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꽃 만발한 오월 White Blossom in May

임현정展 / HYUN J LIM / 林賢貞 / painting   2017_0512 ▶ 2017_0615 / 일요일 휴관

임현정_White Blossom_캔버스에 유채_97×130.3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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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홈페이지_hyunjlim.com                             페이스북_www.facebook.com/arthjlim         인스타그램_@hyunjlim7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7 제네시스 프로젝트 GENESIS PROJECT展

후원 / 제스티 크랭크 주최 / 스카프 SCAF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제스티 크랭크 ZESTY CRANK 서울 강남구 논현로159길 22-1 Tel. +82.(0)2.518.2146 zestycrank.com

완성을 넘어서는 과정: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 오랜 과정에서 오월의 꽃을 피운 이가 있다. 바로 작가 임현정이다. 그 꽃의 이름은 「White Blossom」이다. 바로 흰 꽃. 작가는 그 꽃을 'flower'로 명명하지 않는다. 'blossom'이라 칭한다. 작가가 그 '꽃'을 flower가 아닌, 'blossom'으로 고집하는 것은 작품을 완성이 아닌,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리라. 임현정은 퍼포먼스와 평면작업을 넘나드는 작가로 과정을 중시한다. 작가는 자신의 모든 작품이 사실상 퍼포먼스라고 말한다. 결국 평면작업도 작가에게는 하나의 퍼포먼스인 것이다. 하얗게 칠해진 「White Blossom」 작품도, 녹색으로 칠해진 「Green Landscape」 시리즈도 색을 칠하고 그 위에 다른 색으로 덮고, 또 칠하는 반복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렇게 계속 반복되는 과정 가운데 어느 순간 작품이 자신과 일치되었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작업이 완성되었다고 작가가 붓을 놓는 시기가 바로 그때다. 그때가 올 때까지 임현정은 계속 반복해서 그리고 덮고 그려나간다. 그래서 어떤 작품은 몇 달이 걸리기도, 몇 년에 걸쳐서 작업하기도 한다. 작품이 언제 완성될지는 미지수다.

임현정_Green Landscape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16

이러한 과정이 작가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퍼포먼스', '스며있는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White Blossom」과 「Green Landscape」 시리즈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그렇기에 '흰 꽃'을 'blossom'이라는 단어로 칭한 것은 과정을 중요시하는 임현정 작업에서 대단히 상징적이다. 실로 'blossom'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상징어로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꽃을 칭할 때 사용하는 'flower'는 '꽃' 그 자체가 주인공이다. 이때 '꽃'은 '꽃을 위한 꽃'으로 목적이며 완성이다. 하지만 'blossom'은 열매가 달리는 '과실수의 꽃'에 쓰이는 단어로, 단어 안에 '열매'를 품고 있다. 다시 말해 'blossom'은 '열매를 위한 꽃'으로 목적이 아닌, ' 열매'를 얻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기에 임현정이 「White Blossom」으로 피운 꽃에는 보이지 않지만 스며있는 퍼포먼스의 과정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꽃 이후의 시간이 녹아 있다.

임현정_구원을 기다리는 사람들2_종이에 수성파스텔, 유성파스텔_59×42cm_2016

'열매를 위한 꽃'으로서 blossom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재태를 품고 있다. 이 잠재태는 명시적으로 꽃 이후의 시간을 상징하는 '열매'일 수도 있고, 작가의 「White Blossom」 작품처럼 모두 하얀색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색채와 질감에 스며있는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영성'이다. 작가는 줄곧 죄와 억압, 해방 등 무의식과 의식 사이를 떠도는 인간의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부분을 고민하며 작업해왔다. 특히 지난해(2016년)는 신학적 탐구를 통해 영적 민감함을 체화하며 작업해왔다. 이 시기를 통과하면서 작가가 피워낸 꽃이 바로 영적 열매가 잠재된 '흰 꽃'이다. 이 과정은 이번 《흰 꽃 만발한 오월》 전시에 상징적 드로잉을 통해 나타난다. 작가는 영적 열매가 잠재된 흰 꽃을 피우기 위해 가졌던 경험을 드로잉 작품 「그 나라 사람들」, 「위기의 방문자들」, 「방문자들」, 「차단된 지붕」 등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그 작품을 전시해 놓았다. 이 드로잉들이 은유와 상징으로 그려져 있어 자칫 「White Blossom」 과 연결성을 놓치기 쉽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영성(노란색, 빛), 죄성(생물학적 형상), 인간의 육체(육면체)에 대한 해석을 들으면 그가 걸어온 성찰의 흔적과 '흰 꽃'의 연결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드로잉들이 이번 전시에 함께 전시된 것은 작가 자신의 사유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결국 그가 완성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임현정_방문자들_종이에 펜, 색연필, 커피_42×59cm_2016

임현정은 여전히 과정 중이다. 지금도 (전시하려 했으나) 전시하지 못한 다른 「White Blossom」 연작을 그리고 있다. 그 작품은 끝내 전시 전에 완성되지 못했다. 그리고 언제 완성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간 작품이 자신과 일치했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때 붓을 놓을 것이다. '열매'를 위해 화려하게 꽃피우는 임현정의 오월은 '완성을 넘어서는 과정'이 되어 우리를 깊은 성찰과 사유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 안진국

Vol.20170513f | 임현정展 / HYUN J LIM / 林賢貞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