. 작가는 풍경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좋았던 기억,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되새기는 것에도 여운이 길다. 그들에게 안부를 묻는 일은 쓴 시를 작업실 한 편에 두는 것인데, 이것은 마치 그림과 같다. 지적 장애가 있는 작가의 글에서 완벽한 문장을 찾기 어렵지만 글을 읽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그것이 주는 묘한 매력에 빠진다. 자신으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는 작가는 꾸밈없이 순수한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한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라 말한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조급하고 불안한 현대인에 비추면 작가의 '느림'은 장애가 아닐지도 모른다. 작가는 인생의 소중함이나 하찮음을 깨달아 일부러 느리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는 마음이 원하는 대로 머물고, 마음이 가는 대로 걷는다. 스와힐리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서두르는 것에는 축복이 없고, 천천히 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속도이다." '비생산적'이라는 자본주의의 언어는 '효율'이라는 값으로 '느림'을 재단한다. 하지만 그의 느림은 시간이 흐르면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찬규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작품 속 풍경은 우리에게 할 말이 있는 듯 화면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원근법을 무시한 풍경은 작은 풀잎, 꽃 한 송이까지도 소중히 대하는 작가의 마음이 녹아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한 발짝 떨어져 걸으며 우리가 미쳐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 최연
Vol.20170602b | 이찬규展 / YICHANKYU / 李贊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