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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7_0310_금요일_06:00pm
아티스트 토크 / 2017_0318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서초구 방배중앙로 156 (방배동 777-20번지) 2층 Tel. +82.(0)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홍순명 작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에 유학, 국내외로 활발한 작업 활동을 해오고 있다. 프랑스에서 판화를 전공하던 시절은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에게 스스로 판화 장르를 벗어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다양한 매체들을 실험하면서 홍순명 작가는 한동안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다양한 표현적 경험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홍순명 작가의 회화가 본격화된 것은 2005년에 시작한 「사이드 스케이프(Sidescape)」시리즈로부터라 할 수 있는데 이 시리즈는 중심이 되는 사건의 이미지를 둘러싼 주변 부분에 시선을 두고 이를 캔버스로 옮기는 풍경화이다. 「사이드 스케이프」 시리즈의 다양한 사이즈의 캔버스들은 그 수가 늘어남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조합되면서 개별 캔버스로서 혹은 캔버스들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로서 만들어지기도 하면서 '부분'과 '전체'간의 유연한 조합을 만들어냈고 전시 공간 속에는 이미지의 파편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풍경이 벽 전체를 타고 흘러 다녔다. 작가는 평소 사건사고의 이미지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해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모아 둔 이미지들이 작가의 컴퓨터 속에 천여 점이 넘게 아카이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진들 중 흥미로운 사건 사고를 파헤치고 이를 이미지화 하게 되는데 그 결과물은 결코 직접적인 네러티브를 구사하지 않는다. 골라낸 이미지 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이미지를 비껴간 장면들이며 이미지 안에서의 감정은 삭제된다. 시위 현장에서의 격렬한 감정이나 뻔뻔한 사기 행각의 말로를 보여주는 통쾌함도 없다. 모든 이미지에는 이야기가 있으나 표현은 담담하며 중성적이다. 2014년 대구미술관과 15년 미메시스 미술관에서 선보인 3천여 점의 18×14cm 동일한 크기의 회화는 2005년부터 10여 년 간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한 여정의 일종의 기록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회화들을 시도하면서 작가는 몇 가지 독특한 자신만의 회화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홍순명 작가는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2017년 개인전 "장밋빛 인생"을 통하여 전작 시리즈인 「사이드 스케이프」의 연장선상에서 작가 특유의 방법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전 작업에서 시도하였던 방식인 분리된 파편들을 드러낸다기보다는 모든 작업이 각각의 개별적인 이미지로서 완결된다. 부분 보다는 전체를 드러내는 데 집중돼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작가는 이 장면들을 거대한 음모론을 들추는 부분적인 단초로서 제공하였다.
작가는 화면을 만들어 내기 전, 전 세계의 각종 사건들, 그리고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그 배후, 즉 그것이 일차원적으로 읽히는 것이 아닌 숨겨진 음모들이 있는 이야기들을 조사한다. 여러 매체의 자료들을 포함하여 실제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많은 전문가들 – 형사, 역사학자, 법조인, 의료인 등을 만나 각종 사건에 대한 의문점을 묻곤 하는데 이러한 과정은 작품을 통해 해당 사건의 진위를 정확하게 드러내기 위한 조사가 아니다. 홍순명 작가에게는 해당 사건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이를 둘러싼 이야기 자체를 다루는 의미가 만들어질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뉴스를 통하여 접하는 사건들은 대부분 그 상황을 드러내지만 그 이면을 파고들면 또 다른 레이어가 숨겨져 있거나 혹은 그 숨겨진 것이 세월이 흘러 드러나기도 한다. 사건 장면의 배경 중 특정 부분을 캔버스로 옮기는 「사이드 스케이프」에서의 방법은 사건의 본질을 가리는 일차원적 현상에 대한 작가의 은유법이다. 그리하여 완성된 이미지는 평화로워 보인다. 사건의 한 장면으로 보이지 않고 고요하고 적막하다. 이러한 적막감은 이야기의 단서를 제공하는 긴장감을 품고 있었다. 이처럼 부분적 파편을 통하여 본질의 거대한 크기에 상대적으로 압도되어 있는 작은 단위들, 혹은 주변부의 형태들을 끄집어내고 있었던 전작 시리즈와 비견하여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본질에의 접근을 불허하고 있는 장치는 '색채'이다. 화사한 장밋빛 톤으로 뒤 덮인 아름다운 풍경이다. 핑크빛 붉은 색채가 캔버스 전체로 은은하게 퍼져 나가면서 화려하고 다채로운 톤을 드러낼 수 있도록 수채화처럼 맑은 느낌으로 물감을 얇게 펴 바르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로 인하여 색이 발리는 캔버스의 원래 표면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전체적으로 화면의 투명도를 높이고 있다. 강이나 바다를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더욱 절묘하게 두드러지는 기법이다.
한국의 4대강 개발을 둘러싼 경제, 정치적 음모론을 들춰보게 하는 두 개의 대형 작품 「4대강-한강」은 55개의 캔버스들이 모여서, 그리고 「4대강-낙동강」은 44개의 캔버스로 나뉘어져서 완성되었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전시에 설치된 「4대강-한강」은 공간 크기 문제로 44점이 설치되었다.) 이들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되지만 이들은 또한 하나하나의 캔버스 작업이기도 하다. 상황의 단편들은 추상적이라 특정 대상을 볼 수 없다. 이 추상들이 모이면서 비로소 하나의 풍경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흩어진 이미지들의 연결점을 맞춰가며 하나의 원래 이미지를 찾아 들어가는 '퍼즐'과 같은 원리이다. 작가는 주인의 무덤가에 14년을 맴도는 영국의 바비(Bobby)라는 개가 지닌 기적과 같은 충견의 모습은 알고 보니 모두 거짓된 조작이더라는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주면서 작품 「Bobby & John Grey」를 보여준다. 이 충견에 대한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비석을 세우고 모금을 하는 동안 이 이야기를 꾸며낸 묘지기 등은 돈벌이가 되는 이 개의 이야기를 지속시켰다. 최초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개가 죽어버리자 또 다른 비슷한 개를 구하는 등 14년간 사기행각을 지속하였다는 것이다. 작가는 한 도시가 이 거짓으로 인하여 개 동상이 세워지고 관광명소가 되었다는 이야기까지는 그리 큰일도 아닐지 모른다고 한다. 그보다도 찰스 다윈이 자신의 이론 중 개의 충성심의 유전적 성향을 확증하는데 이 거짓 이야기를 근거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상쩍었다. 작품 「Piltdown man I」에 그려진 초상화는 세계 인류의 기원이고자 하였던 영국의 과학자 C. Dowson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다. 이 인물을 호모사피엔스 종의 최고 조상형으로 공표했다가 여기저기서 구한 뼈를 조작하고 조합하여 만들어낸 것이 들통이 나는 바람에 세계적인 망신은 물론이요 과학사상 최대의 날조 사건으로 기록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전시 제목에서 보여지듯 "장밋빛 인생"전이 제시하는 일련의 풍경들은 아름다운 분홍빛이지만 한편 적막하다. 그래서 공포스럽고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우리가 상징적으로 일반화하여 사용하는 표현인 '장밋빛 인생'은 긍정적인 의미의 삶에 대한 태도이다. 유명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부른 1945년의 이 곡 "La Vie en Rose"는 사랑에 대한 찬가이며 사랑으로 인하여 찬란한 인생을 노래하는 곡이다. 이 가수의 파란만장한 드라마 속의 한편을 장식했던 아름다운 감정을 담은 이 노래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게 들리는 것은 아마도 그녀의 전체 삶 속에 녹아있는 역경 또한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장밋빛 인생'이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행복한 미래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아무도 거짓을 말하지 않을 때가 진정으로 행복한 것일까. 어쩌면 마냥 아무것도 모르고 속고 있었던지, 혹은 알면서 순응하던지 우리들은 이 두 가지 방향 속에서 나름의 행복을 위한 거짓에 순응하거나 혹은 진실을 쫓는 선택지에 서게 되곤 한다. 작가는 우리에게 음모론에 대하여 이야기 하지만 화면 속 이미지에서 그 실체를 유추하게 할 풍경은 화사한 색채 속에서 무척이나 아름다운 색채를 띤 신기루 같은 풍경들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
Vol.20170312b | 홍순명展 / HONGSOUN / 洪淳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