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사유

신효순展 / SHINHYOSOON / 申孝順 / painting   2017_0530 ▶ 2017_0604

신효순_5AM_합판에 안료, 아크릴채색, 에폭시_120×240cm_201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811a | 신효순展으로 갑니다.

신효순 블로그_blog.naver.com/h_sooo

초대일시 / 2017_053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space.org

내면의 비가시적 세계를 비추는 '깊은 물'에 대하여 ● 인간이 볼 수 있는 것은 사물의 외형이다. 사물을 절개하면 그 내부를 볼 수도 있겠으나 불투명한 상태의 사물은 그 속을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인간의 내부를 본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내부 역시 수술을 한다든가 물리적 방법으로 그 안을 볼 수 있겠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물질적 차원일 뿐 인간은 물질과 공존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신적 차원의 세계는 볼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신효순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간의 내면세계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그가 시각화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면세계라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다. 물론 시각적으로 안구 바깥의 세계가 아니라 그 안쪽을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효순_5AM_합판에 안료, 아크릴채색, 에폭시_120×120cm_2017_부분
신효순_5AM_합판에 안료, 아크릴채색, 에폭시_120×120cm_2017_부분

그래서 작가가 대안적으로 제시하게 된 것은 거울처럼 자신의 내면을 반영해 줄 수 있는 물질이었으며 그것은 곧 물의 세계였다. 그리고 이때 작가는 특별히 고여있는 물에 주목했다. 고인 물은 그것이 어디에 담겨 있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작게는 눈물샘이나 물그릇에서부터 웅덩이와 호수 그리고 바다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담겨 있는 물을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작가는 자신의 마음의 상태를 발견하게 된다. 물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마음의 상태와 그대로 연결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물은 투명한 물질이기에 명료하게 구분되는 그 무엇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물의 깊이에 따라 혹은 물과 반응하는 빛의 양에 따라 반사되고, 굴절되며, 투과하면서 물은 다양한 이미지로 변화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작가에게 있어서 이처럼 물의 이미지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이었기에 인간이 사유하는 과정에서의 그 흐름이나 감각기관에서의 파동과 같은 미묘한 세계를 동기화시켜 보여주는 데 있어서 가장 적절한 매개물이었을 것이다.

신효순_11AM_합판에 안료, 아크릴채색, 에폭시_60×100cm_2017
신효순_12AM_합판에 안료, 아크릴채색, 에폭시_180×50cm_2017

그리고 작가는 여기에 매료되어 물이 고여있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형상화하면서 그 세계 안으로 점차 들어가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것은 몰입이라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수성재료가 물에 녹으면서 색이 흘러가고 있는 듯한 표면 위에 에폭시와 같은 미묘한 투명도를 주는 효과 때문에 깊이감은 더하게 되었고, 그곳에 은은하게 드러내는 물 밑바닥에서의 비정형 형상들은 인간 내면의 비가시적 세계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지된 화면일 수밖에 없음에도 시선의 방향을 따라 깊이감이 확장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화면은 그곳으로 마치 빨려 들어가게 할 것만 같은 심리적 영상이자 환영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화면의 구조와 효과 때문에 멈춰있는 것 같으면서도 흘러가고 있는 듯이 느껴지게 하는 점은 감각기관에서의 혼란을 야기시키지만 현실 공간 안에서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한 경험을 유도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면에서 작업을 주목하게 하고 있다.

신효순_10PM_합판에 안료, 아크릴채색, 에폭시_180×50cm_2017

작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통하여 가시화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인간 내면의 세계를 가시 세계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것을 거울을 바라보듯 바라보면서 자신의 내적 세계의 반영이자 대리 물인 대상, 즉 물처럼 투명한 물질이면서 동시에 색채로 뒤덮여 있는 회화적 환영인 화면 속에 점차 함몰되어 들어가게 된다. 신효순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은 이처럼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세계인 자신의 내면을 만나는 경험이자 자기치유의 과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작가에게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그의 작업을 보는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의 작업은 마음과 같은 내면세계에 대한 거울과 같은 역할과 작용을 하는 일종의 매개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승훈

Vol.20170530d | 신효순展 / SHINHYOSOON / 申孝順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