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신예작가초대전

2017_0309 ▶ 2017_0322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7_0309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유진_고건영_고은솔_김관호_김단비 박지수_안제하_이루리_이수정_조혜미

주최 / 우진문화재단 후원 / 전주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우진문화공간 WOOJIN CULTURE FOUNDATION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동로 376 1층 전시실 Tel. +82.(0)63.272.7223 www.woojin.or.kr woojin7223.blog.me

1992년 시작되어 2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전북지역 신진작가 등용문.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업 트렌트를 반영하고 젊은 작가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공유하자는 취지의 전시이다. 군산대, 예원예술대, 원광대, 전북대의 미술학과에서 한국화 서양화 조각을 전공하고 2017년 2월에 졸업하여 이제 막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10명의 작가들로 구성됐다. 각 대학의 추천을 통해 작가선정이 이뤄짐. ■

강유진_지금 쉬어_캔버스에 유채_112.2×162.2cm_2017

섬은 지친 자들에 주는 작은 보상이다 ● 세월이 하수상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을 뒤덮었다. 출생의 비밀과 삼각관계로 이어지는 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재미있다. 연일 촛불이 이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언젠가 좋은날이 올 거라는 기대로 하루하루를 버티고는 있지만 과연 그날이 올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허탈한 자괴감과 무력감에 하루하루가 힘들다. ● 작가는 힘든 이들에게 지금 잠깐 쉬어가라고 말한다. ● 강유진의 그림은 일견 관조적인 태도의 풍경 같기도 하다. 아무런 다툼도 없을 것 같은 고즈넉한 풍경. 하지만 그 풍경은 거대한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를 이야기 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의 바람은 수많은 생채기를 내고 지나가지만 물은 맑고 깊어 다시금 잔잔해진다. 거대한 물의 흐름 속에 고통의 딱지들이 모여 섬을 만든다. 고통이 반복될수록 생채기가 깊어질수록 섬은 더 크고 단단해 진다. 섬은 고통도 욕심도 없는 세상,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안식처이다. 섬은 오랜 고난의 항해에 지친 자들에 주는 작은 보상이다. ● 누군가는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고 노래했다.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에게 단 한 번도 술 한 잔 사지 않았다며 원망한다. 행복하게 살기를 소망하며 오늘을 희생하지만 끝없는 고난과 두려움이 우리를 옥죄어 온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언제쯤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삶의 목적이었던 행복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작가는 마음속에 묻혀있던 안식처를 꺼내 보여준다. 언젠가는 저 섬에 도착할 것이라고... ● 어쩌면 작가 스스로도 마주한 현실이 두려울지 모른다. 지금까지 보다도 더 힘든 나날이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긴장 속에서 안식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섬이 필요할 것이다. 섬은 많은 생채기들이 쌓이고 싸여 더욱더 커지고 단단해 진다. 그리고 오롯이 자기 몫이다. 언젠가 소살소살 이야기 나눌 수 있을 때가 오겠지. ■ 이광철

고건영_​untitled_혼합재료_128×176cm_2017

조형의 근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 ● ​현대 미술의 자극적이고, 직접적이며, 다양함에서 오는 비형식적인 현상은 감상자로 하여금 오히려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평안함과 여유의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문제점을 보이기도 한다. 그로 인해 감상자들은 미술 본연의 역할인 은유(隱喩)나 사고 할 수 있는 공간의 여유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 작가 고건영은 우리주변에서 보며 느끼는 조형의 근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서 기인한다는 점이 그의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마치 잔잔히 흐르는 물결과 같은 곡선과 인위적인 직선의 사각 조형요소들이 공존한다. 화면을 이루는 블록과 같은 조각들은 층층이 쌓아 올린 듯, 서로 맞물려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사이 사이에 빈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구조적 특성 안에는 비슷하지만 같은 크기나 똑같은 형상을 보여주는 블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 그의 작업에서는 조형의 구조적원리를 이해하기위해 노력 했었던 플라톤, 세잔, 몬드리안 등의 영향을 받아 그만의 조형구조를 찾아 가는 여정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그의 굴곡진 화면에는 사찰에서 봄직한 오방색과 꽃문양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불교의 인식론에서 우주의 이치를 이해하는 방법론적 접근방법과 관계를 가진다. ● 단순한 미니멀리즘적인 구조와 한국적 아름다움의 탐구, 그리고 부조적 볼륨감을 가진 그의 작업이 추구해가는 과정은 현대 미술의 특징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작품 (Hybrid Work)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 고석인

고은솔_사랑 팬더 팬더 팬더..._한지, 순지에 수묵담채_130×163cm_2017

가족... 사랑찾기 ● 고은솔은 지난해 작고 귀여운 동물 중 하나인 토끼에 주목했습니다. 그것은 행복이라는 단어와 함께 따뜻한 가족의 품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토끼는 성질이 순하고 소리를 내지 않는 과묵한 동물로서 묵묵히 자산의 일을 해나가는 은솔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예로부터 다산과 행복의 상징이었던 토끼를 2016년 졸업 작품에 접목시켜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 은솔은 졸업 작품 제작 기간 동안 한국화의 특징인 수묵 발묵법과 선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 작업의 현대적 방향성을 모색하였으며, 표현에 있어서는 장지 위에 다양한 토끼의 형태 변형을 통한 한지를 잘게 찢어 붙이는 형식실험을 하였습니다. 또한 면 분할과 퍼즐 모양을 맞추어 가는 인내의 작업 과정을 통해서 저 깊은 곳에 감춰져있던 내적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성찰을 가졌다고 생각됩니다. ● 이번 작품은 오늘날 삭막하고 독립적으로만 변해가는 현대사회의 가족애를 들여다보면서 느끼게 되는 단상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특히 작가는 "엄마와 아기 펜더의 자연스럽고 사랑이 묻어나는 애틋한 모습을 통해 멀어져가는 따뜻한 사랑을 찾아가야 한다는" 갈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졸업 작품에서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졌던 숙제를 해결하고자 수묵의 발묵을 먼저 그린 다음 한지를 잘게 찢어 붙여서 주제가 되는 펜더의 포근한 재질감을 살렸으며, 한쪽 면을 한지를 붙여서 농묵으로 처리하여 소재들을 은은하게 보이도록 표현하였습니다. ● 대학시절 한국화의 다양한 주제와 재료를 실험하였으며, 졸업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성찰을 통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인 것처럼 이번 전시를 통하여 더욱 더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 이용석

김관호_​small potatoes2_레진, ABS플라스틱, 혼합재료_80×170×30cm_2017

환경보호의 이미지-수달 가족과 대화하기 ● 김관호의 조각은 스캐터 아트(Scatter art)처럼 바닥이 평평한 플라스틱 수저들이 방향성을 달리하면서 전시 공간 바닥에 덩그러니 널려져 있다. 그리고 그 수저들 속에는 아기 수달부터 엄마, 아빠 수달에 이르기까지 수달 가족이 기름띠로 오염된 바닷물이나 강물 속에서 몸부림치는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한 표현은 자연보호, 환경보호가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에게도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가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 그의 작품의 소재는 이와 같이 수저, 수달과 오염된 물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되어 있다. 수저는 3D 프린팅 기법으로 입체성을 띤 수저를 제작했는데, 그것은 우리의 일상적인 수저와 비교해보면 형태는 유사하지만 크기는 더 과장되어 있다. 수달은 스컬피 기법으로 제작되었는데, 그 크기는 원래의 수달보다 오히려 축소되어 있다. 그리고 물은 레진으로 작업하고 거기에 아크릴물감으로 오염된 상태를 설정해 놓았다. ● 이렇듯이 수달을 기름으로 오염된 물 속에 배치한 것은 계속적으로 오염되어가는 지구환경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수달과 같은 천연보호 동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 것이다. 반면에 수저는 우리 인간이 식사할 때 사용하는 주요한 도구로서 작가는 그것을 인간의 변덕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오염된 환경을 표본적으로 발췌하기 위한 도구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수저들의 난삽한 배열은 그 의미가 바로 환경오염의 실태를 간접적 비유법으로 실토하는 것이다. 인간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환경오염의 불법적인 행위들이 동식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경계심, 그것이 종국에 가서는 인간의 파멸로도 직결될 수 있다는 경계심에서 작가는 이러한 소재들을 등장시킨 것이다. ● 결론적으로 김관호는 환경보호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하여 수달이라는 천연기념 보호동물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인간의 방종이나 무관심을 환기하기 위하여 수저와 오염된 물 등의 소재들을 결합시킨 것이다. ■ 최병길

김단비_혼란 #6_장지에 순지, 채색, 분채_162.2×130.3cm_2017

현실-이미지로 말하다 ●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기가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대로 그릴 자유를 갖는다. 그 자유는 스스로 자기에게 부여한 자유다. 그래서 작가는 스스로 작가다. 사실 사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바라 보는 이의 시선과 방식에 따라 그 외면이 달리 보일 뿐이다. 회화는 작가의 직∙간접적 경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이미지로 표현된다.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을 중요시 하는 가시적인 세계를 재현하거나 경험한 세계를 기억으로 풀어내는 방식과 경험하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구현한다. 현대는 디지털노마드시대에 돌입하면서 세상에 존재했던 기존 질서와 가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게 되어 모든 가치관과 직업관, 통념들이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 대중들은 정보를 통해 재화를 획득하고 부를 축적하는 기술을 배우며 정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 이러한 시대의 환경아래 예술이 갖는 위상은 어떤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더욱이 회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존재가치와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기능과 대중에게 어떤 힘을 주고 있는지에 대하여 심사숙고 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무한 경쟁시대라며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이 시대에 사회초년생으로 첫발을 내딛는 두려움과 그 시선은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림 속 얼굴은 배경으로부터 당당하게 독립을 외치려 하지만 호기심과 두려움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반한다. 한눈으로 보는 이원적 세계는 도전과 열정으로 힘을 내보지만 혼란스러운 세상에 당황스러움과 불안함을 응축시킨다. ● 하지만, 이성과 감성으로 채집된 추억과 그리움, 사랑의 감정은 쓰디쓴 세상에 달달하게 다시 스며든다. 자신의 표정을 그만의 감성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동공이 활짝 열리는 멋진 세계로 비약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 김정숙

박지수_중환자실_장지에 채색_131×160cm_2017

"입 발린 소리하느라 수고했다" ● 일찍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하였다. 인간은 운명적으로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 한 일원으로서 서로간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 "입 발린 소리하느라 수고했다" ● 이 말은 박지수가 입가에 하얀 거품을 묻혀가며 칫솔질하는 본인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에 붙인 작품명제이다. 박지수는 거울 속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룻동안 본인의 입을 통해 내뱉어진 말들의 이중성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더럽혀졌을 입속을 청결하게 씻어내려는 듯 야무지게 칫솔질하는 장면을 작품화한 것이다. ● 자기 성찰적 의미가 담긴 이와 같은 작품을 박지수는 재학 시절 줄곧 이어왔다. ● '입 발린 소리'의 뜻은 '본디 마음에도 없는 말을 겉치레로 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입을 통해 내뱉어진 말은 인간관계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입은 소통의 통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우리네 속담 역시 인간관계 속에서 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 하지만 금번 신진작가전에 출품하는 작품에는 본인의 모습이 아닌 타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는 지난해 말경 갑작스레 발병한 아빠의 뇌경색으로 인해 야기된 충격과 그로인한 주변인들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으로부터 비롯되어진 시선의 변화라 하겠다. 화폭에 담겨진 인물은 병상의 아빠, 그리고 바짝 긴장된 모습으로 아빠의 쾌유를 간절히 바라는 초조한 표정의 엄마와 동생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박지수는 이와 같은 위기의 상황 속에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가족의 사랑을 화폭에 듬뿍 담아 금번 전시에 출품하게 된 것이다. ● 박지수는 대상표현에 있어서 매우 독창적 기법을 착안하여 활용하고 있다. 현상사진을 보고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다보니 서양의 명암법이 차용되어져, 언 듯 보면 오일페인팅을 가한 서양의 인물화처럼 보여 진다. 하지만 잠시만 살펴보면 전통재료인 장지에 채색 안료를 사용하여 전통채색 기법을 토대로 이루어졌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박지수는 색채를 쌓아올리는 과정이 색다르다. 물에 적셔진 장지가 일어날 때까지 수십차례 반복되어지는 붓질로 양감을 드러냄으로서 중후한 깊이 감을 자아내고 있다. ● 추천자가 박지수에게 관심을 갖게 된 연유는 자신이 선정한 인물의 표정을 통해 본인이 전달하고자하는 메세지를 임펙트있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과 또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 방법을 활용한 탄탄한 묘사력, 그리고 작품을 향한 열정을 들 수 있겠다. ● 끝으로 박지수의 신진작가로서 거듭남을 축하하고 앞으로 더 큰 발전을 기대해 본다. ■ 박인현

안제하_모해_한지, 방충망_150×150cm

21C는 융복합의 시대이다. ● 전혀 다른 분야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러한 매개체들의 만남이 숙성과정을 통해,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모습으로 표출되어진다. 안제하는 이러한 시대의 경향을, 본인의 작업 속에서 실험적이며 창의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는 금속과 한지의 융합은, 새로운 해석과 실험으로 즐거운 공간을 형성한다. 물질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만들어내는 공간과, 작가가 만들어낸 원형의 공간 공간들은, 서로 소통의 공간이 되어, 각자가 원하는 공간 안에서 놀이를 즐긴다. 블랙의 스틸망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한지의 원료인 닥 섬유가 품는 편안함을 한 화면 속에서 표현해내는 것은, 긴장과 균형을 모색하는 작가의 배려이다. 안제하는 원형의 상상공간을 구축하고, 그 곳에서 하나하나 스토리를 만들며 ,하나의 동화같은 왕국을 만들고자 한다.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에 출렁이는 파도처럼, 요동치는 원의 틀 안에서 변화를 위한 순간을 맞이하게 한다. 원형의 프레임 속에 또 다른 세상, 작가가 꿈꾸는 유토피아적 세상, 그 곳에서는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들이 모두 옹기종기 모여 즐겁게 보호받으며 살아가길 바란다. ■ 유봉희

이루리_규칙, 불규칙_나무_120×32×32cm_2017

작업노트에서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일탈은 불규칙적이지만 불규칙 속에서 또 다른 규칙을 고수하고 사회인들은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낍니다."라고 말한다. ● 대부분의 일상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이지만 그 안에서의 불규칙을 찾아내고, 그것을 토대로 이루리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규칙속의 불규칙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 매일 새롭고 희망찬 꿈을 꾸던 유년시절 꿈을 찾아 누구나 하루하루가 행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꿈은 잊혀지고 현실에 타협하는 것이 일상의 지침서가 되어진다. 현대인은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규칙적인 움직임이 존재한다.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내려는 움직임이 불규칙이라면 그것은 마지막 이상(理想)일지도 모른다. ● 이루리 작가의 작품은 형식면에서 옵아트에서 출발하지만 근접, 통일, 조화와 반복을 통한 통일성을 철저하게 지키려한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레디메이드의 도발적 제스처와 3D프린터의 보급으로 전통적인 조각 개념과 표현방식이 혼돈과 오해, 종언과 소멸이라는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루리는 구도자적인 자세로 조형의 요소와 원리에 치밀하게 접근한다. 근자에 보기드문 노동집약적인 그의 작업과 탄탄한 조형성을 통한 작품에서 우리는 향후 이루리의 작품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 엄혁용

이수정_혼돈(chao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인조손톱_162.2×112.1cm_2017

외양의 이면, 보이지 않는 것들 ● 지난 십수년 간 대학 강단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청춘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작업하기 위해 고민하는 그들이 대견하면서도 해가 갈수록 안쓰럽게 느껴진다. 글로벌 미술계에 각양각색의 경향과 스타일이 범람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작업방식 가운데 자신의 특정한 표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갈수록 힘든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수정은 이 점에서 상당히 가능성 있는 싹을 보여준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수시로 밤늦게까지 학교 실기실에서 작업하면서 미술학도라면 응당 거치는 다양한 방법론에 대한 탐색기를 보내면서도 유사한 컨텐츠의 작품들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흔히 지향하는 외적인 아름다움, 물질만능주의, 권력지상주의, 허세 외양과 화려한 삶의 양태 등에 대한 코멘트들이 주를 이룬다. 이제 대학을 갓 졸업 했지만 본인이 작가의 길을 걷고자 이번에 서울 소재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제작한 포트폴리오는 학부생치고는 주목할 만하게 진지하게 한 우물을 파왔음을 보여준다. 본인은 이러한 주제에 관심 갖게 된 연유를 어릴 적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었는데, 아름다움은 화려함에서 나온다고 믿으면서 차츰 물질적이 되어가고 있는 자신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고 미의 내면적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 생명체나 사물의 본질적인 미를 온갖 양태와 혼돈으로 뒤덮는 외양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세계에서 지난 수천 년 동안 되풀이된 화두,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색을 시작한 20대 초반 신예작가의 상념이 이수정의 작업에 담겨져 있다. 그리하여 인간을 장식해주는 옷가지, 지구상의 오래된 생명체들인 꽃, 식물, 물고기 등을 캔버스에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여기에 투명하고 반짝이는 다량의 오브제들을 첨가함으로서, 화려하게 보여지는 외양과 그 뒤에 가리워진 본질적인 실제의 공존과 간극을 제시한다. 4학년 졸업전시 때는 화려한 관상용 베타 물고기들이 더 높은 곳을 향해 헤엄쳐 올라가고 비늘들이 인조 플라스틱 손톱들로 가득 덮인 채 생존욕구를 화려하게 드러낸 거대한 캔버스와 그 앞에 갈고리에 걸린 채 앙상하게 뼈만 남은 물고기 구조물이 놓인 설치작품을 선보였었다. ● 이번 우진문화재단 신예작가 전시에는 태고적 생명체의 시작인 단세포 생물과 닮은꼴의 해파리를 제시하고 있다. 역시 위를 향해 헤엄치는 투명한 해파리는 빛나는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얼핏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는 투명한 인조손톱들로 장식되어 화려함을 뽐내는 듯하다. 하지만 한낱 플라스틱인 인조손톱의 투명한 가리개를 넘어서 들여다볼 때 아름다우면서도 파괴적인 독소가 있는 생명체인 해파리의 실제를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정말 지구상 생명의 기본꼴인 해파리인가? 오히려 태고 적부터 존재해온 생명체들을 송두리 채 소멸시키는 핵폭발과 버섯구름 이미지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어느 쪽이든 아름다움에 대한 온갖 욕구가 빚어내는 「혼돈 chaos」의 하나의 귀결이자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이수정에게서도 이제 대학생활의 귀결과 함께 작가생활의 첫 행보를 기대해본다. ■ 조은영

조혜미_나의 그림자_순지에 먹_130.3×162.2cm_2017

조혜미는 이미지상의 인물과 한지를 통해 대화한다. ●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한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다. 대화의 시작은 반복적인 한지절단 작업이다. 일상 사물들의 단편들을 자르고 겹쳐, 이를 패턴화하는 과정을, 수 없는 반복을 통해 인물의 형태에 채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잘라진 한지조각들로 나타내고, 타인의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봄으로 작업은 시작된다. 잘라진 한지조각들은 작품의 물질적 재료이며 오브제이지만,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기호이며 하나의 시각적 언어체계이다. 그 것은 한지의 질료적 특성인 자연적임, 순수함 등이 더해져 한국적 감성을 내포하기에 이른다. 이와 같은 작업의 과정은 작가 자신이 알고 있는 자아, 자신이 미처 알아내지 못하는 자아를 찾아내는 과정이며, 타자의 삶과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상징성을 찾아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작가자신을 향한 소통이자 세상을 향한 소통인 것이다. 조혜미는 작업을 통해 자신이 내면을 찾아가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작업을 통해 침묵의 대화법을 찾고, 서로간의 유대감이 형성되길 바라고 있다. ■ 유봉희

Vol.20170309h | 제26회 신예작가초대展

2025/01/01-03/30