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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428_금요일_06:00pm
송은 아트큐브는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송은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입니다.
주최 / (재)송은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30pm / 주말,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0)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7월의 여름, 타오위엔 국제 공항에 내리자 후덥지근하고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내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뉴스에서는 오늘 밤 아주 큰 태풍이 대만을 강타 한다는 경고를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었다. 과연 그날의 날씨는 심상치 않았다. 맹렬한 속도의 바람과 구름, 강의 기묘한 색과 요동침, 무겁고 끈끈한 공기, 땅을 뚫을 것 같은 빗줄기를 눈앞에서 마주하는 것은, 난생처음으로 겪는 기이한 공포였다. ● 불안한 낮의 시간이 흐르고, 해가 지자 곧 밤이 왔다. 낮과 밤은 이토록 다른데 왜 우리는 이 둘을 한데 묶어서 하루라고 일컫는 것일까.(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자음과 모음, 2012, p.46.) 태풍의 밤은 그야말로 낮과는 완연하게 다른 얼굴이었다. 이 많은 빗방울과 바람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가? 어둠의 심연 속 바람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빠르게 집어 삼키고, 창 밖의 낯선 풍경은 나의 공포를 극대화 시켰다. 얇은 유리창을 두들겨대는 바람과 빗방울의 소리는 극한의 두려움을 몰고 오다가도, 돌연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기분이 들게 했다. ● 낮이 차가운 이성의 시간이라면, 밤의 이 시간은 어둠이 바닥에 깔려있는 시간이며, 뜨거운 상상의 시간이었다. 게다가 나는 태풍의 한 가운데에 있지 않은가. 유리창 밖은 전쟁터이지만, 나의 밤과 나의 방은 온전히 고요한 어둠의 시간이었다. 그날 밤,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나의 의식과 무의식에서 건져 올려진 파편을 시작으로 기억이라는 무한한 심연을 탐험하면서, 수많은 과거의 순간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그러한 과거의 기억들을 탐험하고 침잠해 있던 조각들을 건져 올려내면서 밤의 시간을 만끽했다. 이날, 태풍이 몰고 온 밤의 기억은 지나간 역사적 순간에 머물러 버리는 것이 아니라 촘촘한 기억과 기억의 연결고리를 탐험하고 분석함으로써 나라는 인간의 존재를 알아가고 새로운 희열을 느끼며, 그것을 드로잉으로써 구현하는 제스처의 출발점이 되었다. 나의 기억의 파편들은 유사성이나 대조 혹은 자의적이고 빈약한 결합에 기초한 관계이다. 또한 건져 올린 기억의 이미지들은 서로 어떤 관련을 이루되 그 내용은 굉장히 다양하고 구체적이며, 그것은 오만과 겸손의 신비스러운 혼합물이다.
#1. 오늘 밤, 태풍이 온다. ● 그날 밤, 기억의 연쇄는 '밤의 태풍'이라는 사건이 하나의 기폭제 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기억의 연쇄 과정은 그물에 물고기들이 딸려 올라오듯 연속해서 이어졌다. 이런 종류의 사슬은 사실 태풍이 시작점이 되었지만, 연쇄의 단계가 거듭될수록 어느덧 맨 처음 단계인 태풍의 존재를 망각하게 되고, 나의 기억 속의 인물, 사건, 경험, 냄새, 소리, 대화, 주고받았던 문자, 소설/영화의 한 장면 따위에 오롯이 집중하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들은 끊임없이 우연을 실체로 착각하고, 결과를 원인으로, 수단을 목적으로, 우리들의 몸과 지성을 우리들 자신으로, 우리들 자신은 무언가 영원한 것으로 착각해버리게 되는 것이다.(르네 도말, 『마운트 아날로그 Le Mont Analogue』, 이모션 북스, 2014, p.84.) 오늘밤 태풍이 온다 #1, #2'시리즈는, 나의 드로잉에 움직임을 부여한 애니메이션의 형태로써, 기억의 연쇄과정 속에서 건져 올린 하나의 기억과 사건, 그리고 짧은 특정 순간을 묘사한다.
#2. 이것은 마침표에 대한 이야기다. ● 텍스트를 이미지로 읽기 시작한 것은 외국어로 쓰여진 책을 읽어야만 했던 어느 날, 책이 책으로 보이지 않고 글자의 덩어리로, 하나의 이미지로 보이기 시작하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 눈앞의 텍스트는 이미 책이 아니었고, 글자는 이미 글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불현듯 내게 그 이미지 안에서 미미한 요소로만 존재했던 마침표가 하나의 거대한 원의 형태로 다가왔다. 마침표가 하나의 완성된 존재로서 부각이 되고 마침표가 텍스트를 덮어버릴 때, 나는 그것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것은 텍스트 위에 미끄러지듯 피 흘리는 마침표 period 로 몸을 바꾸어 나타난다.
#3. 새벽을 헤엄치는 드로잉 ● 이 작업의 시리즈는 런던의 대학 도서관과 지역 도서관에서 북 드로잉 프로젝트를 위해 기부 받은 책 페이지를 작업의 지지체로 한다. 인쇄된 활자(단어)를 시작으로, 나와 관련된 경험/사건을 사슬처럼 엮어내고, 그 파편들을 마치 그물처럼 연상 시켜 나가는 일종의 기억의 연쇄 드로잉이며 이러한 일련의 프로세스는 나만의 놀이이자 유희이다. 예를 들어, 드로잉「Urban Society」는, 선택된 책 페이지의 'Urban Society' 라는 선택 된 단어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그 사고의 연쇄 과정은 다음과 같다. ● Urban Society ➞ 외로움이 무엇인지 이해를 못했던 것,- 그 감정은 '심심함' 인가?➞서로의 시린 손을 불어주던 노부부➞그 사람 보다 하루만 늦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영화의 대사➞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진 그 ● 결국엔 내가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진 그'의 단계에서 생각을 멈추고, 이 장면을 Urban Society를 발췌한 책 페이지 위에 드로잉으로서 표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나의 의식과 무의식에 침몰해 있던 기억들과 사건들을 수면 위로 떠올리고, 그 문장들을 드로잉으로써 소환하도록 돕는다. 하나의 문장이 불러온 시공간을 넘나드는 기억들은 현재의 나의 기억과 만나며, 그 다음 기억을 만들어내고 그 기억은 다시 예기치 않은 새로운 기억으로 몸을 바꾸어 나타나 결국 드로잉의 순간이 된다. ■ 지희킴
Vol.20170429c | 지희킴展 / JIHEE KIM / 金芝嬉 / drawing.installation.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