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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청운동 113-3번지) Tel. +82.(0)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쇠잔한 것들의 아름다움 ● 파란 벽 앞으로 생길 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양 단단히 선 계산대가 있다. 먼지가 수북하고 여기저기 떼가 꼈다. 위에 얹어진 카드와 명함 따위들도 낡고 바랬다. 그러나 서랍 안 새 지폐와 옆에 쌓인 동전은 쇠잔한 몸을 갖고도 여전히 계산대가 계산대로서의 역할을 꿋꿋이 해내고 있음을 말해준다. ● 쇠잔하고 낡은 것은 사물뿐만이 아니다. 칠이 벗겨지고 빛이 바랜 벽과 기둥, 창살들이 거리를 따라 이어진다. 엔진 소리가 유난히 큰 구식 자동차들은 도로를 달린다. 낡음 보다는 늙음이 더 어울리는, 늙어서 남루하기 보다는 늙어서 고매한 도시, 쿠바 아바나의 풍경이다.
사진가는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보고 처음 아바나를 마음에 새겼다. 십여 년이 지나 영화 속 '라이 쿠더'처럼 말레콘을 가로질러 올드 아바나로 들어갔을 때, 그는 벅차오르는 감흥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수백 년 전의 건물들, 거리를 누비는 형형색색의 자동차,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음악과 춤, 럼과 시가의 향기는 그를 단번에 매료시켰다. 낡고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자유와 낭만이 있고 나름의 질서가 있었다. 시간을 입은 아바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사진디자인을 전공하고, 다큐멘터리 사진을 시작으로 패션과 광고까지 사진의 여러 다양한 분야를 두루 체득한 사진가 이동준이다.
처음 아바나를 찾은 이후 여러 번 더 아바나를 찾았지만 시각과 청각, 후각이 주는 새로운 자극들에 대한 감응과 흥분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다만 아바나에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동준은 더 섬세한 눈을 갖게 되었다. 작은 사물하나,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에서도 아바나의 시간과 정서를 읽게 된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단단히 아바나를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카메라에는 사물들과 사람들이 자주 들어왔다. 계산대, 자동차 번호판, 머그컵, 저울 등 낡았지만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들. 시가를 문 노인, 문에 기대 선 소녀, 현관에 주저앉은 여자 등 저마다 다른 표정을 한 사람들.
『아바나』는 이런 사소하고 일상적인 삶에 대한 기록이다. 쇠잔한 아바나의 모습들 뒤로 흐르는 열정과 활기는, 굳이 끄집어 내지 않아도 사진에 자연스레 배어난다. 카메라의 기술로 낡음을 감추거나 포장하지 않았기에 더 아름답고 견고한 사진들이다. 이동준은 아바나의 고유함을 담은 이 사진들을 사진집으로 묶어 세상에 내보인다. ● 갓 출간된 사진집과 책 속에 담긴 오리지널 프린트를 함께 만날 수 있는 류가헌 사진책전시지원 이동준 『아바나』는 2017년 4월 4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 류가헌
아바나는 라틴 아메리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쿠바의 수도이다. ● 눈부시게 발전하는 자본주의 물질문명에서 벗어나 반세기 넘게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 아바나는 세월의 흔적과 끈질긴 삶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다. 우리들의 기억에서 추억과 그리움으로만 간직되었을 그 모습은 지나온 시간의 존재 앞에 더욱 처연한 아름다움을 띠고 있다. ● "모든 것은 그것만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바나 차이나타운의 어느 건물 벽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공자 말씀이 아바나 도시 속 무대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 이동준
Vol.20170404b | 이동준展 / LEEDONGJUN / 李東俊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