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503_수요일_04:00pm
참여작가 한상표_최경애_임상섭_이준표_이경화_나혜숙_김진용
기획 / 인천파란사진학원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인덱스 GALLERY INDEX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5 인덕빌딩 3층 Tel. +82.(0)2.722.6635 www.galleryindex.co.kr
『멋진 신세계』는 1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준비된 것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모두가 내가 운영하고 있는 사진학원과 출강을 통해서 만난 사진가들이다. 모두들 사진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사진작품에 대한 열정을 일깨우고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과제를 만들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 처음엔 모두가 과연 '내가 전시를 할 수 있을까'를 염려하며 머뭇거렸지만 컨셉을 잡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가면서 스스로가 성장해가는 모습들을 발견했다고 한다. ● 이번 전시는 사진을 통해 자신들만의 신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기분 좋은 도전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신세계의 구성원들이 소마(soma)를 먹으며 삶의 번민들을 망각하듯, 이들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잊어버리고 육체적으로도 재충전된다고 한다. ● 사진이 이들에게 소마이고, 전시는 이들만의 '멋진 신세계'인 것이다. ■ 임상섭
한상표가 바라본 대상은 "계선주"라는 낯선 이름의 작은 구조물이다. 계선주는 배를 항구에 정박했을 때 매어놓기 위한 얕은 기둥이다. 계선주가 없다면 배는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할 수 없다. ● 그는 어느 봄날 낯선 포구에서 계선주를 처음 마주하게 되는데 그들에게서 전해지는 각각 다른 표정과 느낌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들과 친숙해지기 위해 쉬는 날마다 그들을 만나러 갔고 유독 정감이 가는 한 계선주에겐 이름까지 지어주었다고 한다. ● 계선주는 묵묵히 고개 숙여 정박한 배들의 휴식을 풍랑으로부터 온전히 지켜내고 파도가 잦아들 때면 바닷물에 스스로를 비추며 자기 얼굴을 수없이 바라본다. 이런 계선주의 모습은 어쩌면 네 아들의 아비인 작가에게 유리창 너머로 중첩되어 비추는 스스로의 반영이었을지 모른다. 제 온몸으로 배의 안위를 붙잡고 있는 작은 기둥 계선주, 그것들은 자성과 책임을 요구받고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아비들의 초상이 아닐까.
최경애의 시선은 일탈을 향하고 있다. 그녀는 카메라와 렌즈를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해갈의 도구로 줄곧 사용해 왔다. 그리고 이번 작품들은 그걸 반영하듯 신비로운 추상의 세계로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 그녀의 사진들은 그저 평범한 풍경들을 장노출과 블러 기법을 이용해 새로운 추상의 세계로 재편집한 것이다. 항상 똑같은 집 앞 가로수 길의 풍경, 가끔씩 산책을 하던 함초가 빼곡한 갯가의 풍경, 오랜 시간에 바래고 뜯긴 페인트들이 그 대상들이다. ● 작가는 이러한 풍경 속의 색들이 이미지센서의 흔들림으로 인해 형성되는 아름다운 추상의 느낌에 흠뻑 도취되었고, 이내 그것들을 자신만의 풍경으로 간직한 것이다.
The Earth 시리즈는 인간에 의해 재구성되고 있는 우리 지구의 현재를 신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지구의 형상을 상징하는 구형 이미지를 파노라마 촬영을 통해 만들어 냈으며, 주 촬영 대상으로는 채석장이나 염전, 간척지와 같이 인간이 이 땅을 자기의 것으로 변형시킨 곳들이다.
이준표의 사진들은 그의 나이만큼이나 긴 시간을 담고 있다. 그의 풍경은 보통의 풍경사진들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달이 등장한다. 그리고 달은 그 풍경을 포근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 달은 바다를 당기고 밀어낸다. 그의 사진들은 사진을 찍는 긴 시간동안의 밀고 당김일 것이다. 이미 백발이 되어버린 머리칼과 어느새 손등을 가득채운 검버섯만큼이나 긴 세월을 밀고 당기며 되새김하는 듯하다. ● 저 홀로 쓸쓸했을 달처럼, 저 홀로 묵묵히 카메라를 바라보며 담아낸 회상의 시간들이 느껴진다. 달이 차오른 작가의 사진들은 해를 비추는 달처럼 그윽하고 따듯하다.
이경화는 반지가 담고 있는 사연들과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엄마가 물려주며 항상 끼고 있으라는 반지, 수년 전 화이트데이 때 문득 남편으로부터 받은 쌍가락지 등을 라이트페인팅 기법으로 표현했다. ● 그녀가 라이트페인팅을 선택한 것은 시간을 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의 세월이 담겨있는 시간을 체득하고자 칠흑의 어둠에서 작은 플래시를 이용해 수백초간 작은 빛들을 주었다. 사진은 빛과 시간의 결과물이다. 그러고 보면 라이트페인팅은 참 사진다운 사진이다. 반지가 품고 있는 시간만큼은 아닐지라도, 바늘구멍만큼이나 작은 빛들을 이용해 겹겹이 새겨진 그 흔적들을 담아내기 위한 작가의 둔탁한 몸짓이 온전하게 배어난 작품들이다.
나혜숙의 사진들은 꽃이 가진 색감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모가지가 가녀린 라넌큘러스는 파란 배경을 통해 노란 꽃잎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표현했고, 핑크빛 배경의 정갈한 리시안셔스의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초록을 보는 듯하다. ● 그녀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꽃이 가득한 화원에서 향기로운 꽃들과 마주하고 있을 모습이 떠오른다. 촬영을 위해 화원에 들를 때면 항상 꽃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고 한다. 꽃을 좋아하는 여자에게 이미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으리라 생각한다. ● 작가의 사진들에는 여자로서 느낄 수 있는 꽃에 대한 애정과 순수의 감성이 오롯이 배어있다. 그리고 그 감성은 나이를 넘어 소녀의 시대로 그녀를 안내하고 있다.
김진용의 사진들은 모두가 고요함을 향한다. 해넘이가 가까워지고 있는 바다는 길고 고단했던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데려오고 있으며, 이제 막 해오름을 끝낸 습지 위에 두껍게 깔린 우유빛깔 안개는 밀려나는 새벽이 이내 아쉬워 계속 붙잡고 있다. ● 작가가 촬영한 풍경들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으면 저 먼 바다를 담으면서 설렜을 그의 몸짓이 떠오른다. 긴 교직생활의 무게를 덜어내고 사진을 통해 새로운 삶을 그려나가고 있는 서투른 몸짓 말이다. ■
Vol.20170503a | 멋진 신세계-인천파란사진학원 단체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