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7_0428_금요일_03:00pm
참여작가 강진영_고미숙_권경훈_길종갑_김나영_김라미 김성인_김혜나_류재림_류정호_박명옥_박미란 박은경_박종혁_서숙희_서정아_신대엽_신승복 심병화_원민규_윤운복_이경자_이수환_이원일 이익훈_이잠미_이해일_이효숙_이희린_장선화 전경아_정춘일_조광자_한선주_황효창
주최,주관 / 강원민족미술인협회 후원 / 강원도_강원민예총
관람시간 / 12:00pm~08:00pm
명동집 Myungdongzip 강원도 춘천시 명동길 14-1 4층 Tel. +82(0)10.4740.8635 www.myungdongzip.com
기억속의 풍경 ● 인간은 세계에 내던져 지기 앞서 집이라는 요람에 놓여진다.(바슐라르) 우리가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것들-가족, 어린시절, 친구-은 집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기억들이다. 지금껏 살아온 집들의 외관을 묘사하고 그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살았던, 거주했던 곳으로서 근원적인 가치들을 불러와야 한다. 그러한 과거의 가치들은 불현 듯 찾아와 현재의 집에 함께 되살아지곤 한다. 새집에 옛집들의 추억들이 되돌아오면, 우리들은 태고의 과거처럼 변함없는 어린 시절의 왕국으로 되돌아간다. 그 곳은 기형도의 시에서 떨리던 유년시절 어머니 품처럼 영원히 돌아 갈수 없는 기억 속의 풍경과도 같다. ●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의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 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 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기형도, 바람의 집 -겨울판화 1)
영혼의 은신처 ● 집의 구석, 다락방, 계단 밑, 지하실, 구석지고 어두운, 혼자가 들어가 앉기 좋은 곳은 어느 곳이나 스스로를 웅크리고 복잡한 삶을 어느 한 곳에 접어두고 침묵하는 시간, 공간이 된다. 삶을 이어주는 간극처럼 이 권태로운 자신만에 몰입하는 공간은 적절하게 복잡다단한 외부세계와 인간 내부의 근원적 세계를 이어주는 완충작용을 한다. 몸 하나 웅크리고 놓일 만한 구석은 우리들에게 존재의 최초의 가치의 하나인 부동성을 확보해주는 은신처이다. 그곳에서 몽상가는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휴식을 체험한다. 그리고 그런 공간들은 대체적으로 '합리적'이지 못하다. 편안한 침대에서 몸을 푹 쉴 수는 있지만 '천정의 구석'에서 살지는 못하지 않는가? 과거의 비합리적 공간-지붕 밑 다락방, 구석구석의 모서리, 지하실, 곳간-들이 내부세계와 외부세계를 이어주던 쉬어가는 자아의 공간이었다면, 아파트처럼 효율성으로 꽉 짜여진 현재의 우리의 공간은 어떠한가. ● 파리에는 집이 없다, 포개어져 놓인 상자들 속에서 대도시의 주민들이 살아간다. 집들은 땅속으로 박혀 들어가지 않기 위해 아스팔트로 지면에 붙어있다. 집에 뿌리가 없는 것이다. 포장된 지면에서 지붕까지 방들이 포개어 쌓아 올려져 있고 지평선 없는 하늘의 천막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도시의 건조물들은 외부적인 높이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자기의 집이란 단순한 수평성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한 층 속에 박혀있는 우리들이 사는 집의 여러 방들은 하나같이 내밀함의 가치들을 알아보고 분류하기 위한 근본적인 원리의 하나를 잃어버렸다. (바슐라르) ● 대도시에서의 집들은 자연 속에 있지 않다. 집은 더 이상 천둥소리에 몸을 떨지 않는다. 천둥소리에 서로서로 꼭 붙어있던 우리들은 서로서로 꼭 붙어있는 집 안에서 더 이상 떨지 않게 되었다.
꿈꾸는 집 ● 우리들은 혼잡한 우리집으로부터, 도시의 근심거리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다른 곳에서 살기를 바란다. 마음 속 참된 피난처를 찾으러 집을 떠나는 것이다. ● 나는 집을 꿈꾼다. 높은 창문에 초록에 물든 얄팍하고 낡은 계단을 가진 나지막한 집을 ... 오래된 판화의 분위기를 가진, 보잘 것 없으나 비밀스런 집을, 내 마음 속에서만 살아 있고, 때로 내가 음울한 날과 비를 잊기 위해 들어가 앉곤 하는 집을. (앙드레 라퐁) ● 집을 그리라고 하는 것은 그에게 그가 그의 행복을 그 속에 보호하고 싶어하는 가장 은밀한 꿈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것과도 같다. 예술가, 몽상가들이 그리는 집은 최첨단의 미래지향적인 편리함과 효율성으로 꽉 짜여진 수십억대의 아파트가 아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 살던 집, 권태로운 우울한 구석진 공간을 품은 집, 작고 보잘 것 없으나 오래된 판화처럼 하나하나 새겨왔고 새겨가고 싶은 집이다. 그러므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기억속의 그 집으로, 다시는 가보지 못할 그 곳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꿈을 꾼다. ■ 정현경 * 참고 : 공간의 시학, 가스통바슐라르
■ 부대행사
원데이클래스 「명동집 공방」 가족의 달 5월을 맞아 방문한 가족이 함께 만들 수 있는 공예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잇고, 빚고, 꼬매고, 그리는 행위들을 통해 쓰임이 되는 공예품이 완성되는 협업의 과정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함께하는 공간의 가치와 의미를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5월 7일 : 집속에 풍경 -도자기풍경모빌 (고미숙/박명옥/이해일/장선화) 5월 13일 : 꼬매네 -헝겊인형 (박종혁/윤선희/이효숙/최덕화) 5월 14일 : 울림나무 -원목스피커 (김영훈/류재림/이재복) 시간 : 13:00~18:00 신청 : 010-4740-8635
세미나 -「집고 넘기」 예술적 소재로서 '집'에 대한 인문학적, 사회학적 가치를 사유하고 공유해보는 자리. 구성원의 삶을 형성해나가는 데 중요한 근원이 되는 '집'의 의미가 그 고유한 가치보다 규모와 자산가치로 인식되는 지금, 근본적인 '집'의 다양한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일시 : 5월 10일 (수) 19:00 대상 : 참여작가 및 일반인 장소 : 명동집 5층 커뮤니티룸
Vol.20170430f | 집 HOM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