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61119d | 문성윤展으로 갑니다.
문성윤 홈페이지_www.cargocollective.com/moonsungyoon
초대일시 / 2017_0324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아트셀시 Gallery Artcelsi 서울 강남구 학동로38길 47 EISO빌딩 B Tel. +82.(0)2.3442.5613 artcelsi.com/gallery
검은 형상, 존재의 회화 ● 하나의 선(線)에 또 다른 선(善)을 덧붙이는 식으로, 그리고 그 위에 또 다른 선(線)을 더하는 식으로 배경으로부터 어떤 형상이 드러난다. 그렇게 수천 개, 수만 개의 선이 쌓여 세상에 현시된 형상은 까맣다. "시커멓다"해도 좋을 정도다. 그 시커먼 형상은 처음에 꽃의 이미지로 보였다가 이내 타오르는 불꽃처럼 이글거리고 다시 바람처럼 흩어져 배경으로 돌아간다. 거기서는 시커먼 바다의 떠들썩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나는 거기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규칙적이지만 변화무쌍한 리듬과 호흡을 감지한다.
문성윤의 '검은 회화'에서는 항상 뭔가가 출현해서 내 감각을 자극한다. 그러나 방금 전에 나를 덮쳐 왔던 무언가는 이내 다른 무언가로 돌변하여 또 다시 나를 덮친다. 그것이 "나를 덮친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그것을 온전히 파악하고 장악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 앞에서 나의 관심사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것이지만 어느새 나는 그 앞에서 멍해진다. 검은 바다에서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는 언제든 내 인식능력으로 포괄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성윤의 시커먼 회화의 장(field)에서 넘실대는 형상들을 내 인식에 포괄하거나 장악하려는 시도는 수포(水泡)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나마 일렁이는 파도 앞에서는 "그것은 파도일 따름이야"라고 규정해버리면 되지만 문성윤의 시커먼 형상에서는 그런 최후의 보루, 그것을 규정하는 최종의 심급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나는 지금 또 다시 내 앞에 출현한 오늘을 마주 대한다. 아직 나는 이 "오늘"로부터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했으나 그 "오늘"의 무게는 확실하게 느낀다. 더하여 그 무게감을 제대로 느낄 겨를도 없이 "오늘"은 마침내 부서지고 사라질 것을 안다. 그러나 그 오늘을 살아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도저히 회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성윤이 하나의 선(線)에 또 다른 선(善)을 덧붙이는 식으로 드러낸 형상들이란 결국 그 "오늘의 무게"를 가시화하는 작업이 아닐까. ■ 홍지석
Vol.20170324f | 문성윤展 / MOONSUNGYOON / 文盛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