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41210i | 강성은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05:00pm까지만 입장가능
전북도립미술관 JEONBUK PROVINCE ART MUSEUM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길 111-6(원기리 1068-7번지) Tel. +82.(0)63.290.6888 www.jbartmuse.go.kr
나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조건)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방법으로 2003년부터 내가 사는 동네를 중심으로 사진, 설치, 드로잉, 회화의 방식들로 기록하고 짝을 지었다. 그 첫 시작은 서울 강북의 오래된 동네의 골목길을 다니며 발견한 주위의 지형적 조건과 집의 생김새에 대한 관심이었다. 나는 남이 살아가는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림으로 그리면서 다시 보고 체험했다. 현재는 '그림 그리기'로 내가 놓여진 시각적 환경을 표현한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 본질적인 '그리기'의 문제를 고민했으며, 자연스럽게 그림의 질료에 대한 고민과 관심으로 이어졌다. '남의 집'을 그리며 사용한 먹은 쉽게 번지고 스미는 성질과는 다르게 건조하고 붓을 일정한 속도로 다루어 그리며 번지지 않게 사용하였다. 그리고 밤의 질감을 표현하고자 했을 때에는 선의 표현이 용이한 연필을 오랜 시간을 쌓고 쌓아 면을 만들어 그 긴 시간을 포함한 밤의 깊이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렇듯 재료의 성질을 실험하는데 관심을 갖고 오랜 훈련을 하는 편이다. 그런 다소 불편한 실험들을 통해 그림 그리기를 고민하며 재료의 다른 성질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2011년부터 '펜슬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연필 드로잉 작업들을 진행 중인데, 그 중의 하나인 'Night Fin of Mountain시리즈'에서 나는 내가 경험한 순간의 차가운 온도와 캄캄한 밤의 시간, 그리고 그것의 분명한 질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연필로 그려진 밤은 그 많은 선들이 쌓여 어두움이 된 시간만큼이나 깊이가 생긴다. 나는 그 '긴 시간'을 포함하는 것으로 '밤의 질감'을 얻어내고 싶었다. 화면 위의 연필 선들은 너무 진해서도 안되고 날카로워도 안 된다. 그것에 집중하고 밤의 얼굴을 마주한다.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을 의식하고 자각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하다. 환경이든 감정이든 지나가는 것들을 시간을 멈춰 살피고 생각하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다. 특히 나에게 노출된 시각적 상황에 나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 작년 8월의 한 가운데 열기가 가득한 흙더미를 감싸고 있는 비닐 덩어리를 보았다. 공사장이라고 하기엔 한적한 곳이었고, 어떤 진행이 멈춰, 버려진 흙더미를 무책임하게 검은 비닐로 쓱 가려놓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햇빛을 받은 그 검은 비닐이 흙더미를 감싸며 만들어내는 결들은 마치 빛나고 있는 물결을 연상시켰다. 묵직한 덩어리와 대조적인, 가볍고, 값 싸고, 질긴 비닐은 오히려 그 안에 있는 물질을 부정 하듯 섬세한 결을 가지고 있었고, 반짝였다. 그 커다란 검은 면을 마주하고 가까이에 섰을 때 그 어두움은 말도 안되게 막막하고 동시에 뻔뻔했다. 내가 보는 비닐이나 천막들은 많은 사건을 담은 물질들을 덮고 있다. 얇고 가벼운 그것으로 덮어 버리기에는 크고 깊은 시간이 그 아래에 있다.
이 그림은 목탄 드로잉으로 충주호 근처를 산책하다 발견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주위가 산들로 둘러 싸여진 그곳에서는 많은 개발 현장들이 목격되었다. 많은 양의 자갈들이 도로를 따라 가로로 길게 쌓여 있었는데 모양이 낮은 산맥 형상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햇빛을 가릴 때 흔하게 쓰이는 검은 차양 막으로 감싸져 있었고, 그것은 비닐로 덮은 것과는 다른 전혀 질감이었다. 햇빛을 몸으로 머금은 탓인지 더욱 무직하고 무거운 기분이었다. 따라서 나는 목탄을 쌓고 문지르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그것의 무게를 표현하고자 했다. ● 요즘 나는 그 싸고 가볍고 흔한 재료로 크고 깊은 무언가를 덮어 가린다는 것. 그 안과 밖의 무게나 질감의 간극에서 발생되는 갈등 그리고 긴장감에 관심이 생긴다. ■ 강성은
Vol.20170526i | 강성은展 / KANGSEONGEUN / 姜星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