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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PROJECT SPACE SARUBI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창성동 158-2번지) B1 Tel. +82.(0)2.733.0440 sarubia.org www.facebook.com/sarubiadabang twitter.com/sarubiadabang
새벽안개, 도파민, 그리고 코메디 ● 짙은 안개가 쉬이 걷히지 않을 것만 같은 새벽 경마장의 흰 울타리 너머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분주한 말들. 사회자의 호명과 함께 그날의 경기를 점검하는 기수와 경주마가 출전음악에 맞춰 하나둘씩 등장하고, 경쾌하고 일정한 박자와 멜로디를 따라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뒤를 잇는다. 하지만 이것은 곧바로 전시장 중앙을 가득 메운 인물들과의 사뭇 진지한 대화로 구성된 대형 인터뷰 화면과 섞이면서, 금세 배경음악으로 역할이 전환된다. 그런가하면 한쪽에서는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상시키는 목장의 평화로운 오후를 담은 영상이, 다른 한 쪽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담은 공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듯 보이는 이 영상들은 서로 '경마'라는 연결고리로 인해 연결되었다가 다시 충돌하기를 반복하면서 관객의 주의를 뒤흔든다.
함정식은 그동안 대상이 지닌 본연의 특성과 그 대상에 특정한 맥락과 상황, 관점이 덧대어지면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지점,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감정의 충돌을 감각적인 영상 실험을 통해 탐구해왔다. 일련의 그룹전을 통해 단편적으로 소개되었던 기존의 작업들에서 사운드와 이미지, 빛과 사물의 움직임과 같이 영상의 기본 단위들을 이용한 형식적 실험의 측면이 강하게 드러났다면(2010년작 「터벅터벅」, 2012년작 「I'm the best」, 2015년작 「무드등」 등), 근래에 와서 작가는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점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춰 자신이 속한 사회 안에서 그에 맞는 소재를 찾고, 그것의 일부로 깊숙이 들어가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는 관찰자의 자세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기독교의 찬송가를 소재로 한 뮤직비디오 형식의 작업 「내게 강 같은 평화」(2012)와 단편영화 「기도」(2014-2015)에서 엿볼 수 있었던 이러한 경향은 경마를 소재로 한 이번 전시에서 그 메시지를 보다 확고히 하고 있다.
『원수를 경마장에 데려가라』는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마를 소재로 엿볼 수 있는 인간사의 복잡한 관계와 그 안에서 감지되는 감정의 여러 형태들, 정서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다. 흔히 신문이나 뉴스의 사회면에서 맥락이 제거된 채 만나는 경마 관련 소식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은폐된 이야기가 난무한 스포츠라는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기 십상이다. 지난 2015년부터 약 2년간 작가는 실제로 경마관련 영상을 촬영하는 일을 작업과 함께 병행하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찰한 인간사의 모습과 그 전반에 흐르는 심리적 정서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이것은 전시에서 다양한 영상 표현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특히 작가는 카메라의 '시네마룩', '필름룩'과 같은 화면의 질감표현과 비율조절방식에 주목하고, 이를 벽과 패널, 모니터와 아크릴을 이용한 다양한 영사 환경을 통해 실험한다. 가방 속에 은밀하게 숨겨진 몰래카메라나 범죄의 한 수단으로 보도되는 등 관습화된 사회의 시선에 의해 진지한 해석의 대상에서 배제되어왔던 경마는 그의 작업에서 나름의 개인사를 배경으로 경마 세계에 20년 넘게 몸담은 경마 예상가들의 연륜 있는 육성 인터뷰를 통해, 회화적 구도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마이산 경관과 장수경주마목장의 목가적 풍경 혹은 한적한 오후 시간을 보내는 경마장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때론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흥겨운 뮤직비디오를 통해 인간사의 여러 모습과 심리에 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지닌 예술의 한 소재로 재탄생한다.
함정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 안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의 정서와 상황을 적극적인 영상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그는 하나의 특정한 소재를 다루되, 이것을 단일한 시선으로 고정하여 바라보기보다는 인물 인터뷰와 회화적 풍경의 기록, 뮤직비디오 등의 다양한 형식과 제각기 다른 화면의 질감과 비율, 분위기를 담은 영상을 상호 병치시켜 연출하면서 최대한 중립적인 시선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작가에게 있어서 대상에 대한 즉물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그것이 속한 공간, 사회, 상황 안에 생생하게 존재하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가장 솔직하게 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한다. 특히 전시의 대표작 「Interview 예상가」(2017)에서 경마 예상가 3인이 각기 다른 목소리와 표정으로 전하는 경마장 사람들의 일화는 사회로부터 대상(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안에서 삶은 얼마나 더 복잡한 얼개를 드러내며, 희로애락의 감정은 그렇게 치열한 삶의 틈새를 어떻게 비집고 나오는지 잘 보여준다. 그것은 이야기 속 주인공과 예상가들의 삶의 궤적,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한 편의 인생 드라마이자 개개인의 감정과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가 한데 녹아있는 단편 서사이기도 하다. ●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관습화된 편견들의 이면에는 삶의 도처에 자리한 인간사의 내밀한 감정들이 요동치고 있다. 결국 함정식이 경마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소재를 단순 미화하거나 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는 것이 아니라, 경마가 삶의 일부가 된 이들의 시선을 통해 관찰되는 삶의 여러 양태들, 내밀한 관계 속에 숨겨진 인간사의 단면, 그 안에 켜켜이 살아 숨 쉬는 미묘한 감정의 층위들이다. 불특정 다수의 믿음이 만들어 낸 신념, 광기로 치닫는 욕망, 막연한 기대와 배신과 불신, 미래를 향한 간절한 바람과 희망, 그 안에서 울고 웃기를 반복하는 감정의 뒤섞임, 이 모두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 ■ 황정인
Vol.20170330f | 함정식展 / HAMJEONGSIK / 咸程植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