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Möbius strip

신수혁_ㅋㅋㄹㅋㄷㅋ(kkr+kdk)展   2017_0511 ▶ 2017_0608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 31-14(가회동 130-1번지) Tel. +82.(0)2.745.1644 www.oneandj.com

끝과 끝, 그리고 시작 - 끝 1: 신수혁의 건축물 파사드 ● 신수혁은 건축물을 그린다. 평면이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한 화면 안에 건축물의 단편을 그렸던 그는 그리드로 간결하게 표현한 건축물의 파사드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투명한 푸른빛 물감의 중첩을 통해 대상 건축물보다는 선과 면이 이루는 조형적인 구성에 집중했다. 이를 더욱 파고든 근작은 그 밀도를 더하면서도 최소화된 구조마저 와해하는 지점으로 치닫는다. 짧은 선이 곧게 그린 직선 위를 여러 차례 불규칙하게 훑고 지나가면서 그리드는 미세한 진폭의 파동으로 채워진다. 언뜻 보면 조밀하고 탄탄해 보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고르지 않은 짧은 붓획으로 흔들리고 있는 이 구조물은 연속과 단절,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미세한 균열을 일으킨다. ● 미세한 균열은 신수혁의 작품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데, 그의 초기 지도 작업에서부터 일관되게 흐르는 고유의 감성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자주 왕래하는 지역의 지도를 날짜를 의미하는 숫자 스탬프로 빼곡히 채워 그린 그의 작업은 분명 지도 그림이지만 정보 전달이라는 지도 본래의 실용적 기능을 소거해버리는 지도의 와해이기도 했다. 그의 파사드 이면에는 이 같은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통해 대상을 흩뜨리는 그의 오랜 세밀한 감각이 자리잡고 있다.

신수혁_Untitled-1602_캔버스에 유채_227×182cm_2016
신수혁_Untitled-1412_캔버스에 유채_162×131cm_2014

끝 2: kkr+kdk의 가구 ● kkr+kdk는 건축가 김경란과 사진작가 김도균이 이룬 팀으로 이들은 "고착된 인간의 행태 혹은 훈련된 감각, 잘못된 도시 사용, 왜곡된 자연친화 등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공간적 장치와 가구, 유틸리티 등을 디자인하여 본질에 걸맞는 디테일과 스케일의 작업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들은 전시에서 지도를 재해석하여 디자인한 테이블과 철판을 접어 만든 벤치를 선보인다. 김경란은 특정 지역을 파악하고 이슈를 읽어내는 시각적인 정보 가공의 방식으로서 손으로 직접 그리거나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지도를 제작한다. 이는 객관성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다분히 실용적인 작업이다. 김도균은 건축 사진을 제작한다. 대상이 카메라에 어떻게 비춰지며 카메라는 그것을 어떻게 포착하는지, 그 시각적 감각에 초점을 맞추는 그는 건축물을 바라보던 시선으로 김경란의 지도를 바라본다. 그는 지도에 담긴 정보를 해독하려 하기보다는 지도의 표층에 주목한다. 그의 시선을 거치면서 지도는 실용적 기능이 정지된 채 하나의 이미지로 그 위상이 바뀐다. 김도균은 이 지도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하여 김경란과 함께 테이블을 디자인한다. 이들이 제작한 테이블은 특정 자세로 앉을 때에라야 비로소 안착할 수 있는 의자인 벤치와 함께 전시 공간에 최적화된 크기와 형태로 조합, 설치되어 작품의 유일성과 가구의 실용성의 경계를 넘나든다.

ㅋㅋㄹㅋㄷㅋ(kkr+kdk)_건드려지지 않은 이끼(테이블 상판)_ 플렉시글라스에 피그먼트 프린트 마운트, 철 프레임_90×180cm_2017
ㅋㅋㄹㅋㄷㅋ(kkr+kdk)_산, 들, 강을 위한 바느질 도면(테이블 상판)_ 플렉시글라스에 피그먼트 프린트 마운트, 철 프레임_90×180cm
ㅋㅋㄹㅋㄷㅋ(kkr+kdk)_산, 들, 강을 위한 바느질 도면_ 플렉시글라스에 피그먼트 프린트 마운트, 철 프레임_90×180×74cm

맞닿은 끝과 끝 ● 지도에서 건축물을 향해 전개되어온 신수혁의 그림과 건축 사진을 다루었던 시선으로 지도를 재해석해 디자인한 kkr+kdk의 테이블은 전시장 안에서 서로의 시작점과 끝점을 물고 이어지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한다. 존재와 부재, 유일성과 실용성의 틈새를 교란하고 유희하는 이 작품들이 서로 조응하고 교감하는 가운데 저마다의 감각과 특성이 증폭된다. 이 교류의 장 안에서 보는 이는 또 다른 끝점이자 시작점이다. 보는 이가 나름의 방식으로 작품을 경험함에 따라 새로운 감각의 층위가 더해지며 장은 더욱 풍부하게 채워져 나갈 것이다. ■ 주은정

Vol.20170511d | 뫼비우스의 띠 Möbius strip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