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는 것들

엄아롱展 / UMALONG / 嚴아롱 / installation   2017_0502 ▶ 2017_0521

엄아롱_도시의 슈나우져_레코드판_130×160×90cm_2014

초대일시 / 2017_0502_화요일_07:00pm

관람시간 / 11:00am~12:00am

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98 카페 보스토크 1층 Tel. +82.(0)2.337.5805 www.facebook.com/cafevostok

이번 전시는 조각가 엄아롱의 세 번째 개인전이며 2017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의 첫 번째 '연희동작가' 지원전시이다. 공공연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작업실을 운영하는 엄아롱 작가는 우연히 반려견과 산책하다 만났고, 반려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시까지 이어진 동네 주민이기도하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을 '연희동놀이터'라고 명칭하고 동료 또래들과 함께 '논다'는 것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다. 그의 놀이터를 방문해보니 선반, 거울, 의자 하나하나가 작가의 손길 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고, 용접하고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작업실이라 상상이 안가도록 깔끔하고 마치 디자인 사무실 같았다. 대부분 조각가의 작업실이 어떤 상태인지 이미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엄아롱 작가의 성실성에 감탄했다.

엄아롱_도시의 닥스훈트_페트병_60×180×50cm_2014

그의 작업실에서 본 작품은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주변에서 흔히 버려진 오브제를 수집하여 형태와 사용방식을 변형시키거나, 동물 형상으로 만든다. 동물 형상의 조각품들은 대부분 반려견의 형상이 많고 작가가 수집한 LP판이나 맥주 페트병(가장 작업실에서 많이 버려지는 재료이기에 사용한다고 한다)을 활용하여 멀리서 보면 마치 브론즈로 잘 만든 조형물 같다. 그의 과거 작품 중에 인상적인 것은 제주도 바다 속에서 주어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모아 화려한 미니멀리즘 조형물을 만들었다. 작가가 버려진 오브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도 잦은 이사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8-90년대 유년시절을 보냈던 작가의 가족이 지내던 동네가 재개발 되며 이사를 가야했고 비슷한 금액으로 이사 갈 수 있는 동네는 곧 재개발이 예정된 동네뿐이었다고 한다. 4번의 보금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동네를 떠나는 가족들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동시에 모두 버리고 떠났다고 하다. 한때 소중히 사용하던 물건들이 동시에 쓰레기가 되어 집 밖으로 버려지는 광경을 목격한 작가는 버려지거나 잊혀진 물건들과 기억, 동네, 장소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엄아롱_바다에서 오는 것들로부터의 위로_부표, 철, 시멘트_가변설치_2016
엄아롱_바다에서 오는 것들로부터의 위로_부표, 철, 시멘트_가변설치_2016

이번 전시는 작가에게 중요한 전시라 한다. 이렇게 가까운 (대형 작품을 운반해도 전혀 운송비가 전혀 들지 않는) 곳에서 반려견과 매일 산책하던 곳에서 전시하는 것이고, 오브제 변형 작업과 동물형상 조각품의 두 가지 스타일을 종합해 처음으로 전시하기 때문이다. 일명 '편의점 의자'라 불리는 플라스틱 의자를 녹여 마치 의욕 없이 누워있는 강아지의 형상을 표현한 작품, 시멘트에 고정된 목줄의 팽팽함을 표현하여 주인 말을 듣지 않고 자기 가고 싶은 곳을 고집하는 강아지의 행동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엄아롱 작가는 동물, 특히 반려견의 모양과 움직임을 보면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다고 한다. 항상 부지런히 물건을 수집하고, 용접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성실한 모습이 주인만 열심히 쫓아다니며 꼬리를 흔드는 반려견의 모습인 반면, 주인이 없는 대부분의 시간에 자기 자리에 누워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잔다. 순종적이지만 자신이 '꽂힌' 냄새가 있다면 아무리 목줄을 끌어도 버티는 반려견의 모습이 자신의 작업을 고집하는 모습과 비슷할 것이라 상상해 본다.

엄아롱_도시의 도베르만_레코드판_180×170×80cm_2014
엄아롱_도시의 도베르만 02_레코드판_240×180×180cm_2015
엄아롱_잊혀진 것들의 만남_레코드판_166×130×5cm_2014

종합해 보면 엄아롱 작가의 작품 속에서 요즘 청년 예술가들의 심리상태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노트에 '시지프스의 삶'에 대해 쓰여 있다. 아무리 올라가려 노력해도 끝이 없이 다시 떨어지는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엄아롱 작가도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고 계속 용접기와 그라인더를 잡아야 하는 작가 생활을 빗대어 말하는 것 같다. 작가의 삶이란 어쨌든 '꽂히는' 기회가 오면 또다시 공구를 들고 가치생산 없는 노동을 시작한다. 엄아롱 작가는 세 번째 개인전을 통해 몇 가지 숙제를 풀고 싶다고 한다. 동네에서 하는 전시인 만큼 맘 편히 전시장을 오고가며 그의 작업실 '연희동놀이터'와 연결한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한다. 그리고 '시지프스의 삶'처럼 느껴지는 감정의 표현들(작품들)을 좀 더 찬찬히 정리하여, 여유로운 '산책자의 삶'의 자세로 그의 작품활동의 시즌 2의 기반을 마련하려한다. 영광스럽게도 공공연희에서 엄아롱 작가의 새로운 도약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같이하게 되었고, 이로써 동네 전시장-작가의 관계를 지속하며 같이 성장하는 팀이 되기를 바란다. ■ 임성연

Vol.20170504b | 엄아롱展 / UMALONG / 嚴아롱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