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어

탑골미술관 다섯 번째 기획전시 『경계를 넘어』는 어르신 세대의 중요한 서화(書畵) 문화와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미술(美術) 문화를 함께 바라보고자 마련하였습니다. 어르신 세대와 젊은 세대의 소리 없는 대화를 하고자 합니다. ●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가활동 중의 하나는 서예입니다. 이는 20세기 초중반까지 서예가 한국 문화계에 차지했던 비중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점차 서예는 위상이 좁아져 오늘날 사회와 무관한 그저 전통에 갇힌 진부한 행위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에서 장르적 경계가 무너진 오늘날 수묵을 단지 지필묵이라는 재료 때문에 전통이라 분류하고 명명하는 것이 정당한지 묻고 싶습니다. ● 지필묵이든 유화든, 미디어든 매체가 무엇이든 진지하게 작업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하는 내용과 정신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탑골미술관 제5회 기획전은 지필묵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지만 시대를 넘어서 작업하고 있는 선 굵은 두 젊은 작가의 수묵작업을 어르신들의 서예습작과 함께 전시합니다.

정광희_무제_한지에 수묵_171×130cm_2017

정광희_성찰_한지에 수묵_160×126cm_2017

정광희_무제_한지에 수묵_171×130cm_2017

정광희 작가는 서예로부터 작업을 시작하여 수묵추상으로 명명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설치에 이르기까지 수묵을 바탕으로 철저히 새로운 조형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수묵을 버려가고 있습니다. 이는 서체를 바탕으로 내면에 생동하는 감각이나 상상력을 동원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에 의미를 두며 수묵추상의 또 다른 방안을 연구해 봄으로써 현대적 변용으로의 가능성을 모색해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한샘_속리산2_한지에 수묵_80×381cm_2016

박한샘_털미섬2_한지에 수묵_162×620cm_2015

박한샘_속리산3_한지에 수묵_162×260cm_2017

박한샘 작가는 지(紙), 필(筆), 묵(墨)이라는 재료에 대한 철저하고 진지한 실험을 바탕으로 실경산수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을 응시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산수화의 삼원(三遠)에서 벗어나 하나의 시점인 평원(平遠)을 선택하여 작업함으로써 실경산수에 새로운 미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어르신들의 서예 습작은 오랜 시간동안 서예를 즐기신 흔적이며, 어르신 세대의 서예 문화를 보여주는 표상이자 부단한 연습을 통해 만든 세월의 겹을 상징합니다. ● 본 기획전에는 동일한 재료를 다른 세대가 다루는 방식과 철학을 마주하고자 합니다. 지필묵이 갖는 다른 의미와 세 가지 다른 작업 방식의 작품에 담긴 시대정신을 천천히 음미해보시길 바랍니다. 본 전시를 통해 여러 세대가 서로를 마주보고, 이해하고 그리고 현재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 서울노인복지센터 탑골미술관

경계를 넘어_정광희_박한샘 2인展_서울노인복지센터 탑골미술관_2017

경계를 넘어_정광희_박한샘 2인展_서울노인복지센터 탑골미술관_2017

경계를 넘어_정광희_박한샘 2인展_서울노인복지센터 탑골미술관_2017

**탑골미술관은 매일 3,0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 내에 위치하여 다양한 세대와 사람들이 미술을 매개로 하나 되는 열린 문화향유의 공간을 지향하며 2013년 5월 개관하였습니다. 다양한 전시를 통해 상대적 문화소외계층인 어르신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해왔으며, 양질의 전시콘텐츠와 체험프로그램으로 어르신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는 지역사회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 역할하고 있습니다. ● 탑골미술관은 기획초대전, 어르신작품전 뿐 아니라, 신인작가 지원사업, 지역아동과 함께하는 '이상(理想)한 실험실', 참여미술프로젝트 '숨, 시간' 등 세대를 넘나드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장르와 형식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의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모두에게 열려있는 문화향유의 공간입니다.

Vol.20170521e | 경계를 넘어-정광희_박한샘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