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어리

이해민선展 / LEEHAIMINSUN / 이해旼宣 / painting   2017_0505 ▶ 2017_0528 / 월요일 휴관

이해민선_덩어리입니다_종이에 유채_37×25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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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민선 블로그_blog.naver.com/moolbaab

초대일시 / 2017_0505_금요일_05: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플레이스막 placeMAK 서울 마포구 홍제천로4길 39-26(연희동 622번지) Tel. +82.(0)17.219.8185 www.placemak.com

"불안은 높은 봉우리에 육신을 던져 놓고 풍장 하게하고 살고 있는 땅엔 발뒤꿈치가 없습니다. 두 다리로 걸어올라 갈 수 있는 곳의 그 쯤 산허리의 흙을 한 주먹 퍼와 점점 질어지는 흙을 반죽하며 나의 봉우리를 만들어 봅니다. 매일 휘발되는 나는 여전히 묵직한 덩어리입니다." (이해민선 작업노트 중, 2017)

이해민선_봉우리_종이에 유채_45.5×30cm_2017

이해민선 작가는 자연에 가까이 존재하며 작업을 합니다.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에서 얻고 사용하곤 합니다. 이 첫 문장을 읽으면 자연과 풍경에 대한 각자의 이미지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덩어리』展에서는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작품을 보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11점의 회화작품들에서는 공통적으로 물질, 그중에서도 인공물의 절정이 변형된 형태로, 또는 사라진 형태로 반복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인공물이 담긴 작품들을 조금 더 바라보고 있다 보면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 그러한 인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 회색빛이 가득할 것만 같은데 실은 에너지가 가득한 색이 '덩어리' 로 온통 차지하고 있습니다. 작품 '무른땅에서' 의 흙으로 소조한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보면 이해민선 작가의 2012년도 작품이 떠오릅니다. 그 당시에는 색보다 '물질'의 질감을 더 중요시했었기 때문에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고, 다양한 물질에 대해 실험하고 작업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업에는 '물감' 과의 싸움이었다고 작가는 고백합니다. 떠올리고 생각했던 색감과 다른 차이들, 아크릴 물감이기에 마르고 나면 발색이나 질감이 또 다르게 표현되고, 같은 물감이여도 캔버스에 따라 다르고, 물감 회사 뿐 아니라, 물감 튜브 하나하나의 특성이 다 다름을, 생각했던 색, 물 조절, 터치방식 등 매우 예민하게 색이 달라짐을 작가는 잘 이해하고 표현합니다. 색감이 주는 감정은 다양합니다. 다시 한 번 슬며시 흙더미를 보고 있노라면, 계속 더 바라봐야만 할 것 같습니다. 사로잡혀 버립니다. 회화가 가지고 있는 반박할 수 없는 수 많은 매력때문이겠지만, 그보다 작가와 색의 오랜 고민이 느껴지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색감과의 관계, 재료들과 씨름하는 것이 작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민선_무른 땅에서_캔버스천에 아크릴채색_181.8×227.3cm_2017

매 번, 대다수의 작가들이 그러하듯, 이해민선 작가의 작업이 얼마만큼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는지 느껴집니다. 춤에서 즉흥 이인무는 큰 틀 외에는 미리 연습하고 짜여진 것이 없기에 서로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춤입니다. 서로 소통이 어긋나면 움직임이 허공에 사라집니다. 움직임을 받고, 그에 반응하는 움직임을 짧은 순간에 결정하고 다시 상대에게 주는, 어떻게 나아갈지 미리 예측할 수 없는 매력 덕분에 어렵지만 기꺼이 시도하게 되는 춤입니다. 이해민선 작가의 작품은 그러한 즉흥 이인무처럼 집요하게 캔버스와 색과 손의 움직임과 마음의 주고받는 소통의 과정을, 그러한 작업이라는 상황을 연습이 아닌 무대 위에서처럼 집중력을 가지고 즐긴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길었던 작업 과정은 작품에 담긴 에너지로 그 생각에 힘을 더해줍니다. ● 이해민선 작가님의 손은 유독 작고 예쁩니다. 그 손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캔버스에 담은 이야기는 참 명확합니다. 그리고 자연과 가까워 그런지 참 크다는 느낌이 듭니다. 참 크고, 참 명확한 이야기는 저의 시선을 오래 붙들어 놓습니다.

이해민선_절정 없는 곳_포즈_캔버스천에 아크릴채색_181.8×227.3cm_2017

"모서리는 있으나 꼭짓점과는 다르고 / 서 있으나 하늘에 포함되지 않는다 / 위태롭게 있으나 사라지지 않고 / 절정은 없으나 포즈는 있다." (이해민선 작업노트 중, 2017)

이해민선_유추의 강_캔버스천에 아크릴채색_116.8×91cm_2017
이해민선_유추의 강_캔버스천에 아크릴채색_116.8×182cm_2017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성미는 흔한 여성의 이름 중 하나이며, 성미산에서 산을 뗀 부분의 명칭이기도 합니다. 이해민선 작가는 성미산에 매일 오르며 자신의 시선을 정직하게 담아내려고 했고, 눈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며 그것을 지속적으로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산이 점점 인간스런 신체가 되어가는 듯하여 성미산은 성미가 되어갑니다. 화면에 담기지 않았지만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화면 밖으로 잘려나간 나머지 이미지 들, 우리의 머릿속에 규정된 이미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우리는 현재가 아닌 미리 벌어지지 않는, 존재하지도 않는 일들과 그런 상황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 봉우리 작품 앞에서 제 시선은 조금 멈추게 됩니다. 산의 그림을 담은 작품들은 모두 봉우리가 잘려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리고 우리는 작품을 보면 잘려나간 혹은 투명한 공간속에 봉인된 봉우리까지 저절로 떠오릅니다. 그토록 규정된 봉우리가 우리의 삶에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명확한 모습으로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는 각각 개별 봉우리가 존재함을, 그리고 그것이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 삶에서 절정의 시기는 그 누구와도 같지 않습니다. 각각의 개별 봉우리처럼 다양한 형태로 절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처럼 작품에서 절정을 변형 혹은 개별적인 상상 속에서 완성시키도록 하고있습니다. 누구에게는 꼭짓점과 같이 첨예한 봉우리이고, 누구에게는 완만하고 둥근 가슴처럼 부드러운 봉우리일지 모릅니다. 당신의 봉우리는 어떤 이미지인가요?

이해민선_중턱_캔버스천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17
이해민선_성미산에서 온 성미_가변설치_2017

우리의 삶의 모습은 가정과 유추들이 반복됩니다. 그러한 반복의 이미지들은 새로운 에너지로 이해민선 작가의 작품에 담겨있습니다. 반복되는 이미지들과, 가정과 유추를 사라지게 한 작가의 작품은 기존과는 조금 달라진 새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는 자연과의 관계를 통해 얼마나 더 깊은 시선을 가지게 될까요. 자연을 통해 사유하는 작가의 힘있는 시선에 힘을 실어 카타르시스가 담긴 마무리였으면 좋으련만, 그 절정의 봉우리를 저 역시 상상의 봉우리로 남겨두겠습니다. ● 바로 이어 이해민선 작가의 작업노트 중 5가지 이야기를 발췌하여 담습니다. 이 다섯 가지 이야기라면 , 잘려진 봉우리에 대한 어쩌면, 충분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5월, 작품 앞에서 존재하는 우리는, 그 시간동안 만큼은 묵직한 덩어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 플레이스막

Vol.20170505c | 이해민선展 / LEEHAIMINSUN / 이해旼宣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